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후 SBS노동조합은 여러 곳에서 격려의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에 방송다운 방송을 봤다며 故 백남기 선생에 대한 국가폭력의 실체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한 상찬이 이어졌고, 이번만큼은 SBS가 언론의 역할을 좀 해냈구나 하는 기쁨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JTBC 보도를 통해 드러난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주요 국가기밀의 최순실 사전 유출 관련 내용을 접하며 다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국가가 국가답지 못했던 이유가 만천하에 폭로된 데 대한 충격이 그 한 축이라면 나머지는 연전연패를 거듭하다 이제는 카운터 펀치를 맞고 그로기 상태에 빠진 우리 보도의 현실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를 넘은 권력편향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스스로 좀 먹는 보도 행태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측은 내부의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조차 묵살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 취재와 보도에 있어 그토록 얕잡아 보던 종편의 보도내용을 손가락 빨며 바라보는 처지로 우리 모두를 전락시키고 말았다.

  사측은 이제 만족하는가.
‘회사를 위한다’며 후배 기자들에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자기 검열해가며 ‘땡박뉴스’, ‘대한늬우스’ 만들어 박근혜 어전에 바치도록 한 결과에 말이다.

‘회사를 위한다’며 대주주와 경영진은 끊임없이 보도에 개입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갉아먹고 온갖 출입처에서 기자들을 취재 대신 로비스트로 내몰아 온 결과에 말이다.

‘회사를 위한다’며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해 자초한 오늘의 이 치욕적인 현실에 말이다.

어제 JTBC 보도는 국정을 농단해 온 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망선고인 동시에 스스로 언론이길   포기했던 모든 언론에 대한 파산선고이다. SBS 역시 단 한 발짝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조합은 보도를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사회적 책무가 아니라 사적 이익의 실현을 위한  방패막이로 오남용해 온 사측의 방식이 이제 완전히 파산했음을 분명히 밝힌다. 
역사책에 기록될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을 앞에 두고 사태의 파장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끝없는  청와대 눈치보기로 보도를 넘어 사회적 공기로서의 SBS의 위상에 먹칠을 한 책임자들은 먼저 전 구성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라. 그리고 사측은 SBS 보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바닥부터 파괴해 온 과거의 관행과 혁명적으로 단절할 방안을 진지하게 제시하라.

  노동조합은 진실보도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싸움에 SBS의 명운이 걸렸다고 판단한다.
중단없이 강도높게 싸워 나갈 것이다. 공정방송과 관련한 기존의 노사합의를 전면 재검토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보도개입을 원천 차단하고 단단히 굳은 문제의 뿌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들을 강구해 나갈 것이다. <끝>.


2016년 10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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