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취재팀 공동기고

 “오전 7시 회사 출발. 정부 세종 청사가 생긴 이래 지난 3년 간 매일같이 취재 일정이 올라와 있다. 2시간 남짓 고속도로 위를 달리며 꾸벅 졸다가도 혹시 아침 일정에 늦지 않을까 마음이 급해진다. 같은 시간대에 몇 개의 취재 일정이 겹치는 세종 청사. 6개사로 이루어진 세종 영상취재 풀은 일정을 서로 나누어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커버한다. 풀단에 속하지 못한 우리는 고민이 깊어진다. 여러 개의 일정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하나만 취재할 수 있다. 빠뜨리는 것을 없을까? 며칠이 지난 후, 혹은 몇 년이 지난 후 우리가 놓쳤던 한 일정이 너무나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이 되진 않을까?”

영상취재 풀에서 배제된 이유

 세종 청사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20여개 주요 정부부처가 뉴스를 생산해내는 핵심 출입처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중요한 취재 일정들을 모두 커버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각 방송사는 영상취재 풀이라는 형태로 취재 영상을 공유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공동 취재가 아니다. 인적구성이나 비용, 운영에 관한 모든 것에 동등한 부담을 해야 하고, 풀단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 6개 주요 방송사로 이루어진 세종 영상취재 풀은 우선적인 가입 요건으로 ‘중앙에서 파견된 10년차 이상의 영상 기자로 현지에 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취재 영상의 질이 유지되어야 함은 물론, 총리실을 중심으로 굵직한 현안에 대한 취재가 많은 만큼 각 사간 협의에 대표성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박한 취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각 사의 영상기자는 현지에 거주하며, 주거비, 차량비, 현지수당 등 일정 비용의 취재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타사 수준의 비용만이라도 지원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묵살 당했고, 제시했던 수많은 보고서는 지지부진 허공으로 사라졌다. ‘현지 거주’라는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리는 그렇게 풀단에서 제외됐다.

 경영진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한 지 만 3년.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취재 현장을 비울 수 없다는 사명감만으로 하루 5시간의 출퇴근을 했다. 황당한 것은 이렇게 매일 서울에서 세종까지 출퇴근하는 비용이 영상기자를 파견해 현지에 거주하게 하는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세종까지 144km, 단적으로 유류비, 통행료 등 차량 운행비용만 하루 약 5-6만원, 합하면 청사 인근 아파트 월세보다 비싸다. 거기에 오랜 출퇴근으로 발생되는 시간외수당이나, 계량할 수 없는 시간 비용 등을 합하면 발생 비용은 더 커진다.
 
더 많은 비용, 위협받는 노동환경 그리고 뉴스 영상의 경쟁력 저하

 출입기자 등록을 하지 못한 탓에 취재를 갈 때마다 출입증을 교환하고 공보실 직원을 기다리다 보면 브리핑에 늦지 않기 위해 숨차게 뛰어야 할 경우도 다반사였다. 많은 취재 일정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물을 먹기도’ 했다. 경호 등의 이유로 취재인원이 제한된 공간에서 때로는 사정하며, 때로는 막무가내로 현장을 지켜야 했다. 피로감이 쌓였다. 한 동료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문제가 단순히 비용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노동환경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입원한 동료를 보며 깨달아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다양한 뉴스 영상 데이터를 축적해 경쟁력을 지켜나갈 기회를 우리 스스로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깜짝 방문한 일이 있었다. 경호문제로 인해 사전명단에 있는 풀단의 기자들만 근접 취재가 허용됐고, 갑작스런 방문이라 취재 협조가 어려운 상황.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던 한 동료는 엄중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사정 반 억지 반 무작정 밀고 들어가 취재했고, 뉴스는 방송됐다. 만약 그 동료가 뚝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뉴스를 하지 못했다면, 누가 책임을 진다했을까?

책무를 저버린 지원불가 통보

 뉴스 영상 게더링은 방송사의 기본이며, 영상자료는 방송사의 소중한 자산이다. 당연하게도 종편을 포함한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풀단을 이루어 세종 청사의 모든 취재 영상을 축적하고 있다. 선택적으로 취재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이미 지난 3년 여간 많은 역사적 장면을 잃어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그 양과 질의 차이는 더 커져갈 것이다.

 얼마 전 본사와 SBS A&T 경영진은 세종 청사 영상기자 파견 지원불가를 최종 통보했다. 부서원들 간에 격론이 오갔다. 지금처럼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취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는 영상기자로서 이 문제의 해결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세종 영상취재 풀에 들어가야 한다는 당위도 있고, 취재 현장을 지키는 것이 옳다는 소명도 있다.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있고, 약간의 희생을 감수할 여력도 있다. 다만, 경영진의 의지만 없을 뿐이다.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취재의 공백을, 그로 인한 경쟁력의 약화를 이대로 방치해둔다면, 그것은 분명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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