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업 SBS는 이미 지난 2014년을 정점으로 매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가파른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 속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 기반 확충을 위해 재투자돼야 할 수익이 낡은 지주회사 구조 하에서 타 계열사로 빠져 나가면서 이대로 가면 수익 저하-투자 축소-경쟁력 하락-임금 삭감-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0년 뒤, 낡은 체제가 지속되면 SBS의 구성원들은 어떤 모습일까?

 

경영본부 매니저 주판알씨
해마다 내려오는 비용 절감 지시가 올해도 어김없이 하달됐다. 최대한 불요불급한 비용을 줄여 향후 경영계획을 짜란다. 회사가 마른 걸레도 아니고 더 쥐어짜도 이제는 아무것도 나올 곳이 없다. 정말 이제는 줄일 게 사람 밖에 안 남은 것 같다. 이 와중에 나보고 콘텐츠허브랑 플러스 지원 방안을 내놓으란다. 내가 이러려고 스브스에 들어왔나 마구 자괴감이 든다.

 

예능본부 PD 하태요씨
이번 설에 방송한 파일럿, 내 인생의 역작 “발목쥐고 쌍고동”이 괜찮은 시청률과 반응을 얻었다. 본부장도 정규 편성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제작비가 문제다.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SBS에서 이렇게 제작비가 많이 소요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의 기회를 갖는 건 전설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 작년에 회사를 나간 선배PD는 이런 제작비 걱정 없이 프로그램을 잘도 만든다. 제작비 여력이 있는 콘텐츠 허브의 자회사 허브 프로덕션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몇몇 드라마 및 예능의 스타 피디를 영입해 자회사를 만든 콘테츠 허브는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들의 판권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나도 빨리 프로그램 하나 띄워서 그쪽으로 옮겨야 하는 거 아닐까? 여기선 프로그램 만들 기회가 없다.

 

보도본부 기자 나특종씨
오늘도 대기업 부당 내부 거래 고발하는 특종 기사를 발제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고 아이템은 킬~당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젠 셀 수도 없다. 회사가 어렵다고 대기업 비판하는 기사 올리면 대놓고 역적 취급을 한다. 먹고 살 게 광고 밖에 없는데 해마다 TV 광고가 줄어드니 대기업 광고주는 이제 성역이 된 지 오래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더니 그 위에 하나 더 있었다..’광고주’..제기랄 기자는 쥐뿔, 영업사원이지 뭐...

 

편성실 PD 편성표씨 
내년 업무계획에 SBS 프로그램 제작비를 줄이라는 이야기가 또 내려왔다. 이렇게 계속 제작비만 줄이면, 어떻게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이번에도 SBS 자체 제작비 비율은 낮추고 협찬, PPL, 콘텐츠허브 투자금 등을 끼워 맞춰 올해 제작비 정도로 유지해봐야겠다. 그런데 이렇게 매번 콘텐츠허브에 손을 벌려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작년에 히트친 프로그램들도 편성할 때 제작비 없어서 VOD판권이며 해외판권이며 다 콘텐츠허브에 넘겨주고 투자 받아 왔는데….그래서 그렇게 인기가 높아도 우린 큰 수익을 못 얻고, 콘텐츠 허브만 부자가 되어간다. 아무래도 우리 SBS는 왕서방 밑에서 재주넘는 곰 취급 당하는 것 같다…에라이~작년에 ‘넷플릭스’로 옮긴 동기한테 자리있나 연락이나 해 봐야겠다.

 

미디어비즈니스센터 매니저 박완판씨
미국에 있는 KCP(KOREA CONTENTS PLATFORM)에 올려서 판매할 콘텐츠가 태부족이다. 한국에서 히트친 드라마고 뭐고 판권이 제대로 없으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철 지난 옛날 것 틀어봐야 돈도 안되고 콘텐츠허브가 판권을 좀 가지고 있는데 틀어봐야 스브스는 큰 돈 못 번다. 동남아 캐릭터 사업이 좀 되나 싶더니 이것도 손가락 하나 까닥 안하고 지분만 투자한 콘텐츠허브가 이익을 쏙쏙 빼간다. 환장하겠다. 내가 어느 회사 직원인지 분간이 안된다. 스브스인지, 콘텐츠허브인지..월급은 분명 스브스에서 받는데.. 광고도 줄어드는 마당에 여기서도 돈 못 벌면 대책이 없는데…다른 회사 알아봐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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