노동조합은 지난 2분기 노사협의회 당시 지속적인 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로 인한 각종 비용 부담이 영업수지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대비를 요구하기도 했다. 사측은 올림픽 수지와 관련해 중계권료와 제작비 부담 등이 있지만 올림픽 중계로 인한 드라마, 예능 결방 요인으로 제작비가 줄어드는 상쇄 효과가 있어서 아무리 커도 10억 대의 적자, 혹은 균형 수지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눈덩이 영업 적자…"올림픽 균형 수지" 사측 장담 무색

그러나 노동조합이 잠정적으로 파악한 8월까지의 영업수지는 충격적이다.
공시의무 위반 등 실정법 상 규제로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상반기 250억대였던 영업적자 폭이 7,8월 두 달 사이 엄청난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창사 이래 누구도 목격한 적이 없는 수준이다.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한 방송 광고 시장의 위축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됐고, 지상파에 대한 각종 비대칭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사측이 지속적으로 얘기해 온 적자폭 확대의 이유다. 전혀 새로운 이유도 아니며 돌출 변수도 아니다. 예견된 산업구조의 변화이며  위기이다. 
사측이 밝힌 적자 확대의 이유를 노동조합도 모르지 않는다. 시정돼야 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변하지 않고 있는 위기의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것은   사측이 강조해 온 책임경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예상된 위기에 대응하지 못한 채 손에 쥔 결과에 대해 이러저러한 분석만 내놓는 것은 컨설팅의 영역이지 경영이 아니다. 위기가 예상되면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고 장애를 돌파해 나가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경영의 요체이다. 대주주가 지난 3월 이사회 의장에 취임하면서 밝힌 '책임경영'도 이런 의미라고 노동조합은 판단한다.

땜질 처방 말고 근본적 대안 제시해야 

우리는 지난 200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반복적인 수지 악화와 그리고 그 때마다 사측이 내놓은 '비상경영'이라는 익숙한 해법을 잘 알고 있다. 눈 앞의 위기에 경중을 따지지 않는 전방위 비용 삭감으로 연말 재무제표의 끝자리만 맞추면 된다는 땜질식 단기처방이 남발돼 왔고 그 결과물들은 쌓이고 쌓여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고 구조적인 경쟁력 하락으로 허덕이는 오늘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단기처방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고통분담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측이 고통의 분담을 요구하려면 위기를 넘어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이해와 동참을 진정성 있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SBS의 미래를 닦아갈 주체로서 책임을 다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사측과 협력에 주저하지 않겠지만 근본적인 대안없이 땜질처방과 일방적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면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경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책임경영은 조합의 요구 이전에 사측이 스스로 강조해 온 것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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