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시작한 서울디지털포럼(SDF)과 미래한국리포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살펴본 외부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SBS는 두 포럼을 통해 한국사회가 당면한 다양한 의제를 설정-공유하면서 공공기관이 맡아야 할 포럼의 장을 민영 방송사가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 이슈를 선도하는 아젠다 세팅을 통해 미디어그룹의 인지도를 높여 왔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내부의 평가는 어떨까?
SDF와 미래한국리포트는 올해로 13년째 진행됐고 매년 20-30억 원의 예산과 상당수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사주의 관심이 지대한 행사라는 이유 때문인지 냉정한 평가와 진단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직원 20명에게 올해 ‘SDF’와 ‘미래한국리포트’에서 다룬 주요 주제를 알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정확히 아는 직원은 단 한 명이었고, 부분적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직원이 두 명이었다. 17명의 직원은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주변 사람들이 두 포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의 첫 번째 방한을 이끌어 낸 글로벌 포럼에 대한 평가가 내부적으로 이렇게 박한 이유는 뭘까?

 두 사업을 관심 있게 지켜본 직원들의 말을 빌려 보면 ‘포럼의 내용과 가치보다 중요한 건 포럼을 통한 사세 과시’라는 것이다. 이는 보도본부 조직원들이 SDF나 미래한국리포트를 기억하는 방식과 궤를 같이 한다. 행사의 성패는 대통령, 총리, 주무 장관, 재벌 대주주 참여를 독려해 행사장으로 얼마나 데려오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행사 당일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보도국 부장을 포함해 정치-경제부 기자들이 대거 동원돼 정치인과 기업인 의전을 위해 뛰어 다닌다.

 또한 20억 원 이상의 사업비 대부분을 기업 규모에 따라 협찬금을 나눠 충당 받는 구조 때문에 미래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보도국 기자들이 동원돼 대기업에 매달리거나 압박하며 협찬금을 따내고 있다. 경제 권력을 감시하는 기자들을 협찬을 위해 아쉬운 소리를 하도록 내모는 구조는 잿밥에만 관심을 갖다 영향력을 잃어버린 SBS 보도의 모습을 반추하게 만든다.

 반면 포럼에 쏟아 부은 자원과 인력에 비교해 의제의 가치를 지속시키고 확장시키는 영역에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선 많은 조직원들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게다가 포럼의 주제 면에서 언론사가 지속적인 관심을 계속 두기엔 정체성이 맞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언론사가 시민들과 접점과 공감을 찾아 나가며 이슈를 선도하기 위해선 시민의 문제의식에 반 보 가량 앞서 이끌어 나가야 하는 데 반해 포럼의 주제는 지속적으로 이슈를 이끌어가기엔 지나치게 학문적이라는 것이다.
 
 SDF와 미래한국리포트를 통해 축적된 자산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좀처럼 섭외하기 힘든 인사들의 소중한 강연들이 동영상 혹은 텍스트로 제대로 아카이빙 돼 있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행사가 끝나고 나면 각종 이슈들에 대한 의제를 끌고 나갈 자료들이 사장되고 만다는 지적이다. 

 사측은 현재의 어수선한 시국을 고려해 내년에 한해 SDF를 거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SBS 앞에는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위기와 과제가 가득 쌓여 있다. 하나, 하나가 전 조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역량을 모아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SDF와 미래한국리포트의 존재 이유에 대해 사측은 조직원들에게 어떤 논리로 설명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 그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영구 중단을 포함한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바람직한 길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