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사유화 근절! SBS 정상화의 첫 발!

곳곳에서 균열과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한국 사회 전체를 퇴행시키고, 언론자유의 붕괴와 방송 독립성 훼손을 불러온 지난 9년의 견고했던 벽에 금이 가고 있다. 벽 안에 갇혀 있던 동료 방송인들의 저항은 총파업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연대와 응원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밖에서 깨고 안에서 쪼는 ‘줄탁동시’의 형국이 방송개혁의 새로운 서막을 열고 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방송 언론 개혁의 범국민적 요구가 지금처럼 뜨겁게 솟구쳐 오른 적은 없었다. 이는 방송답지 않은 방송, 언론을 참칭한 사회적 흉기에 대한 적폐 청산 요구이며, 이번만큼은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자율성을 제대로 세워내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지난 주 공식 출범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방송사유화 실태 조사 특별위원회’는 바로 이런 엄중한 역사적 흐름 속에 내딛는 SBS 방송 개혁의 첫 발이다.

특위 출범의 첫 번째 이유는 ‘반성’이다.  

민생을 파탄내고 국정을 농단했던 도적떼들의 집권 기간 SBS는 전 방송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6명의 청와대 실장과 수석을 배출하며 ‘청와대 인력 파견업체’냐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들이 방송언론을 초토화시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린 암흑의 세월 동안 우리는 ‘그나마 SBS’라는 얄궂은 세평을 마치 SBS에 대한 절대적 신뢰인양 자위해 왔다. 겉으로는 중심을 잡는 척 했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국정농단 세력을 지원하는 방송과 보도로 권력에 아부해 왔으며, 대주주는 사적 이익을 위한 방송을 사유재산처럼 농단하며 사회적 신뢰와 방송 공공성을 근본부터 훼손해 왔다. 많은 구성원들은 ‘이것도 회사일’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정당화하며 부당한 방송 사유화 지시들에 대해 저항을 주저해 왔다. 이렇게 만연한 방송 사유화와 무너진 독립성은 하루하루 나이테처럼 쌓여 광범위한 SBS 디스카운트를 만들어냈다. 특위 출범은 문제적 사례들을 재조명해 우리의 노동이 더 이상 SBS를 망치는 방송 사유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반성’의 다짐이다.

더 중요한 특위 출범의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이다.

우리가 험난한 언론인의 숙명을 영혼 없는 샐러리맨의 안온함으로 대체해 얻은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SBS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끝 모르게 추락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지난 16일 기자협회보가 언론인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영향력에서 JTBC의 1/10 정도인 2.7%라는 초라한 수치로 5위를 기록했던 SBS는 신뢰도 조사에서 아예 기타로 분류돼 브랜드마저 도표에서 사라져 버렸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MBC보다 뒤쳐진 수치이다. 붕괴한 신뢰는 이제 구체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옥죄고 있다. 지상파 전체의 추락 속에 SBS 광고 판매액은 8월 들어 종편 JTBC에마저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시청률이 아무리 좋아도 시민 속에 단단히 뿌리박아야 할 신뢰가 증발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냉엄한 현실이다.  노동조합은 방송답지 못한 방송, 언론답지 못한 언론이 될 것을 강요했던 우리 내부의 썩은 뿌리를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에 엄중한 두려움을 느낀다.

특위 출범의 또 다른 이유는 ‘절박함’이다.

15대 노동조합은 출범 이래로 이명박-박근혜 집권 기간 동안 철저히 무너진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공공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사투를 벌여왔다.  조합의 고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사측은 최순실 사태와 촛불혁명의 충격을 경험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주주며 사장이며 할 것 없이 앞다퉈 ‘공정방송’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신뢰할 수 없는 방송이라는 SBS에 대한 광범위한 디스카운트가 깊게 뿌리내린 뒤였다.  이런 SBS 디스카운트는 지난 5월의 세월호 보도 의혹과 관련한 파문을 거치며 불신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전 구성원들이 절감케 했다. 디스카운트를 일소할 근본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말뿐인 ‘공정’만으로는 시청자 신뢰 회복이 요원하다는 ‘절박함’이 조직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물러섬 없이 나아가자!

지난 주 방송사유화 조사 특위 구성이 알려지자마자 노동조합에는 의미 있는 제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암묵적으로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던 정보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대부분 방송사유화 과정에서 부적절한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던 조합원들의 회한이 담겨 있으며, 상당수는 현행법에 저촉되는 위법한 것들로 판단된다.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다. 노동조합은 위기의 우리 일터를 책임 있고 믿을 수 있는 방송, 가장 강력한 저널리즘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이루는 SBS로 재건하기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특위 활동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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