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특위 연재 리포트3] 궁금한 이야기 WHY(?)

윤세영 회장은 지난 11일 사임 담화에서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법을 거론하며 '이사임면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파악하고 있는 수 많은 문제적 사례들은 하나 같이 언론사로서는 물론이고 일반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없으며, 일어나서도 안되는 실정법 위반 행위들로 가중처벌이 불가피한 내용들이다.

특히 이러한 불, 탈법적 경영 행위들은 지난 2009년 미디어홀딩스 부회장에 취임한 윤석민 부회장의 등장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태영 건설 지분 승계 이후 태영의 경영 위기가 발생하자 SBS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전방위로 동원해 사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주주와 경영진의 탈법적 행위가 전염병처럼 SBS를 휘감은 것이다.

 

태영의 이익을 위해 몸을 불사른 SBS

그 가운데 가장 악질적인 것은 SBS 구성원들이라면 누구나 공공연하게 알고 있는 ‘인제 스피디움’과 태영의 ‘광명역세권 데시앙 분양사업’ 성사를 위한 SBS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행위들이다. 하나같이 SBS의 이해와 하등 관계가 없는 일들이었지만,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공재인 SBS 전체를 심부름센터와 로비 수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태영건설은 지난 2014년 모터 스포츠 시설인 인제 스피디움 경영권 인수 이후 재무상태가 급속히 악화돼 당해년도 334억의 영업손실과 789억의 순손실을 기록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자금이 소요되고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해지자, SBS의 전파와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하기 시작한다.

 

윤석민 부회장 인수한 인제스피디움 자금난에 SBS 방송 전방위 사유화

2015년 6월 대주주는 뜬금없이 ‘자동차 3천만대 시대를 맞아 모터스포츠 대중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각종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을 지시하고 SBS 경영진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겨 프로그램 경쟁력이나 시청자 반응 등은 고려하지 않고 관련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을 강행한다. 

스피디움 배경 프로그램 무더기 편성으로 홍보 대행사 자처

이에 따라 교양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는 물론 간판 예능 ‘런닝맨’, 그리고 아예 모터스포츠를 소재로 한 ‘더 레이서’, ‘더 랠리스트’ 등의 프로그램이 2015년 하반기에만 20여 차례나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제작돼 방송됐다.

그러나 ‘더 레이서’는 직전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의 3배가 넘는 1회당 1억 8천만 원의 제작비를 쏟아 부었으나, 시청자들의 외면 끝에 단 7회 방송으로 종영되고 만다. 주말 황금시간대 방송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률은 2.7%, 광고판매율은 13%에 그쳐 SBS 경영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당시 관련 프로그램들의 제작 총괄 책임은 제작본부장이던 박정훈 현 사장이다.

같은 해 SBS는 강원도와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유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까지 한다. 지상파 방송의 사회적 책무와 무관하게 대주주 태영이 인수한 골치덩어리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를 위해 SBS가 들러리를 넘어 바람잡이 노릇을 자처한 셈이다. 

스피디움 숙박권 강매 후 처리 곤란으로 공짜 배포

태영은 또 SBS 미디어홀딩스를 통해 인제스피디움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억대가 넘는 숙박권을 SBS를 포함한 전체 계열사에 강제로 떠넘기기까지 했다.  당시 이웅모 사장(현 미디어홀딩스 사장)은 노사협의회 공식 대화 석상에서 “계열사와 연관된 곳이 어렵고 하니, 주변에 있는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각 사 사정에 맞게 사주게 됐다”는 궤변으로 불법 부당지원 행위를 대담하게 시인한다. 인제 스피디움은 대주주의 이해를 빼고는 SBS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법인으로 인제 스피디움 경영상황을 고려해 SBS가 숙박권 구매를 결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대주주의 손해를 덜어주기 위해 SBS가 손해를 대신 떠안은 것이다. 억지로 떠안은 숙박권을 처리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공짜로 뿌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이를 거꾸로 증명한다.

SBS 전직 사장 등 스피디움 예산 유치 정관계 전방위 로비

대주주의 사활이 걸린 인제 스피디움을 살리기 위해 동원된 SBS의 사유화는 그저 손해를 떠안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대주주의 지시를 받은 전직 SBS 사장과 간부들이 인제 스피디움 관련 정부 예산 편성 등을 위해 정관계를 대상으로 조직적 전방위 로비를 펼쳤고, 실제 관련 예산을 따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주주가 완벽히 장악한 이사임면권에 따라 임명된 SBS 경영진은 사실상 윤세영-윤석민 대주주 일가의 개인 비서 노릇을 하며 앞장서서 SBS의 이익을 훼손하고 SBS를 망치는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노동조합이 윤세영 회장의 이른바 ‘말뿐인 선언’을 결코 믿을 수 없는 이유이다.

 

스피디움의 이란성 쌍생아…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

태영은 지난 2006년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세권 D3 블록을 매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인허가 국면에서 번번이 가로막혀 분양이 성사되지 못했으나, 2014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자금난이 가중되자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에 사활을 건다.

태영 분양 허가 노리고 SBS 동원 전방위 우회 로비

윤석민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SBS 임원들은 광명시의 관심분야인 광명동굴 관련 사업을 위해 대거 현장을 방문하고 지원 방안을 모색한다. 태영 분양사업의 인허가권자인 광명시의 숙원 사업을 SBS가 대신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우회 로비를 시도한 것이다. 2015년 7월 방송편성위원회에서 노동조합이 이 부분을 문제삼자 양기대 광명시장과 언론사 선후배 사이였던 전 SBS 보도본부장 최영범은 “부회장도 말씀하시고”라며 부회장의 지시로 보도본부장의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광명 동굴을 방문하고 로비를 시도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SBS 동원 분양 성공으로 돈방석 올라앉은 태영 건설

대주주와 SBS 경영진은 광명에서도 인제스피디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송을 사유화해 전파를 로비 수단으로 마구 활용한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 SBS의 전파와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한 대주주 태영건설의 전방위 로비는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광명 역세권 분양 사업의 성공으로, 2014년 344억원 영업손실, 2015년 불과 25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던 태영건설은 2016년 무려 581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1년 만에 무려 23배나 영업이익이 폭증한다. 공적 책무를 져야 할 SBS는 태영의 로비스트로 전락하고 과실은 대주주가 따 먹은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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