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윤창현입니다.

봄은 왔지만 따스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기엔 탁한 초미세먼지들이 걱정스런 날들입니다. 마찬가지로 SBS를 짓누르던 박근혜 정권과의 권언유착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됐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우리 일터의 활력과 우리 노동의 당당함을 제약하는 부당한 경영 관행이 뿌리깊게 남아 구성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지난 한 달 내내 노보를 통해 지난 2015년 노사합의 이후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SBS의 타 계열사 부당지원과 이익 유출, 그로 인한 SBS의 구조적 위기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습니다.

그 와중에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이 스스로 공시한 내용을 통해 드러난 숫자와 실적들은   SBS 내부에서 벌어져 온 부조리와 도덕적 해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지적이 허구적 주장이 아니었음이 다시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24일(금) 주주총회장에서 저와 조춘동 수석 부본부장 등 노동조합 집행부는 이렇게 부당함을 넘어 범죄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SBS의 경영관행에 대해 강력하고 통렬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상정된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선 조합측 참석자들은 지난 해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콘텐츠 생산 비용을 전담하는 SBS가 적자로 전환하는 동안 SBS 콘텐츠 판매 수익, 또는 SBS 콘텐츠를 통한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SBS 콘텐츠허브와 SBS 플러스가 전년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144억과 132억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은 명백한 수익 빼돌리기로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SBS외 지주회사 체재 내 타 관계사들의 지난 해 경영실적은 일감과 매출을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 내 타사로 몰아주고 불공정 계약과 부당한 거래 관행을 통해 SBS 몫의 수익을 대거 유출시킨 명백한 증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SBS의 적자전환 와중에 유출된 수익이 코스피 우량 배당주의 배당성향보다 높은 초고배당을 통해 수십억씩 대주주 몫으로 빠져나간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해당함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적자인 SBS 몫의 수익을 챙겨 영업이익을 더 늘린 콘텐츠허브의 손실 보전을 위해 웹 에이전시 비용을 30억 가까이 올려주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SBS 경영본부가 지주회사 체제 전반에 대한 경영자문을 대행해 놓고도 수 십억 원대의 자문료는 지주회사인 홀딩스가 챙겨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임을 지적하였습니다.

조합은 SBS 경영진이 위와 같은 부당한 거래 관행과 불공정 계약을 통해 SBS 몫의 수익이 대거 유출될 수 밖에 없는 경영계획을 승인하고 실행한 것은 SBS 구성원은 물론 주주 이익에 반하는 배임에 해당함을 명백히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사측은 과거 지주회사 전환 시 노조도 동의했다는 점, SBS의 타 계열사 경영자문은 SBS 중심의 그룹 경영을 위한 것이라는 고장난 라디오 같은 말들만 반복했습니다. 특히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2016년 홀딩스를 대신한 공짜 경영자문 수행이 관례였다는 답을 내놨다가 질의를 받은 노조 추전 손철호 사외이사로부터 명백한 불법임을 지적 받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는 SBS 중심의 경영을 이야기 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SBS의 이익을 침해한 경영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조합 임시대의원회에서 결의한 대로 지난 해 책임경영을 표방하며 이사회 의장에 취임한 윤석민 의장을 포함해 상임이사 전원이 경영실패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물론 이번 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은 압도적으로 많은 주식수를 보유한 대주주와 사측에 표 대결로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논리적 정합성과 도덕적 정당성에서는 조합원들의 집단적 지성이 명확하게 우위에 서 있음을 이번 주총투쟁은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타 계열사 부당지원과 수익 유출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라거나 2015년 노사합의를 거론하며 문제를 축소하려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명확히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과거 지주회사 전환에 노동조합이 동의한 것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는 것이었지, 이런 식으로 수익을 빼가도 좋다는 동의가 아닙니다. 또한 ‘그럴 의도가 아니다’라는 사측의 선의를 100% 수용하더라도 경영은 행위의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5년 합의 어디에도 부당한 수익 유출과 태생적으로 불법적 경영행태를 잉태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를 묵인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노동조합은 지난 임시대의원회에서 결의된 4대 요구의 핵심인 SBS 콘텐츠허브와의 계약 종료, 플러스와의 거래 방식 변경,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 중단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노사협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는 대량출혈로 맥박이 급격히 떨어져가고 있는 SBS에 대해 취해져야 할 필수 긴급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4대 요구안의 관철은 SBS를 질식시키고 있는, 이미 구성원들로부터 탄핵당한 지주회사 체제를 재편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지혜롭고 단호하게, 그리고 정면으로 상황을 마주하겠습니다. 늘 그래 주셨듯 조합원 여러분들의 참여와 관심이 우리의 가장 큰 원동력입니다. 여러분만 믿고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겠습니다.

2017. 03. 27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 윤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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