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룬 3월 22일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방송을 놓고 사내외에서 편파방송 논란이 일었다. 또 SBS 방송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 또한 일각에서는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단체협약 5장 41조에 의거, 회사에 공정방송실천협의회 회의 소집을 요청했고 사측에서 받아들여 4월 3일 오후 4시 SBS 목동사옥 20층 회의실에 공방협 회의가 열렸다. 조합에서는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과 김규형 사무처장, 심영구 공정방송실천위원장, 회사에서는 박정훈 사장과 남상문 시사교양본부장, 정태익 라디오센터장, 조 정 노사협력팀장이 참석했다. 아래는 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wise 노조 게시판에 같은 내용 실림. 4월 12일 발간 사보에도 요약 내용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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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건 1>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편파 방송 논란

 

시사교양본부장: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의혹’ 아이템은 담당 PD가 회의에서 발제했고 다루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시작부터 우려 있던 점 감안해 CP와 제가 편집본 보고 코멘트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다. 3월 22일 방송 전 편집본을 본 뒤, 당시 논란이 됐던 2011년 12월 23일 오후 1시~2시 상황에 집중하고 있으니 시청자 이해를 돕기 위해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담겼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등의 반론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불행히도 방송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어준 씨와 정봉주 전 의원의 특수관계가 있다 보니 한쪽 편을 든 것처럼 오해를 빚게 방송된 게 사실이다.

 

공방위원장: 제작진이 입수했다는 사진 780장 중 방송에서 공개한 사진은 이미 보도된 2장 포함해 7장이었고 문제의 오후 1-2시 시간대에만 해당하는 사진이었다. 본부장 말씀대로면 사실 관계 정리와 반론 넣으라고 지시했는데 제작진이 반영하지 않았고 정봉주 전 의원이 병원 다녀왔다는 부분은 입수한 사진 중에 있는데도 일부러 뺀 것 아니냐는 의심 받고 있다. 이 이슈를 다룬 길이도 6분 20초 정도로 짧은 것 같은데 관련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시사교양본부장: 지시를 했지만 제작진은 그대로 나가도 될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한다. 당연히 반영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른 아이템과 비교해보면 이 아이템 길이가 이례적으로 짧은 건 아니었다. 제가 봤던 편집본엔 병원 다녀온 부분도 있었는데 최종 방송에서는 빠졌다.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인데 전부 방송하면 문제 있다는 의견 들어 들어냈다고 한다.

 

SBS본부장: ‘블랙하우스’는 진행자가 김어준 씨라는 점에서 공정성, 최근 이슈가 되었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시각 등 여러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시사교양본부장: 그런 우려를 알고 있었지만 대중이 원하는 시대적인 흐름이 있으니 그 선두주자 격인 김어준 씨를 선점하자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라이브 방송이 아니니 우려되는 부분들은 제작진의 콘트롤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이번엔 콘트롤이 안 됐던 것이다.

 

공방위원장: 대책은 뭔가?

 

시사교양본부장: 저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CP나 저나 그 틀 안에서 검증하고 따져보고 잘 관리하면 앞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무처장: 3월 29일 방송에서 ‘제작진 일부 교체와 책임자 처벌’이 공식 입장으로 나갔다. 조합에 아무 설명 없다가 방송으로 알게 되니 당황스러웠다. 

 

시사교양본부장: 이번 사태 처리하는 과정에서 담당 PD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다. 그렇다면 아예 시청자에게 사과할 때 그 부분을 포함시키자고 한 것이다. 편향적인 방송일 수는 있지만 오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자인 CP와 저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담당 PD는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 잡았다. 시청자들에게도 우리가 사과만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SBS본부장: 조합에 방송 보고 알게 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했다. 오보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이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는 진실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오보가 맞다고 본다. 대중의 시선으로 봤을 때 방송을 통해 '민국파'의 프레임만을 깨뜨렸다. 균형을 기하려는 장치가 필요했다.

 

방송의 공정성을 말할 때 한쪽 이야기가 설득력 있다 해서 다른 한쪽을 아예 배제하면 안 되는데 ‘블랙하우스’는 등장하는 정치인과 진행자의 시선이 고정돼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이해가 다른 당사자 앉혀 놓고 서로 주장 비교하고 합리적 결론 도출하는 과정에서 한쪽을 극복하는 것이지 논의의 출발부터 배제하고 가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

 

시사교양본부장: 저희도 방송 4-5회 지나면서 그런 고민이 많았다. 김어준 씨가 일방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고 패널 등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여러 여건이 수월하지 않았다. 이번 일 계기로 다른 목소리 낼 수 있는 사람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장: 보수든 진보든 편향성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진행자는 없다. 김어준 씨는 그 정도가 상당히 강한데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노조위원장 말대로 출발부터 편향된 프레임을 갖고 누가 봐도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하면 SBS에 부담이 된다. 프로그램 초기부터 그런 얘기를 무수히 했고 CP가 전담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도 그래서다.

 

이번 사안은 김어준 씨가 주도한 게 아니라 제작진이 했기 때문에 제작진을 교체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당장 없애는 건 쉽지만 공든 탑 쌓듯 하나씩 만들어가는 건 어렵다. 시사교양본부장과 제작진 의지 존중해서 당분간 지켜보겠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편향성이 고쳐지지 않으면 없애야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도 초기엔 편향성 지적 많이 받았는데 잘 극복해 지금에 이르렀다. ‘블랙하우스’도 시간 갖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공정한 방송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SBS본부장: 이번 사안은 가치를 다투는 게 아니라 범죄 여부를 가리는 사안이었다. 엄정하게 조정, 수정, 보완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 드린다.

 

 

<안건 2> 방송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

 

공방위원장: 두 번째 안건은 특정 방송에서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SBS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팟캐스트, SNS 등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자기 의견을 자주 드러내면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SBS 김용민의 정치쇼 진행자 김용민씨는… 하면서 기사에 인용되곤 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라디오센터장: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번에도 김용민 씨가 정봉주 전 의원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내용을 SNS에 올리면서 문제가 됐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최근에 엄격하게 얘기했고 본인도 약속했다. 지금 두고 보고 있는 상황이다.

 

SBS본부장: 우리 방송에서는 문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SNS도 그렇지만 팟캐스트 들어보면 육두문자를 비롯해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라디오센터장: 저희가 퍼블리셔로 있는 곳은 일정 부분 조절한다. 김용민 씨의 인지도와 팬덤을 지상파로 가져오고 차용하는 성공 공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통 시사보다는 쉽고 재미있는 시사로 접근하고 있는데 성적도 괜찮고 더 발전시켜볼 요량이다.

 

SBS본부장: 나꼼수 멤버였던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SBS에서 일정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담도 커졌다. 팬덤은 단기간에 실적 낼 수 있는 지름길이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를 망각하면 꺼지는 것도 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교양, 보도 등 정보 다루는 방송에서는 공정성 문제가 늘 따라붙는 이슈다. 청취율, 시청률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신뢰를 어떻게 쌓느냐가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훈련과 기제가 우리 내부에 있어야 한다. 여기 있는 선배님들이 후배들과 본질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 같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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