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1일,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 현장에서 일하던 외주사 소속 프리랜서 스태프 노동자  김모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숨진 자리엔 미처 뜨지 못한 라면 한 그릇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방송 현장에 못다 핀 꿈을 남긴 채 스러진 안타까운 청춘 앞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노동조합이 파악한 바로는 고인은 비록 마지막 근무일 이후 30여 시간의 휴식이 주어졌다고는 하나, 그전까지 20시간 연속노동을 포함해 5일 동안 70여 시간이 넘는 과로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일 40도 가까이 육박하는 재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노동조건은 더 가혹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사망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김 씨의 죽음이 드라마 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관행이 부른 참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주제작사가 제작을 전적으로 책임진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SBS의 전파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이상 SBS는 방송제작현장의 노동실태에 대한 관리책임에서 한 발짝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문제적 제작관행을 바꿔 나가는데 앞장서야 할 SBS 사측은 그러나 그동안 미온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특례업종 제외로 지난 달 1일부터 주 68시간 이내로 모든 제작현장의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SBS의 상당수 드라마와 예능 제작 현장에서는 불볕더위 아래 살인적인 초장시간 노동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미 노보를 통해 밝힌 것처럼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노동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사측은 정부의 처벌유예 방침에 기대 아무렇지도 않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행위를 마구 자행하고 있으며, 이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기 위한 노사 간 노동시간 단축 협상 과정에서도 장시간 노동 관행의 현행유지를 전제로 한 협상 태도를 고집하며, 실질적 개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측에 촉구한다.
‘사람 잡는 제작환경’을 즉각 철폐하라.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경쟁력을 추구하는 비인간적 제작 관행을 철폐하고 방송제작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라.
 또한 지금도 밥 먹듯 자행되고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정부의 처벌유예 방침에 숨어 최소한의 법적 기준 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무책임한 관행을 근절할 대책을 당장 내놔라.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 간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하라. 사측은 노동시간 단축 협상 과정에서 장시간 연속 노동과 과로를 초래하고 보상받을 수 없는 공짜노동이 빈발할 수밖에 없는 재량 근무 제도의 광범위한 도입을 요구하며 협상 타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청년 방송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을 목도하고도 또 다른 희생을 담보로 한 비인간적 협상 원칙을 고수한다면 노동조합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끝>.

2018년 8월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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