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협 개최…’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조사 결정

SBS 노사 양측은 단체협약 41조에 따라 10월 27일 공정방송실천협의회를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와, SBS 방송 독립성 침해 여부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결정은 지난 달 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명박 정권의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지난 2009년 4월 즈음 당시 SBS 사장이던 하금열씨와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정원 개혁위 “하금열 사장, 국정원과 접촉” 발표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 내용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공공성이 강조되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지상파 방송 SBS가 정권 차원의 여론 조작과 정치 공작의 수단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사내외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특히 개혁위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 요원들이 하 전 사장을 만났다는 시점은 큰 파문을 일으켰던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의 ‘논두렁 시계’ 보도가 나오기 전으로 추정돼 관련 보도가 국정원의 공작에 의한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일고 있다.

 

SBS 취재와 국정원 연관 증거 발견 못 해

물론 국정원 개혁위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SBS의 취재가 국정원과 연관됐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수사 상황을 취재했던 기자들도 취재 과정에서 국정원 측과 어떤 접촉도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미디어법 개정과 4대강 사업 등 현안마다 정권 편향적 보도를 일삼아 거센 비판을 받았던 하 전 사장과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이 이후 이명박 청와대의 대통령실장과 홍보수석비서관으로 변신하면서, 의혹은 사내에서조차 불식되지 않고 있다. 또한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015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한 명품시계 보도가 국정원 작품이며 언론사가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측 수수방관… 신뢰 회복에 걸림돌

8년 전 보도 과정에 대한 의혹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큰 타격을 입은 SBS의 신뢰도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아무런 책임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상황 악화를 방조하다시피 했다. 2년여 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언론 인터뷰가 보도된 뒤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의혹이 재차 점화됐을 때도 투명하고 객관적인 진상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사측은 이를 무시했다. 그 뒤로 의혹은 더욱 커지면서 호미로 막을 가능성이 있던 일이 이제는 가래로도 막기 힘들 정도로 악화돼 SBS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조합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막연하고 모호한 태도로 상황 악화를 방치하는 사측의 태도로는 신뢰 회복이 요원하다는 판단 아래 공방협을 통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조사 착수를 공식 요구했다.

 

노조 “수사 의뢰해서라도 진실 알려야”

공방협 논의에서 조합은 전직 사장까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고, 조사 과정과 방법의 한계로 인해 밝히지 못하는 부분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의뢰해서라도 명명백백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입장을 사측에 전달했고 사측은 이를 수용했다. 외부인사가 전 조사 과정을 주도하게 될 진상조사위 구성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이번 주 내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SBS는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 동의제를 도입하고 적폐 청산을 통해 신뢰받는 1등 방송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중이다. 국정원이 SBS를 여론 조작과 공작 정치의 도구로 써먹었다는 의혹과 멍에를 안고서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다짐은 공허한 말장난이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한 조사로 진실을 드러내는 것만이 과거와 철저하게 결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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