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나 강으로부터 물을 끌어대거나 지하수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전혀 없는 지역의 논. 천수답의 사전적 의미이다. 이런 천수답은 때맞춰 적당하게 비가 내리지 않으면 안정적인 수확량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SBS의 경영 현실이 안타깝게도 이런 천수답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지상파의 사회적 책임을 조화롭게 구현해 경쟁력을 높일 뚜렷한 방책 없이 ‘중간광고’라는 비가 천수답에 내리 쏟아지기를 고대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사측의 답답함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광고 전문가들은 이미 지상파가 불공정한 보도와 공영성 상실로 신뢰를 완전히 잃어 중간 광고가 시행된다 해도 신규 광고 창출이 아닌 기존 지상파 광고 내 이동배치, 즉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오히려 중간광고 시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가 ‘중간광고’를 지상파를 애완견으로 길들이려는 고깃덩이로 쓰고 있다는 의구심만 커져간다. 악취가 진동하는 ‘미르’와 ‘K-스포츠’ 관련 의혹이 쏟아져도 대통령의 40년 지기에다 ‘권력서열 1위’라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는 ‘최순실’ 이라는 여인네의 이름조차 기사에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 혹여 그 고깃덩이 때문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마른 논의 부영양화를 촉진하면 비가 내려 봐야 술술 빠져나가 남의 밭에 고일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볍씨를 우리 논에 뿌리면 알곡이 맺힐 것이라는 믿음을 쌓는 일이다. 그리고 하늘을 원망하고 논을 탓하는 대신 부단히 새는 물길을 막고 새 우물을 파는 게 농부의 길이다. 혹시 아는가. 그럼 하늘이 감동해 정말 단비를 내려주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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