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입니다.

요 며칠 제대로 밤잠을 주무시지 못했다는 조합원들이 많으십니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동시에 몸을 가눌 수 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이 우리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라는 것 잘 압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은 그동안 수도 없이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야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시청자의 신뢰로 이어져 SBS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뒤흔들 언론의 역할로 기록될 최순실 관련 의혹 폭로 보도의 과정에서 SBS의 이름을 단 보도는 조직에 몸담은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수준으로 추락해 있습니다.

그렇게 욕하고 폄훼하던 종편 채널들이 대특종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그들이 무슨 뉴스를 하는지 지켜보다 허겁지겁 받아써야 하는 언론인으로서는 치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경쟁자로 생각조차 않던 JTBC는 중심을 잃지 않는 진실 추적과 가감 없는 사실 보도로 시청률과 팬덤, 신뢰도 모든 면에서 우리를 단숨에 따라잡고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치욕이 심각한 것은 단순히 언론인으로서 자존심을 다쳤기 때문이 아닙니다. 회사를 위한다며 중간광고를 포함한 온갖 정책적 이해를 고려해 끊임없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언론인들을 정보보고나 하는 로비스트로 전락시켜 온 경영이 완전히 파탄 났음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중간광고를 얻었습니까? 시청률이 올라 수익을 올렸습니까? 아니면 시청자의 신뢰를 얻었습니까? SBS 구성원 누구에게도 백해무익한 자해적 경영은 당장 중단돼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오는 28일(금) 절박한 마음을 담아 노동조합이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합니다.

‘정치권력과 경영진의 보도개입 중단 및 공정방송 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는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단순히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SBS의 미래와 조합원 개개인의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한 생존권 싸움인 것입니다.

더 숨죽이고 눈치 봐서는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이 자리에서 이대로 서서히 말라 죽느냐, 아니면 무기력과 자괴감을 딛고 무겁지만, 미래를 향한 한 발을 내딛느냐 하는 두 갈래의 길뿐입니다.

부족하지만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여러분이 발을 보태고 어깨를 걸어주시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함께 걸으면 길이 됩니다.’ 우리 노동조합의 모토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이제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함께 걸읍시다.

오는 금요일 목동 1층 로비에서 뵙기를 간절히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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