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중앙일보•JTBC에 대한 ‘막말’에 대해 사과했다. 홍 대표는 어제 “홍 전 회장이 청와대 특보 자리를 얻기 위해 신문과 방송을 갖다 바치고 조카를 구속시켰다고 했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6월 18일 발언 이후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홍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자 한 달여 만에 사과한 것이다.

 

 “집권하면 SBS 8시 뉴스를 싹 없애버리겠다”, “SBS는 내가 키워준 방송인데 그 따위 짓 할 수 있나”, “SBS 사장, 보도본부장은 다 목을 잘라야 한다” 지난 5월 3일과 4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부산과 충북 유세에서 한 발언이다.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천박한 언론관을 드러내는 ‘막말’이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SBS의 명예를 짓밟는 수준 이하의 발언이었다.

 

 발언 이후 많은 언론에서 홍 후보의 ‘막말’을 꼬집는 기사를 썼고 언론노조를 비롯한 여러 언론단체에서 비판 성명이 나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5월 4일 적반하장 격으로 SBS를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규탄하며 직접 행동에 나서 SBS에서 몰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SBS 사측은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홍 후보 ‘막말’에 대한 기사도 SBS엔 없었다. 물론 홍준표 후보를 고발하는 일도 없었다. 자연히 석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홍 후보의 사과도 없었다.

 

 노동조합은 사측이 방송 언론의 공적 책무와 상관 없는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좌, 우 가리지 않고 정치권력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소속 언론인들을 로비스트로 내몰아 왔던 구태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특히 지난 9년 간 집권했던 자유한국당 세력은 사측의 주요 로비 대상이었고 이 과정에 동원된 구성원들은 깊은 자괴감을 호소해 왔다.   

 

 조합은 이런 과거의 부적절한 행태가 ‘막말 제조기’ 정치인의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도 사과 한 마디 요구하지 못할 정도로 SBS의 위상을 추락시킨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측과 대주주에게 묻는다.

 

 SBS엔 더 이상 실추되고 훼손될 만한 명예가 없나?

 SBS 구성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이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게 그렇게 두려운가?

 지난 9년 민주주의와 민생 파탄의 연속이었던 저들의 집권기간 동안 무슨 말 못할 약점이라도 잡혔길래 이런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는가?

 

 사측은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짓밟힌 SBS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라. <끝>.

 

2017년 7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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