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게임의 법칙…판권 확보의 문제

실패한 체제 10년, 이제 해답을 찾아서

노동조합은 지난 노보를 통해 사외이사의 경영진단 보고를 통해 현행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들을 진단했다. 이에 대한 추가해설과 반드시 이뤄져야 할 체제 재편의 과제들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이번 노보에서는 지난 사외이사의 경영진단 보고에서 지적된 판권 확보 문제가 향후 SBS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달라진 게임의 법칙…판권 확보의 문제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조합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부당한 수익 유출로 SBS 전체의 제작역량하락과 근로조건 저하를 막기 위해 콘텐츠 판매와 유통을 대행하고 있는 콘텐츠허브, 그리고 SBS 콘텐츠 방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디어넷에 대한  수수료율, 즉 콘텐츠 요율을 올리는 투쟁에 주력해 왔다.

그 결과, 지주회사 출범 시점에 겨우 배분대상 매출의 38% 수준이던 타 계열사로부터의 콘텐츠 요율은 지난 해 71% 수준으로 높아졌고, 수익 규모는 424억원에서 1,626억원으로 4배가 늘어났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콘텐츠 판매 수익은 전체 영업 수익에서 절반 수준으로 추락한 광고수익 하락의 충격을 상쇄하고 있으며, 플랫폼 다변화와 미디어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광고수익을 능가할 수 도 있는 미래의 핵심적 수익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콘텐츠 수익 확대에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조짐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월 2일자 사보를 통해 콘텐츠허브는 올해부터 각종 콘텐츠의 IP(Intelligent Property), 즉  판권을 직접 확보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 SBS가 확보한 판권을 위탁받아 각종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한 뒤 SBS와 수익을 나눠 왔던 구조를 탈피해 직접 판권을 사들여 수익을 올리겠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SBS는 지상파 광고 수익 외에 판권 수익에서 소외돼 전체 수익이 심각히 쪼그라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SBS의 몇몇 핵심 콘텐츠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유통돼 SBS는 한 푼의 수익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방영된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SBS가 지상파 방영권 정도만 구매했고, IPTV와 VOD 등의 판권은 콘텐츠허브가 70억원 규모를 투자해 직접 사들였다. 아예 콘텐츠 허브의 배분대상 매출에서 제외돼 SBS로 한 푼의 수익도 이전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갈수록 입김이 세지는 거대 외주제작사와의 협상을 지상파 사업자인 SBS와 플랫폼 없는 유통업자인 콘텐츠 허브가 따로 하다 보니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져 높은 가격에 판권을 사들여 허브 조차도 유통 과정에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푸른 바다의 전설, K-POP STAR’…판권 수익 ‘0’의 킬러 콘텐츠

또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K-POP 스타’의 경우, 제작비를 조달한다며 콘텐츠허브로부터 28억원을 투자받고 콘텐츠 판권을 통째로 넘겼다. 판권이 없는 SBS는 콘텐츠허브가 투자원금을 보전할 때까지 역시 단 한 푼의 수익도 배분받지 못한다. 지주회사 출범 이후 지속적인 수익 유출로 투자 여력이 떨어지다 보니 SBS 콘텐츠를 유통해 현금을 쌓아놓은 콘텐츠허브에 손을 벌려야 하고 대신 판권을 통째로 내주면서 수익 구조에서 SBS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서글픈 악순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위태로운 지상파 SBS…남의 떡이 돼 가는 판권수익

이런 문제들에 대해 SBS 감사위원인 노조추천 손철호 사외이사는 지난 노보에 경영진단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이사회 등을 통해 사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측은 지난 3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반박문을 통해 허브의 판권 확보 계획은 SBS가 확보하지 못한 콘텐츠 판권을 대상으로 한다며 SBS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콘텐츠허브의 판권 확보 계획이 담긴 보고서가 이미 폐기된 초안이라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다르게 말이 바뀌었다.

또한 콘텐츠허브의 계획은 SBS가 아닌 MBC, KBS 등 다른 방송사의 2차 판권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라던 내용은 반박문에서 쏙 빠졌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면피용 주장이라는 걸 사측도 알기 때문이다.   

사측은 그룹 차원 판권 확보를 위해 SBS와 콘텐츠허브 간의 협업을 주장하고 있지만 어떻게 지분 1%도 없는 콘텐츠 허브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판권 확보가 SBS의 이해와 부합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제작비 조달을 위해 허브로 판권이 통째로 넘어가고, 외주사의 판권 쪼개 팔기 전략에 SBS는 판권을 놓치고, 허브는 바가지를 쓰고 판권을 사들여야 하는 현실을 보고도 각자가 판권을 확보하는 지금의 구조를 협업이라고 포장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콘텐츠허브의 판권 확보 계획은 여러 대외조건을 감안하면 SBS 의 이익축소와 이해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99%다. 콘텐츠허브가 독자적으로 SBS가 아닌 외부 판권을 확보한다 해도 경우에 따라서 SBS가 거꾸로 콘텐츠허브로부터 지상파 방영권을 사들여 할 상황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사측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렇게 되면 사측의 주장과 달리 그룹 수익 구조의 중심이 허브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

결국 콘텐츠 판권 확보 기능이 SBS와 콘텐츠허브로 이원화돼 있는 이상 SBS는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콘텐츠 판매 수익을 온전히 축적하지 못하고 축소일로의 방송광고 시장에 더욱 의존하는 지상파 방영권만을 겨우 확보해 연명하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수익저하는 불 보듯 자명하고 나아가 거대 광고주에 대한 의존도가 더더욱 높아져 방송의 독립성, 자율성, 공정성 등 핵심가치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SBS 구성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를 넘어 일자리 보전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는 수순이다.

분명히 명토 박아 말하지만 콘텐츠 허브의 판권 확보에 따른 이익은 SBS 이익 확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들의 이익은 그들의 이익일 뿐 SBS 재무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SBS와 지분 관계가 없는 콘텐츠 허브같은 타 계열사의 이익이 SBS의 이익이 아니란 말이다. 지난 10년 간 지주회사 체제에서 비용을 전담한 SBS의 성장은 정체됐지만, 이익을 과도하게 빼내간 다른 계열사들은 급성장했고 그룹 전체의 이익도 보장돼 왔음을 알고도 콘텐츠허브의 판권확보가 SBS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궤변의 연장이다.  더 이상 허울 뿐인 그룹 전체의 이익을 SBS의 이익으로 포장하지 말라. 실패한 10년의 실험으로 이미 결론 난 환상이다.

 

유례없는 비정상적 구조..서로에게 걸림돌인 SBS와 콘텐츠허브

한 편에서는 콘텐츠허브와 SBS가 킬러 콘텐츠에 대한 판권 확보를 위해 각자가 뛰다 보니 하나의 제작사에 어제는 SBS가, 오늘은 콘텐츠허브가 다른 조건으로 협상을 제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MBC와 KBS는 콘텐츠 유통과 판권 확보 업무를 방송사의 자회사나 직접 영업을 통해 수행하면서 관련 수익이 100% 방송사를 중심으로 축적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SBS와 콘텐츠허브 같은 거래 구조와 체제는 예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뿐 아니라 지주회사 체제로 구성된 수 많은 해외 미디어 기업들을 봐도 콘텐츠 유통과 판권 확보 기능을 방송사 밖으로 빼낸 경우는 드물다. 수익 유출과 기능 중복으로 서로 피해를 줄 게 뻔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SBS 중심의 판권 확보 및 콘텐츠 판매 기능 단일화-재편해야

노동조합이 노보를 통해 이런 상황을 알리려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사측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측은 SBS와 콘텐츠허브, 혹은 다른 홀딩스 계열사들과의 상생을 말하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한 쪽의 이익이 곧 다른 쪽의 손실이 되는 이익 충돌, 이해 상충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이는 곧 공멸의 길이다.

결론은 자명하다. 하루라도 빨리 판권 확보를 포함한 콘텐츠 유통 부문과 기능을 SBS를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등 재편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사측의 반박문 가운데 판권 확보 외에 다른 분야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은 추후 노보 등을 통해 다시 밝힐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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