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연말이면 흔히 쓰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도 충분치 않은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훗날 역사에 시민혁명의 한 해로 기록될 2016년, 돌이켜 보면 저와 SBS 조합원 여러분께는 아마도 무척이나 가슴 아프고 뼈저린 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4월 취임과 함께 무너져가는 민주주의와 민생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공정방송의 뿌리를 단단히 구축하지 않으면 날로 심화되는 미디어 경쟁 속에 SBS의 생존을 도모하는 게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저와 노동조합은 안팎에서 공정방송의 가치를 현실에서 구현해 내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의 DNA는 먹고 살려면 눈치보고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조직의 생존논리로 오염됐고 SBS는 사회적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보도참사로 우리를 덮치고 말았습니다.

공정방송이 경쟁력이라는 명제는 여러 통계와 수치로 우리에게 증명됐고, 이제는 허리 꺾인 씨름판을 되치기 해보겠다는 사투를 벌이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만시지탄으로 사측이 공정방송과 보도와 제작의 독립성, 자율성 보장을 새로운 가치로 내걸었지만, 여전히 시청자와 시장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뼈를 깎는 자성과 다시는 과거로 회귀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의 싸움이 중요해 졌습니다.

물론 노동조합도 애를 쓰겠지만 일상의 현장에서 조합원 여러분들이 싸워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뿌리가 단단해 집니다. 그래야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도 또다시 원칙을 버리고 적당히 시류에 영합해 국민의 신뢰를 좀 먹는 퇴행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4월 취임할 때 저는 과연 이런 싸움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의 의구심에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한 해 다양한 조합활동에서, 거대한 촛불혁명의 현장에서, 언론노조 산하 어떤 조직보다 끈끈하고 강인하게 모아주신 조합원들의 결의에서 작지만 옹골찬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시민혁명의 파도는 2017년 새해에도 거세게 SBS의 안팎으로 밀려들 것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는 SBS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퍼즐을 풀어야 할 것입니다. 밖으로는 공정방송을 우리의 DNA로 안착시켜 신뢰를 회복하고 안으로는 SBS의 미래생존과 우리의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지속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체제를 재구축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맞다고 하시는 길이면 좌고우면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능력이 모자라더라도 노력이 부족해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2017년엔 진정한 의미의 송구영신(送舊迎新)을 여러분과 함께 이뤄내 가겠습니다.

올 한 해 몸과 마음을 다해 책무를 다 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한 조합원으로 SBS의 버팀목인 노동조합을 든든히 지켜주십시오.
조합원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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