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황금시간대인 평일 저녁 7시대의 일일 드라마 편성을 폐지하고 재방송 편성을 검토 중이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 ‘사랑은 방울방울’이 종영되는 5월 말 이후 신규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드라마 재방송이나 교양 프로그램 연장을 검토 중인데 편성전략 변경의 핵심적인 이유는 심각한 적자 때문이다. 7시대 드라마로 인한 적자 규모가 70억에 이르고 지상파 광고 축소 등으로 수지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자 지상파 방송에서는 유례가 없는 평일 프라임 타임 재방송 편성까지 검토하는 형국이다.

노동조합은 SBS가 비용절감을 위해 지상파 가운데 처음으로 평일 황금 시간대 재방 편성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빠진 것은 지상파 광고 하락 등의 외부요인도 있으나 잘못된 콘텐츠 거래 구조로 인해 콘텐츠 강화에 쓰여야 할 재원이 지난 10년 간 지속적으로 홀딩스 계열사들로 빠져나가면서 SBS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돼 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평일 황금 시간대를 재방송으로 편성하는 것이 보다 나은 콘텐츠를 제공해 건강한 방송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사훈이나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임에 부합하는 일인지 심각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에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측이 이렇게 재방송 편성 같은 땜질식 단기처방으로 재무제표만 흑자로 만든다고 해서 SBS의 위상 추락을 막을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 지금 같은 수익구조를 방치한다면 SBS는 적자를 면하기 위해 타이완의 지상파처럼 야금야금 재방이나 싸구려 외국 콘텐츠로 편성을 채워야 하는 치욕적인 상황으로까지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이런 제작과 편성 환경이 가져올 미래는 구조조정과 임금하락, 경쟁력 추락의 악순환 뿐이다. 결국 노동조합이 끊임 없이 말하는 콘텐츠 거래 구조와 지주회사 체제의 재편을 통한 수익구조 정상화 만이 실낱 같은 희망을 담보할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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