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SBS가 겪은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대주주인 윤석민 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취임이다. 이는 지난 2004년 재허가 파동 이후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돼 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사회적 약속과 원칙을 사실상 사문화하는 조치였다.

노동조합이 여러 고민 끝에 이런 원칙의 폐기에 준하는 변화를 받아들인 것은 윤석민 이사회 의장이 지난 3 25일 취임사에서 밝혔듯 생존전략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대주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날로 격화되다 못해 이제는 지상파의 상대적 우위가 모두 사라져 버린 미디어 환경의 격변 속에 더더욱 절박해진 SBS의 미래를 위한 결단과 근본적 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개월여를 돌이켜 보면 노동조합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우선 최근 몇몇 드라마 성적표가 호전되면서 일시적인 적자폭 축소가 이뤄지고 있으나 여전히 흑자전환까지는 거리가 멀다. 수지개선에 실패했다.

S-TF발 조직개편과 인사 등을 통해 변화를 도모했으나 이는 여전히 SBS가 당면한 현실을 돌파할 대안으로는 역부족이며, 그마저도 추가 조직개편을 통해 미래전략실 기능이 축소되는 등 혁신의 지향이 훼손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출범한 이사회가 SBS를 근본적으로 짓누르고 있는 왜곡된 지주회사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의 외피를 쓰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일개 계열회사에 불과한 SBS가 지주회사 체제 유지의 비용을 전담하는 부조리를 바꾸지 않고는 안정적 수익 구조 확보도, 지속가능한 미래도 불가능하다는 것은 SBS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이다.

SBS 이사회 의장의 최우선 과제는 당연히 SBS의 안정적 성장이다. 다른 계열회사에 대량의 지분을 보유했다고 해서 SBS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유보하는 의사결정을 한다면 스스로 밝힌 책임경영과 대주주의 리더십에 반하는 일이다. 또한 SBS의 이해와 끊임없이 충돌하며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지주회사 체제를 근본적으로 손보자는 노동조합의 제안에 답하지 않는 것 역시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최근 들어 노동조합에는 하루 빨리 기존의 지주회사 체제를 손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영 관련 분야 비조합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절박하고 촌각을 다투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SBS가 다른 형제회사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온갖 특혜 계약으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구조를 방기한 채 SBS만의 혁신을 아무리 주창해 봐야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뿐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