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 수년간 SBS 구성원들이 겪었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대내외 환경 속에 제작비 압박 등 근로조건 악화를 감내하며 일해도 지주회사 체제 아래 다른 관계사들만 살이 오를 뿐 나아지지 않는 SBS 상황을 빗댄 것이다.

실제로 지주회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SBS 대주주인 SBS 미디어홀딩스, 그리고 미디어홀딩스를 통해 SBS 미디어그룹 전체를 배타적으로 지배해 온 태영은 왕서방처럼 정기주총 시즌이 되면 해마다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SBS로부터 챙겨왔다.

지주회사 체제 덕분에 SBS의 대주주는 SBS가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배당 수익을 챙겨왔다. SBS에 흑자가 나면 흑자가 났으므로 챙겨가고, SBS가 적자를 내면 SBS의 유출된 수익을 대폭 챙겨간 다른 계열사에서 배당을 받는 식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이맘때 SBS는 89억 원의 전년도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임금을 동결했지만, SBS 콘텐츠허브와 플러스는 각각 114억 원, 132억 원의 영업흑자를 냈고, 대주주는 SBS에서 유출된 두 계열사의 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배당을 챙겨갔다. 모든 비용을 떠안은 SBS가 적자 수렁에서 허우적대도 지주회사는 해마다 수십억원대의 배당잔치를 벌이는 게 우리들에겐 너무도 익숙한 3월의 풍경이었다.

다시 3월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SBS가 261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의 영업흑자를 기록했으니, 당연히 주주 배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사측으로부터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적자로 인한 무배당 결정이 있었고, 내년 3월 주총에서도 올해 영업전망이 비관적이어서 배당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3년 연속 무배당을 피하기 위해 올 3월 주총에서 배당 결의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구조적 위기와 방송장악의 흑역사로 인한 신뢰의 위기 속에, 흑자 경영임에도 2년 연속 기본급 동결에 동의한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양보와 고통 분담을 생각한다면, “이익이 났으니 당연히 배당하겠다”는 사측의 주장은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좀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흑자 기조 속에서도 SBS 구성원들이 다시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킨 누적적 경영 실패와 이익 유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그렇게 쉽게 주주 배당을 입에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노동조합은 배당이 주주의 권리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주주의 권리라도 그것이 SBS의 미래에 우선할 수는 없다. 아울러 모든 권리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내 일터 SBS를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선 구성원들처럼, 작금의 SBS 상황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주주의 선택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대주주와 경영진의 진지한 성찰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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