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SBS 구성원들의 촉각은 온통 S-T/F의 활동에 쏠려 있었다. 이번 TF는 과거 어느 때보다 독립적이고 심층적으로 조직문화를 진단하고 근본적인 혁신 과제를 도출해 낼 것이라는 기대가 넘쳐났다.

몇 달 뒤 T/F 결과에 따른 조직개편과 인사가 단행됐고 조직 내부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기대가 실망과 냉소로 바뀌는 데는 불과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S-T/F의 문제의식은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회전문 인사’로 물타기됐고, 이들은 혁파해야 할 구태를 주도하다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신뢰 추락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연말에 다시 조직개편과 인사가 진행됐지만 개편은 역행적, 인사 또한 회전문에 갇혀 있었다.

이제 구성원들에겐 S-T/F 보고서에 담긴 조직 혁신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아니 그런 보고서가 존재했는지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S-T/F는 잊혀졌다.

사실 이런 T/F의 실패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구성원들이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할 때마다 사측은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이런저런 T/F를 만들어 시늉을 해 왔다. 구성원들이 혼을 담아 보고서를 제출하면 곁가지 몇몇을 수용해 혁신의 폼만 잡고는 본질적 문제의식은 휴지통에 집어 던지곤 했다. 입에 단 사탕만 취하고 몸에 좋은 쓴 약초는 모조리 뱉어버린 셈이다.

지난 해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에 이어 지난 2일 세월호 보도 참사로 다시 혁신 요구에 직면한 보도본부가 꺼내든 요술방망이는 또 T/F다. 혁신을 위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잔기술이 필요해 꺼내든 T/F라면 지금이라도 판을 접으시길 정중히 권하고 싶다. 그런 실패는 이미 차고 넘치도록 경험했다.

사문화된, 숱한 TF 보고서 속에 혁신의 조건과 과제들은 이미 그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TF의 실패는 보고서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단 한 번도 현실화하지 못한, 아니 현실화하길 주저한 리더십의 실패다.

 

“보도본부 책임자들과 사측은 스스로를 포함해 근원적으로 리더십을 혁신할 의지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할 것이라면 그 보고서는 이미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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