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8월 20일 저녁 8시에 <8뉴스>를 방송하지 않았다. 메인 뉴스를 1시간 뒤로 미룬 대신 SBS가 생중계한 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국민인수위 대국민 보고대회'라는 이름의 청와대 행사였다. 메인 뉴스 시간을 절대 바꿀 수 없는 건 물론 아니나 이번 청와대 행사가 그 정도 의미가 있는 행사였는지는 의문이다.

불과 사흘 전인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고 S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이 회견을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했다. 이른바 '짜고 쳤던 기자회견'에서 탈피해 화제가 됐던 당시 회견과 달리, 이번 토크쇼는 청와대에서 정권 홍보를 위해 모든 내용을 기획했다. 회견 사흘 만에 열린 청와대 홍보행사를 지상파 SBS가 메인 뉴스를 제쳐놓고 또 S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도록 하면서 생중계했어야 했을까.

8월 23일 열린 <제319차 시청자위원회>에서 행사 생중계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시청자위원들은 "메인뉴스는 방송사의 간판이고 권력 감시의 상징", "권력감시의 상징인 언론에서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 행사를 중계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SBS의 간판 아나운서가 청와대 부대변인과 나란히 청와대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면서 "이런 장면이 SBS의 독립성 확보와 신뢰도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지한 고민과 내부 논의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SBS를 신뢰하는 언론사로 꼽은 응답자는 1%대에 불과하다는 기자협회의 회원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돼 큰 충격을 줬다. 위원들은 이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SBS가 지난해부터 몇 차례에 걸쳐 뉴스 시스템을 개편하고 보도간부를 바꾸고 앵커를 교체하는 등 노력했지만 신뢰 지표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왜 SBS 뉴스가 저평가 받고 있는지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시청자위원회에 출석한 보도책임자는 "행사 때문에 메인뉴스를 미룬 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청자위원들은 이외에도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단독 보도가 있었지만 보도량이 너무 적어 단독의 효과가 없었다", "삼성 장충기 문자 보도는 삼성과 언론의 유착을 드러냈으나 후속 보도가 없었다" "MBC 파업과 모 언론사 사주집안의 폭행 사건 등은 보도하지 않거나 단발성 보도에 그쳤다"면서 SBS에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주문했다.

시청자위원회 다음날인 24일 보도국장은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SBS 뉴스가 회사 안팎에서 밋밋하다는 평가를 여전히 듣는다… 언론의 정도, 권력에 대한 비판이 두루뭉술하거나 현상에 치중하고 분석이나 심층성이 부족하다고 주변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진단은 정확한데 왜 SBS 뉴스는 달라지지 않고 있을까. 어떤 권력이든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두루뭉술한 비판에만 자족하면서 신뢰도 상승을 기대하는 건 헛된 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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