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본부에서는 'L.E.S.'라는 영문 이니셜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나온 걸그룹 이름이나 요즘 세대가 즐겨 쓰는 신조어가 아니다. 다름 아닌 SBS 이사회 의장인 윤석민 부회장이 이달 초 보도본부에 전달한 말이라고 한다. 윤 부회장은 “SBS 뉴스에 이런 점이 부족하다”며 “' 'L.E.S.'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졌다.

도대체 L.E.S.란 무엇일까. L은 Live, E는 Entertainment, S는 Show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고 한다.즉, 저 말은 SBS 뉴스에 현장성과 오락성, 쇼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였을까, 이후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앞으로 매일 1곳씩 현장 연결을 하도록 하겠다"는 지침이 나왔고 8뉴스의 현장 중계는 이전보다 늘어났다. 이런 상황을 볼 때 확연히 드러나진 않으나 현장성 외에 오락성과 쇼적인 요소 강화도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윤 부회장은 이외에 뉴미디어 뉴스의 데스킹을 더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지난 200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소유와 경영 분리를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윤석민 부회장은 ‘책임 경영’을 내세워 SBS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도 "지상파 방송의 핵심가치인 방송의 독립성과 뉴스의 공정성은 존중할 것이며 이를 위해 편성, 보도, 제작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공공연히 보도본부에 뉴스의 방향성에 대해 지시하고 데스킹 같은 세부 지침까지 내리고 있는 것이다. 또 이를 대주주의 부당한 간섭으로 규정해 마땅히 거부했어야 할 보도책임자들은 지시에 즉각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시의 내용마저 문제가 크다는 게 조합의 판단이다. 현재 SBS 뉴스에 부족한 게 과연 'L.E.S'일까? SBS 뉴스 신뢰도와 영향력이 추락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장성과 오락성 부족 탓인가. 부적절한 지시에 잘못된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가뜩이나 갈 길 먼 보도본부엔 더더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윤세영 회장은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를 단행한 뒤 담화문에서 "안팎에서 제기되었던 공정방송 요구를 적극 수용.. 내외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전권을 부여함으로써 공정방송을 향한 저의 확고한 의지를 적극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방송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 ‘L.E.S’ 강화인가? 답이 없을 줄 알지만 오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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