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언론이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가 되는 건 정의가 아닙니다"

1. 독대 당시 누구로부터 어떻게 연락을 받았습니까?

2009년 6월 초, 오전 10시 반쯤 당시 회장 비서실장의 휴대전화 연락을 받았습니다. 회장께서 급히 찾으시니 다른 일정 취소하고 즉시 귀사하라는 호출 메시지였습니다. 오전 10시 반쯤 과천 환경부 청사로 가는 올림픽 대로 상에서 전화를 받고 차를 돌려 11시쯤 목동 SBS 본사 회장실에 도착했습니다.

2.  윤세영 회장과 이 전에도 보도 관련 내용으로 이렇게 독대한 적이 있습니까?

보도와 관련해서는 처음이었습니다.

3.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환경전문 기자를 호출, 독대해 정부 논리를 옹호하는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SBS의 최고위 경영자가 일선 담당기자를 불러들여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왜 해서는 안 되는지, 토론하자’는 상황, 당시 이명박 정권이 언론사에 가한 간섭 압박이 얼마나 심하면 이럴까 싶은 생각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당시 정부도 언론사도 정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4. 일선 기자의 입장에서 SBS 내의 모든 의사결정권을 틀어쥔 대주주와의 독대가 상당한 압력으로 느껴졌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피할 수 없는 압박입니다그러나 소금이 짠 맛을 잃을 수 없듯이 기자로서 시시비비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5. 윤 회장과의 독대 및 지속적인 4대강 비판보도가 환경전문기자 폐지 및 논설위원실 발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지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4대강 사업 비판 보도뿐 아니라 경인운하(아라뱃길) 사업의 경제성 조작 의혹, 재벌기업(삼성, 롯데)의 환경 관련 문제 보도처럼 당시 정부 권력과 대기업의 비위를 거스른 것도 함께 작용했다고 봅니다.

6. 인사 조치 과정에서 모욕감을 느끼셨나요?

2009년 12월말 인사에서 동기생들과 달리 부국장 승진도 누락됐습니다. 2010년 1월 초 인사팀 실무 책임자(이**)에게 경위를 묻자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충성도가 중요하다, 처신 문제다, 회사의 정책을 이해하고 사장 본부장 운영 방침에 잘 따라주고... ‘전문기자‘는 회사가 인사 방침으로 부여한 것일 뿐, 자격증이 아니다, 회사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발언을 들었습니다.

7. 박수택 환경전문기자를 포함한 취재 인력이 인사조치 된 이후 SBS의 4대강 비판 보도가 거의 사라지는 등 언론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시청자 대중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으로서 국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다루지 않고 눈을 감으면 '잠자는 개'(sleeping dog)라는 비아냥을 듣게 됩니다.

8. 대주주 태영은 SBS의 4대강 비판보도 축소, 위축 이후 4대강 사업에 직접 참여해 담합 입찰로 처벌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소회는 어떤지?

SBS는 소유 구조가 ‘민영-private owned’지만 전파는 국민에게 빌려 씁니다. 따라서 방송은 마땅히 공공선을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방송 언론이 사적 이익 추구의 도구가 되는 건 정의가 아닙니다.

9. 윤 회장과의 독대가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합니까?

2003년 부장 승진과 함께 소위 라인 보직을 사양하고 현장을 뛰며 SBS 뉴스 이미지와 경쟁력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처음엔 회사도 환영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건만...우리 방송계 최초로 취재보도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다가 정년퇴임하는 기자가 되겠다던 소망을 이루지 못한 것, 저에겐 죽는 날까지 지울 수 없는 치욕이며 한(恨)입니다.

10.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민, 서민, 유권자, 소비자, 납세자, 노동자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에 두고 이런 분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해주십시오. 청와대, 재벌, 대주주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여러분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으로 보람을 삼아주시길, 마지막으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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