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창사이래 법적 기준과 동떨어져 유지됐던 시간외 노동 보상체제를 노동시간 단축과 함께 법대로 정상화하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또다시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적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위법한 보상 체계를 제안하고 나섰다. 사측이 형편없는 시간외 보상 기준을 제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경영상황이 좋지 않다,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달 간 SBS에서 벌어진 일들을 돌이켜 보면 과연 시간외수당도 법대로 못 줄 형편의 회사에서 할 일이 맞나 싶은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지난 4월부터 사측은 복지확대 차원에서 구내식당의 저녁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조합과 조합원들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으나, 갑자기 ‘웬 공짜밥이냐’ 는 어리둥절함이 뒤따랐고, 구내식당을 거의 이용하지 못하는 제작현장의 사원들로부터는 ‘우리는 밥 안 주냐’는 볼멘 소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료 저녁 비용에다 형평성 차원에서 외부 근무자 혹은 야근자들에 대한 비용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소요 예산만 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합과 합의하지도 않는 안식년 2년 확대 방안을 흘려 사내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3개월짜리 그린플랜을 희망자에 한해 시행하는 것으로 축소 조정됐으나, 시니어 사원들을 천덕꾸러기 취급하며 ‘돈은 줄 테니 책상 빼라’는 식의 무례함, 그리고 조직의 중장기적 부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는 단기적 발상이 사측의 머릿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해 준다.

또 지금은 잊혀진 S-TF 활동의 결과물이었지만, 지난 2016년 하반기 조금이라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영위원들부터 솔선수범하자는 차원에서 없앴던 승용차 지원도 되살아났다. 올 초부터 전 경영위원들을 대상으로 고급 승용차가 다시 지원되기 시작했다.  

개별적으로 분리시켜 보면 큰 부담도 아닌데 괜한 트집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옛 말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SBS가 과거 땅 짚고 헤엄치던 시절의 경영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 사정이라면 위에 거론한 사례들은 노조가 하자고 요구해도 사측이 말려야 할 일들이다.

임명동의제 시행 하에서 일부 경영위원들은 이런 씀씀이가 구성원들의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SBS 구성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언제 표변할 지 모를 선심에 기댄 불로소득도, 공짜밥도 아니다. 창사 이래 해마다 수백억의 시간외 수당을 양보해 만든 SBS를, 이제는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는 상식이 지켜지는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다. 선심은 그 후에 베풀어도 늦지 않는다. 사측은 정말  ‘뭣이 중헌지’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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