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방위 리포트 -

 최근 SBS의 보도는 ‘그나마’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KBS, MBC와 비교해 그나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총선 기간 내내 북풍 몰이에 여념이 없었던 KBS와 종편 수준의 편파 방송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MBC와의 상대 평가 점수인 것이다.

 

 그러나 SBS가 ‘그나마’라는 평가조차 받기 어려운 성역이 있다. 바로 청와대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5월 초까지 청와대 발 소식을 전하는 60여개의 리포트 가운데 청와대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댄 리포트는 단 하나도 찾을 수 없다.  

 한-일 위안부 협상과 개성공단 폐쇄, 노동 관련법 개정 추진, 대통령의 총선 개입 논란 등 한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들이 줄을 이었지만, SBS 뉴스는 평가조차 민망한 수준의 청와대 스피커 노릇에 충실했다. 대부분의 이슈마다 비판적 접근은커녕 야당과 이해관계 세력의 반론조차 담지 않은 일방적 전달이었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있었던 대통령의 이란 방문 건이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 기간 내내 언론들은 법적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 체결이 대부분인 경제성과 발표를 비판 없이 받아썼다. SBS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역대 최대 경제 외교 성과가 창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는 또 일부 분야에서 2단계 사업까지 수주하면 10조원의 경제 성과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중소 중견 기업들은 6천 114억원 규모의 앙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해외에서 개최된 역대 상담회 가운데 최대 성과입니다” 

 SBS가 MBC나 KBS와 달리 MOU(양해각서)의 한계를 지적하는 뉴스를 한 꼭지 배치했으나, 이마저도 MOU가 성과를 맺으려면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필수라고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을 두고 이란 현지 언론은 “한국이 이란에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한국 언론과는 정반대로 한국의 경제성과가 아닌 이란의 투자유치로 거론하고 있다. 백번을 양보해서 우리 보도처럼 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 역시도 투자가 부실해지거나 이란 제재 리스크가 재현될 경우, 그 부담은 이란이 아닌 한국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면피성 보도에 불과하다.   

 SBS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자원외교를 무비판적으로 인용보도한 채 검증보도에 인색했다. 이 시절 전 세계와 체결한 MOU 96건 가운데 본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고작 16건이다. 자원외교에 동원됐던 공공기관들은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고 부실화돼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현실에 눈감은 언론은 곧 그 자체로 부패 카르텔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만 하다.

 지난 총선 기간에도 우리 뉴스는 청와대에 대해선 단 한 번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반면 대통령의 발언은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호소했습니다”, “강조했습니다”, “당부했습니다” “약속했습니다”라는 표현으로 긍정적으로 미화돼 전파를 탔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와 부산을 잇달아 방문하며 선거 개입 논란을 일으켰을 때 보수 언론마저 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해도 되나’ 제목의 비판적인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고, <중앙일보>는 “박 대통령이 총선을 28일 앞둔 시점에서 대구에 이어 부산까지 찾은 것을 두고 야당에선 거센 비판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SBS는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6개월만으로, 하루에 네 가지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45개 중앙언론사 보도 편집국장과의 간담회 소식을 전한 보도 일부를 살펴보자.

<MBC 뉴스 데스크>

"대통령과 45개 중앙언론사 보도·편집국장들의 간담회는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어버이연합 집회의 청와대 배후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분명히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KBS1TV 뉴스9>

"박 대통령이 KBS 등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40여명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첫 간담회 뒤 3년 만이며, 총선 뒤 첫 소통행보입니다....어버이연합 청와대 배후설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고, 세월호특별법 연장 문제는 국회가 협의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SBS 8시 뉴스>

“청와대 행정관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위안부 집회를 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인허가권을 쥔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현실상,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자제할 것을 회사 경영진이 보도 책임자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러나 MB정권을 포함해 8년 동안 정권에 대한 무비판의 대가는 민생파탄과 민주주의 후퇴, 그리고 권력의 비호 속에 불공정 방송을 일삼는 종편의 고속 성장뿐임을 조합원들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하나같이 SBS의 물적, 질적 토대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청와대를 성역화하며 비판적 접근을 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SBS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방치하거나 부추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SBS의 극심한 청와대 눈치 보기와 관련해 "SBS가 자사 보도국장 출신의 청와대 홍보수석을 아직도 보도 담당 임원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려오고 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70위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정부는 비판을 점점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저 수준이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우리의 책임과 존재의 근거를 포기하는 것은 곧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에서 스스로 생존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지금이라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존과 미래는 권력이 아니라 시민과 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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