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기반한 임협 타결은 지속가능한 SBS를 위한 조합원들의 결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4일 사측과 2017년도 임금협상 합의안에 공식 서명했다.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최저임금 상승 등의 요인을 고려해 시간외수당 요율을 대폭 인상하고 각종 ‘꺾기’와 신청 제한 조항 등 불법적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함으로써 기본급 동결로 인한 조합원들의 손실 보전과 실수령 임금을 늘리는 방안을 채택한 것이 합의안의 골간을 이루고 있다.

호봉직 기본급 동결 – 시간외수당 제도 개선 – 복지포인트 대폭 인상 

또한 격려금 100% 일시 지급과 복지포인트 인상 및 150만 포인트 추가 지급으로 2017년도 영업 성과를 조합원들이 차별 없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했다.

압도적 지지로 대의원회의 승인을 얻은 합의안이었으나, 사내 일각에서는 위와 같은 임금협상 내용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의 핵심은 흑자를 냈는데 왜 기본급을 동결하느냐는 것이다. 조합도 기본급 동결을 전제로 한 임금협상 합의는 내부 불만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협상에 임했다.

2016년 영업 적자로 인해 기본급을 동결한 데다, 2018년 올해도 각종 빅이벤트 등으로 인한 적자가 불 보듯 뻔한 상황으로 2017년마저 기본급을 동결할 경우, 3년 연속 기본급 동결이 현실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KBS와 MBC 등 타 지상파 동료들의 파업 투쟁 장기화로 인한 광고 영업수지의 반짝 상승과 노동조합의 RESET! SBS! 투쟁 과정에서 사측이 지주회사 내 타 계열사들에 대한 콘텐츠 요율을 대폭 인상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한 점도 노동조합 집행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일시적, 돌발적 흑자에도 구조적 위기는 심화… 기본급 인상 제약 요인으로 작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은 일시적이고 돌발적 요인에 의한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구조적 위기에 봉착해 있는 조직 전반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구조적 부담을 주는 기본급 인상을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쪼그라들고 있는 매출 구조 속에 비용 절감으로 겨우 소규모 수익을 올리는 악순환, 지상파의 위기 심화는 그저 임협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사측의 협상 전략이 아니라 현실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급을 올려 누적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식의 합의는 일시적 이익을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의 SBS는 황금알은커녕 한 해 걸러 산란을 멈출 정도로 부실한 거위가 아닌가.

대신 시간외수당의 대폭 인상과 복지포인트 인상으로 실질적 혜택을 늘려가고, 일시적이나마 성과 보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합원들의 땀과 노력이 합당한 대접을 받도록 하는 고육지책을 도출해 낸 것이다.

물론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부당한 신청 제한과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 등 시간외수당 산정의 불법적 관행은 조속하게 추가 개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능력급 기본급은 소폭 인상… T/F 통해 연내 근본적 제도 개선 추진

능력급 사원들은 호봉 상승분 2%와 별개로 정액 4만원의 기본급 인상을 이뤄냈다. 기본급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본급을 받고 있는 능력급 사원들과 일부 계약직 연봉제 사원들은 이번 합의로 4% 대 안팎의 기본급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됐다. 또한 이번 노사합의로 마련될 능력급 T/F를 통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능력급 처우개선을 둘러싼 논란을 근본적으로 진단하고 제도개선의 틀을 확고히 마련할 계획이다. 노사간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소송’ 등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사측은 노동조합의 통큰 양보에 부당유출 이익 환수와 사업구조 정상화로 답하라!!

2017년 임금협상 합의안은 본질적으로 3년 연속 기본급 동결 가능성을 감수하며 조합원들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 노동조합의 대폭적 양보로 성립한 안이다. 이와 같은 대폭 양보의 전제는 박정훈 사장 이하 경영진이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골병이 든 SBS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부당하게 유출된 최소 2천 6백억 원대 이상의 SBS 수익을 최대한 원상회복해 재도약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명령이자, 간절한 호소이다.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임금 인상을 양보하며, 자신의 맨팔뚝으로 SBS의 구멍난 제방을 한 해 더 막아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사측이 화답할 차례다. 줄줄 새는 SBS의 제방을 근본적으로 수리하고, 그 안에 넉넉히 물을 가두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 진정성을 담보한 사업구조 재편과 부당 유출 이익 환수로 조합원들의 양보와 희생에 화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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