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일부 드라마 PD들과 별도 비밀 계약... 명백한 ‘단협 및 사규 위반’

SBS 노사가 합의한 현행 단체협약 1장 1조 1항은 “회사는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당사자가 조합원을 대표하는 조합임을 인정하고, 조합 및 조합원과 관련한 모든 사항에 대하여 조합과 교섭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노사가 합의하지 않은 임금제도를 마음대로 시행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당연히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사측이 일부 드라마 PD들과, 단체협약은 물론 사규에도 명백히 반(反)하는 개별 계약을 비밀리에 체결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 A 피디 요구에 ‘8억 선지급’ 비밀 계약

몇몇 인기작 연출로 주목받았던 A 피디는 개인 사정상 ‘목돈이 필요하다’며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한 타사로 이직하겠다는 입장을 회사에 밝힌 바 있었다. 이에 사측은 인력 유출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A 피디에게 무려 8억 원 가량을 선지급했다. 방법인즉슨, 10년간 받아야 할 연봉의 총액에서 8억 원을 먼저 내주고, 나머지 금액을 매해 나누어 연봉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측은 A 피디에 대해 지급한 8억 원을 회계처리 할 방법이 없자, 호봉제 사원인 A피디의 임금 체계를 노사 합의 없이 비밀리에 연봉제로 바꾸고 거액을 선지급한 근거로 '사이닝 보너스'라는 개념까지 끌어다 붙였다. 사측의 이 같은 행위는 앞서 언급한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며, 사규 상으로 봐도 아무런 근거가 없는 편법이다.

 

A 피디 결국 퇴사... 6억 원 이상 채무 불이행 상태 

하지만 A 피디는 지난해 또 다른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사측이 지급한 8억 원 가운데 무려 6억 원이 아직도 채무로 남아 있는 상태다. 미수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사측은 A 피디에게 드라마 외주 연출을 맡겨 잔금을 받으려 했으나 일선 PD들의 반발로 이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그 방법은, SBS 구성원인 드라마 PD의 연출 기회를 심각하게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었다. 회사가 못 받은 6억여 원은 고스란히 SBS 전체 구성원들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계약을 주도한 사측 인사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까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B 피디의 이중 취업... ‘이면 합의’로 묵인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유명 작가와 친분관계가 있는 B 피디가 이직 가능성을 내비치자, 사측은 중국 내 연출로 번 수입을 전액 보장해 주는 조건의 이면 합의를 체결했다. B 피디는 이 합의를 근거로 몇 차례 중국을 왕래하며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SBS는 B 피디와 근로계약을 맺어 임금도 지급하고, 중국 고액 '알바'까지 용인하는 너그러운 조직 문화를 선보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이중 취업으로, 현행 사규로는 엄격히 금지된 행위이다. 실제로 사측은 안식년에 접어든 일부 사원들이 소득 감소를 이유로 이중 취업 가능 여부를 문의하자 단호하게 거절한 바 있다. 같은 사규가 누구에게는 엄격하게, 누구에게는 고무줄처럼 적용된 것이다. 

 

단체협약 및 사규 위반... 탈법 계약 추진자들 배임 혐의 피할 수 없어

사측은 일부 피디들과의 비밀 계약이 형평성은 물론 ‘단체협약 및 사규 위반’임을 알면서도 인력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경쟁사나 외주사로 빠져 나가 SBS의 드라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일선 드라마 PD들 대다수는 이 같은 사측의 논리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오히려 사측이 비밀 계약으로 일부의 개인적 일탈을 뒷받침해 주며 원칙이 무너지고 조직문화가 심각하게 파괴됐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사측이 탈법적으로 체결한 일부 PD들과의 개별 계약 내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비밀 보장을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조합은 향후 노사협의회 등 노사 간 대화 창구를 통해 단체 협약과 사규 위반 행위에 대해 엄중히 따져 묻고 법률 검토 등을 거쳐 필요하다면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