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노동조합을 책임지겠다고 다시 나선 제게 변치 않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년, SBS와 우리 노동조합은 창사 이래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SBS의 생존을 위협하는 ‘신뢰의 위기’와 ‘구조의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선 상황에서 조합은 명운을 건 결단과 싸움의 길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적지 않은 성과도 이뤄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 설 수 없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2년이 SBS를 옭아맸던 사슬들을 끊어내고 낡은 체제를 허무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2년은 새 집을 짓기 위한 건설의 시간입니다. 이제 RESET! SBS!의 새로운 버전이 실행돼야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도 지난 2년보다 훨씬 버겁고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2년 그랬던 것처럼 조합원 여러분들의 강력한 지지와 참여가 바탕을 이룬다면 우리는 다시 한 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4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16대 노동조합은 우선 주 52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능동적이고, 책임 있게 대응하겠습니다. 법 개정으로 인해 그 동안 노동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관행을 기본으로 했던 SBS의 경영 전략과 제작 관행 전체를 대대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현행처럼 노사간 별도의 시간외 협약 등 합의가 있어도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효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삶의 질과 노동조건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협상해 나가겠습니다. 노동조합은 1> 보도와 제작 등  전 영역에 걸쳐 주 7일 52시간 노동 기준의 원칙적 적용 2>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총액 하락 최소화 3>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해 보상받지 못하는 공짜노동 원천봉쇄를 3대 원칙으로 하되 미디어 산업 경쟁 환경 변화와 미래 수익 구조 등을 감안해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지향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전 조합원의 시간외 근무와 수당 지급 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능력급 처우 개선과 A&T 지부의 신임금제도 협상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협상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지난 해 10.13 노사합의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벌어졌던 수익구조 왜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사간 논의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실사작업도 이미 진행된 상태입니다. 노동조합은 SBS 사업구조를 바로잡고 수익과 유통 방식 정상화를 이뤄내는 과정이 대주주의 골칫덩이를 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SBS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빈틈없이 해 나가겠습니다.

노동조합은 그 동안 사내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한 징계 내규를 강화하고 여성 조합원들에게 불리한 사내 제도 등을 바로 잡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왔습니다. 하지만 사회 진보의 흐름에 함께 하고 보다 책임 있는 방송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피해구제를 넘어서서 인사를 포함한 조직운영 전반에 걸쳐 성차별적 요소가 남아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현행 여성위원회를 성평등위원회로 변경하고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SBS는 삼성 관련 연속 보도 등을 통해 지난 10년 간 무너졌던 방송의 공적 책임과 역할을 모처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해 RESET! SBS! 투쟁의 가시적 성과라고 조합은 자평합니다. 노동조합은 시청자 신뢰 회복을 위한 조합원들의 노력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또한 그 동안 미뤘던 ‘SBS 방송적폐 청산 백서’ 발간 작업을 올해는 반드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숙제들이 노동조합의 앞에 놓여 있습니다. 좀 더디 가도 대충 풀거나, 마구 풀어서 훗날 더 큰 짐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책임 있고 신중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이 조합의 가장 큰 힘입니다. 변함없는 참여와 지지로 조합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십시오.

다시 함께 걸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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