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특위 연재 리포트2]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WHY(?)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는 지난 노보(251호)에 이어 신뢰와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지상파 방송 SBS를 사유화한 문제적 사례들을 조명한다. 지난 호에 밝힌 대로 4대강 비판 보도에 대한 대주주의 보도 통제 압박은 서막에 불과했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윤세영 회장의 실질적 압력과 보도지침이 지속적으로 내려져 왔음이 여러 구성원들의 증언과 그리고 실제 보도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파탄으로 몰아간 박근혜 집권 기간 동안 윤 회장은 ‘박근혜 정권을 도와야 한다’며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사실상 포기하도록 하는 지침을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반복적으로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지원받으려면 박근혜 정부를 도와줘야 한다” 노골적 정권편향 지침 하달  

이 같은 보도지침은 지난 2015년 초 윤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노골화됐다고 복수의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증언했다. 윤 회장은 보도본부 부장 이상 보직자 전원을 소집한 오찬 자리 등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의 보도지침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질 때까지 거듭 지시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은 밝혔다. 일부 참석자들은 때로 윤 회장의 발언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특정한 표현을 메모해 놨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 메모에 따르면 지난 해 4월 4일 보도본부 부장단 오찬 자리에서 윤 회장은 ”대통령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좀 도와줘야 한다”“나는 이런 말을 해도 된다”고 발언한다. 또 같은 해 9월에도 보도본부 일부 간부들을 대상으로 윤 회장은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尹 회장 ‘보도지침’ 문서 확보…불법적 보도 통제의 물증  

노동조합은 또한 지난 해 10월 10일 보도본부 부장 이상 보직자 오찬 때 윤 회장이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며 지시한 사실상의 보도 지침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이 문서는 당시 비서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는 이미 최순실 게이트가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면서 박근혜 정권이 몰락의 길로 들어서던 시기이다.

<SBS 뉴스 혁신>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뉴스의 가치와 행동 규칙까지 지시하는 구체적 지침이 담겨 있다. 문서 전체가 유신시대에나 봤을 법한 불법적이고 구시대적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국정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충격적 내용들이다.

 

광고영업에 기자 동원 지시…앵커 클로징 멘트까지 개입

윤 회장이 보도의 공유 가치라고 지시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며, 심각한 안보환경을 직시하고 여론을 선도한다”는 대목은 박근혜 정권이 정치적 반대 세력이나 비판적 시민 사회, 노동운동 진영을 ‘종북 좌파’로 여론몰이하는 과정에서 단골로 동원했던 개념들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SBS 생존과 발전에 보도본부도 주역이 돼야 한다’‘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 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광고 영업 지시까지 포함돼 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견제,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기자들에게 공공연히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광고를 따오라는 어처구니 없는 지시다.

尹 회장 “시니컬한 클로징은 비신사적 행위”

아울러 “클로징과 앵커멘트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제시한 행동규칙에는 ‘잘 모르면서 시니컬한 클로징을 하는 것은 비신사적 행위’라고 언급한다. 이는 윤 회장이 보도본부 기사 한 줄, 앵커의 클로징 멘트까지 개입해 통제한 명백한 물증이다. 이 대목은 당시 SBS의 일부 앵커들이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앵커멘트로 사회적 관심을 끌자 이에 부담을 느낀 윤 회장이 앵커멘트를 통한 박근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윤세영 회장의 보도지침은 방송보도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도실무자들의 자율성을 철저히 훼손한 방송법 위반 행위이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악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SBS 방송을 사유화해 온 명백한 증거다. 그 방향이 옳건 그르건 대주주가 보도의 방향성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이다. 

비서팀은 이후 이 문서가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민감한 부분을 삭제하고 일부 표현을 바꾼 수정된 보도지침을 배포한다.

무차별적으로 실행된 ‘보도지침’…SBS 방송 독립성-공정성 파산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야 할 보도본부 간부들은 인사권을 포함한 SBS의 모든 권한을 틀어쥔 윤 회장의 말을 ‘성경말씀’처럼 여기고 말단기자들에게까지 이 지침을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으로 강요한다. 이 때부터 SBS 보도에 그나마 남아 있던 신뢰는 완전히 파산지경으로 추락한다. 노동조합은 윤 회장이 경영에 공개적으로 복귀한 직후인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태블릿 PC보도가 나온 2016년 10월 24일까지 8뉴스 보도를 전수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662일간 총 532건의 박근혜-청와대 관련 보도가 쏟아졌는데 기사에 청와대 관련 비판은 실종됐고 단순동정 보도와 일방적인 박근혜 입장 전달로 점철됐다. 거의 매일 1꼭지 이상씩 ‘땡박뉴스’를 쏟아냈음이 통계적으로 입증되는 셈이다.

태블릿 PC 폭로 당일에도 박근혜發 개헌 11꼭지

더구나 상당수 언론을 통해 국정농단 관련 보도가 1달 넘게 이어지던 중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증거인 태블릿 PC보도가 터져 나온 지난해 10월 24일에도 SBS는 박근혜가 국면전환을 시도하며 던진 개헌 제안을 무려 11꼭지나 보도했다. 당시 보도본부가 ‘회장님의 보도지침’을 마지막 순간까지 충실히 실행에 옮겼음을 보여준다. 이에 앞서 윤 회장은 조직을 혁신하겠다며 단행한 지난 해 8월 인사를 통해 자신의 비서실장을 보도본부장에 임명했다. 당시 임명된 보도본부장 등 지도부는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최순실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를 지속적으로 묵살했다.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대주주의 보도지침을 이행한 것이다. 결국 jtbc의 태블릿 PC 보도 이후 SBS는 시청률, 영향력, 신뢰도 등 모든 지표에서 크게 추락하며 회복하기 힘든 위기를 맞는다. 태블릿 PC 보도 직후 뒤늦게 급조된 특별취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특종을 내놓은 것만 보아도 사건 초기에 노조와 구성원들의 요구대로 특별취재팀을 만들었더라면 SBS 보도가 적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위안부 합의 띄우기’ 보도 尹 회장이 지시”…복수의 증언

윤 회장의 보도지침에 따른 방송 공정성 파괴는 국정농단의 결정적 순간마다 위력을 발휘한다.  세월호 관련 보도 축소와 개성공단 폐쇄, 위안부 졸속 합의 등 사회적 논란이 거셌던 현안마다 SBS는 꼭 결정적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편향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최근 노동조합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 타결 당시 8뉴스 보도가 윤 회장의 직접 지시로 노골적인 박근혜 정부 띄워주기로 일관했다는 복수의 결정적 증언을 확보했다.

 

“尹 회장이 보도국장에게 직접 보도 방향 지시” 

당시 관련 기사를 출고했던 복수의 정치부 조합원들은 이와 같은 편파 보도에 대해 몇몇 구성원들이 정치부장에게 항의했으나 정치부장은 해설성 리포트 제작 등 당일 위안부 합의 보도 방향을 “尹 회장이 보도국장에게 직접 전화로 ‘합의가 잘 된 것 아니냐’며 보도 방향을 지시했으며, 보도국장이 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해설성 리포트 제작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털어놨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보도본부 조합원은 이 같은 정치부장의 발언이 일부 부원들에게 알려지자 당시 보도국장이 “정치부장이 회장님 말씀을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면 어떻게 하냐”며 정치부장을 원망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위안부 졸속 합의를 “새 돌파구”로 띄우고 “더 큰 미래 열자”고 선동

 

실제 SBS는 2015년 12월 28일 8뉴스에 총 9 꼭지의 관련 보도를 배치한다. 그런데 첫 보도와 9번째 보도는 제목부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당일 KBS와 MBC를 포함한 거의 모든 방송이 “위안부 합의 타결.. 일본 정부 ‘책임 통감’” 등의 중립적 제목을 달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마저 미흡한 합의 내용을 비판했던 것과 달리 SBS는 톱 꼭지의 제목으로 “위안부 타결..한일관계 새 돌파구 열었다”를 배치한 데 이어, 9번째로 “새 출발하는 한일.. 더 큰 미래 열자”는 논설성 리포트를 배치해 문제적 합의를 노골적으로 찬성하는 데 열을 올린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내용은 더 가관이다.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한국이 동북아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거나, 투자와 한류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아무런 근거 없이 합의의 부수적 효과를 부풀려 포장하는 데 급급했다. 또한 북핵문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찬사까지 동원한다.

이처럼 윤 회장의 보도지침으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 SBS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국정농단 세력이 직접 장악한 KBS, MBC보다 편향된 뉴스로 시청자를 기만하는 상황을 초래했던 것이다.

SBS 위기의 핵심은 이명박-박근혜 내내 이어진 尹 회장의 방송 통제와 사유화

윤 회장의 지침에 의한 방송통제와 사유화는 SBS의 위기를 초래한 핵심적 요인이다. 윤 회장은 이명박 정권 출범과 함께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완전히 내팽개쳤고 이후 SBS에 위해가 되는 결정적 순간마다 사익을 앞세운 지침을 전 조직에 강요하며 SBS를 깊게 멍들게 했다.

대표적인 예가 다름 아닌 종편 탄생의 배경이 된 ‘미디어법’ 개정 과정에서 내려진 윤 회장의 보도 지침이다.  SBS 본부는 지난 2009년 보수 족벌 신문들에게 방송겸영의 길을 터주는 미디어법 개정이 여론 독과점뿐 아니라 방송광고 시장 교란 등으로 SBS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경고하고 3차례에 걸친 파업투쟁을 벌이며 강력한 언론악법 저지 운동을 전개했다.

2009년 尹 회장 “미디어법 통과돼야 SBS에 도움”

하지만 윤 회장은 당시 직원 조회 등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미디어법(개정)은 SBS에도 산업적으로 도움이 된다며 반대하지 말라”고 강변한다. 당시 사장 등 경영진은 이런 대주주의 지침을 여과 없이 수용해 2009년 초 “추진 중인 법안이 일부 불만스런 면도 있지만, 규제완화와 미디어 산업을 시장 경제 차원에서 육성 발전시켜, 다양한 자본 참여를 통해 민영방송을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정부와 노골적인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또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개정 논리를 퍼뜨리는 데 앞장섰던 관변 학자까지 회사로 초청해 13층 강당에서 사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듣도록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미디어법 반대 파업에 나선 조합원들에 대해 대규모 징계를 자행한다. 후일 이명박의 오른팔로 변신하는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은 이런 내용을 직접 단신기사로 작성해 8뉴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하기까지 한다. 미디어법에 반대하지 말라는 윤 회장의 지침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앞으로는 미디어법 찬성, 뒤로는 지분 제한 40% 상향 로비

이처럼 앞으로는 방송 언론의 공공성과 SBS의 미래를 위해 몸을 던져 헌신한 조합원들에게 징계의 칼날을 휘두른 대주주와 경영진은 뒤로는 사익을 위한 로비활동을 전개한다. 미디어법 통과 과정에서 민방 대주주 지분 제한을 30%에서 40%로 올리는 법률 개정안을 밀어 넣은 것이다. 당시 정-관계에서는 이 법률 개정안이 ‘SBS법’ 내지 ‘윤세영 법’으로 불릴 정도였다.

미디어법 개정안 통과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후퇴와 여론 지형이 파괴된 것은 물론이고 SBS는 만성적이고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든다. 여기에 윤 회장의 보도지침으로 제대로 된 권력 비판마저 차단당하면서 이제는 영향력과 신뢰도, 시청률 조사에서 일부 종편 채널에도 역전 당한 결과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광고 시장마저 잠식당해 지속적인 제작 여건 악화 등으로 SBS구성원들은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렇게 SBS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사익을 앞세워 미디어법 개정에 찬성한 뒤, 조직 전체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자, 윤 회장의 심복 노릇을 하던 여러 경영진은 여러 자리에서 조합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한다. 박근혜 정권의 홍보수석으로 언론부역자 명단에 오른 김성우 당시 기획실장은 후배 기자들에게 “SBS 노조가 언론노조를 통해 종편을 좀 견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주주가 초래한 위기의 책임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기까지 한다.

이처럼 보도에 불법적인 지침을 내려 SBS의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사익을 앞세워 SBS 구성원 전체를 심각한 위기로 내몬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부회장 부자는 물론 당시 경영진은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진솔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부회장은 SBS 미디어 홀딩스를 배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건설이 위기에 빠지자, 보도를 넘어 아예 SBS 전체를 사유화해 태영의 돈벌이를 위한 로비와 홍보수단으로 동원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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