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열린 공정방송실천협의회의 노사 합의에 따라 구성된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가 그 결과물을 내놨다. 진상조사위는 언론학자와 SBS 시청자위원,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한국기자협회 SBS지회에서 참여했으며 11월 2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34일간 활동했다. (보고서 전문은 여기에서)

 

[조사 결과 요약]

∘ 2009년 5월 13일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음.

- 취재기자와 취재 및 보도 관련자 등 당시 보도라인에 있던 조사 대상자 모두 국정원이나 국정원을 통한 임원진의 보도 개입에 대해 부인함.

-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외부인사의 SBS 출입기록을 확인했지만, 보도에 개입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는 찾지 못함.

- 하금열 당시 SBS 사장,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의 조사 거부로 이들을 통한 국정원의 개입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지 못함.

∘ ‘논두렁’ 표현에 대한 출처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음.

-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시계를 받아서 버렸다고 한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국정원 개혁위, 측근, 검찰 등을 통해 확인되나 ‘논두렁’ 표현의 출처는 확인할 수 없었음.

- 당시 취재기자는 ‘논두렁’ 표현을 검찰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계를 버린 사실은 추가 취재로 확인했지만 ‘논두렁’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해 최초 취재원 이후에 특정해 확인했는지 명확하지 않음.

- 대검찰청은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 열람은 불가능하다고 답함.

- 국정원 개혁위는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했고 국정원 전산자료를 조사한 결과 ‘논두렁’ 단어가 포함된 문건이 발견되지 않음.

 

[평가 및 제언]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는 취재 및 보도 관계자 조사를 중심으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이 기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조사를 거부하거나 때로는 기피하는 핵심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없다는 점은 극복할 수 없었던 조사의 한계였다. 특히 당시 SBS의 총 책임자였던 하금열 전 사장과 보도책임자인 최금락 전 보도국장이 끝내 조사를 거부하면서 국정원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

당시 검찰 수사의 총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경우에도 2015년 2월 신문기사와 2017년 11월 입장자료에서 ‘심증’만 제시했을 뿐 아무런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전 중수부장은 국정원 개혁위의 조사도 거부하고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진상조사위가 접촉할 수 없었다. 취재와 보도 이후 8년 6개월이 지나 조사에 응한 관계자도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어려움도 있었다. 2009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기록에 어떤 진술 내용이 담겨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의혹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었는데 대검찰청의 협조 거부로 전혀 열람하지 못한 점도 크게 아쉽다.

당시 취재기자를 비롯한 SBS 취재진은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국가정보원이 아니라 검찰 관계자를 취재했고 다른 검찰 인사를 통해 추가 확인 취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진술대로 당시 취재 과정에 특별한 하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지 않은 현실에서 검찰 관계자의 발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검찰 취재 관행이 그것이다. 취재과정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보도에서 검찰 외에 다른 관계자 취재가 부실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관행을 치열한 취재경쟁 속에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에 대한 의혹 자체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규명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언론이 지금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는 검찰발 수사 속보와 단독 보도의 취재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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