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지난 9년.

지상파 방송은 부패한 정치권력의 스피커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 해 왔다. 그 대가는 참혹하다. 우리의 밑천인 시청자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고, 무너진 신뢰는 상시적이고 구조적인 지상파 방송의 경영위기에 짐을 더하고 있다. 지름길은 없다.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고 있는 잘못된 과거의 뿌리를 캐내고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게 유일한 대안일 뿐이다.

이에 전국 언론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KBS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 MBC 고영주 이사장과 김장겸 사장,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등 공영방송과 국기기간통신 책임자들에게 언론장악과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유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지난 26일에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촛불혁명의 성지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의 ‘언론 5적’에 대한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종편 특혜 철회 등 방송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KBS, MBC 내부에서는 이사장과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기명 성명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고, 피켓 시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에서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7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6월 2일 MBC를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언론 적폐 청산을 위한 집회를 정기 개최하는 등 투쟁 동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SBS도 무풍지대 아니다

지난 겨울 광장에 울려 퍼진 ‘언론도 공범이다’라는 시민의 외침은 이제 방송 언론계 내부의 적폐 청산 투쟁으로 진화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학계와 언론시민단체, 언론노조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지상파 방송 바로 세우기 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방송개혁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듬어 나갈 계획이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안고 있는 SBS 역시 이와 같은 적폐 청산 요구에서 한 발짝도 자유롭지 않다. 

2004년 재허가 파동 당시 SBS가 대국민 약속을 통해 밝혔던 ‘소유와 경영 분리’의 원칙은 껍데기만 남긴 채 내용적으로는 완전히 폐기됐고, 이후 미디어법 제정 과정에서 소유지분 확대로 오히려 대주주의 지배력이 대폭 강화됐다.  이후 SBS는 보도 공정성과 독립성 훼손, 방송 사유화 논란, 지주회사 구조 하에서 지속적 수익 유출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방송 장악의 도구 노릇을 해 온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에 의해 단 한 번도 제대로 조사되거나, 평가되지 못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인 방송 적폐 청산 투쟁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 지난 9년 체념하거나 외면해 결국 우리의 발등을 찍고 말았던 내부의 고질적 적폐들을 하나하나 되짚고 재평가할 것이다. 정밀하게 들여다 보고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 관철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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