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은 핵심 노동조건” 협약에 명문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SBS 등 지상파 방송 4사는 지난 3일 첫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언론노조가 산별로 전환한지 18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협약으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실현하고 제작환경을 개선하며, 위기의 지상파 방송을 진흥하기 위한 노사 공동의 노력을 충실히 담고 있다.

이번 산별협약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국정농단과 방송장악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재평가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무너진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무너진 신뢰 속에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지상파 방송의 재도약을 위해 노사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년 투쟁의 결실..”공정방송은 노동조건” 명문화

이번 협약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공정방송 실현 의무를 담은 제6조이다. 이 가운데 2항은 ‘사용자와 조합은 방송사 구성원의 핵심적인 노동조건인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부분이다. 방송의 공정성을 방송노동자들의 핵심적인 노동조건으로 노사 공히 인정하고 단체협약에 반영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SBS 본부도 지난 2016년 대대적인 단체협약 개정 과정에서 공정방송을 노동조건으로 명문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사측의 완고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시절을 거치며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가 지상파 방송의 필수적 생존 조건임이 무너진 대국민 신뢰로 인해 역으로 확인된 데다, 잇따른 법원 판례로 ‘공정방송=노동조건’의 등식이 성립되면서 사측도 더 이상 사회적으로 확립된 공정방송의 중요성을 외면할 수 없는 단계까지 오게 됐다. 또한 SBS를 포함한 방송노동자들의 가열찬 언론 부역 세력 척결 투쟁으로 지상파 방송사 경영진 구성이 근본적으로 바뀐 점도 공정방송을 핵심 노동조건으로 확립하게 된 중요한 계기이다. 지난 30년 방송노동자들의 싸움은 이 한 줄의 조항을 얻어내기 위한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써 S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 노동자들은 임금협상 등을 통한 별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방송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방안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됐다. SBS 본부는 이번 산별협약 내용 가운데 “공정방송은 핵심 노동조건”임을 명문화한 6조 2항을 이른 시일 내에 SBS 단쳬협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협약 개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편성,보도,제작 책임자 임명 등에 종사자 의견 반영 의무화

아울러 이번 산별협약에는 편성,보도,제작 책임자 임명과 평가 등에 있어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지난 해 SBS 본부의 투쟁으로 쟁취한 사장을 포함한 공정방송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 동의제가 진일보한 산별 협약으로 이어진 것이다. SBS 노동자들의 싸움이 언론 노조 차원의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는 마중물 역할을 한 것으로 자평할 만 하다.

노동시간 단축 논의 원칙 마련..드라마 “특별협의체” 구성

또한 노동시간 단축 대응을 위한 기본원칙도 산별협약에 반영됐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불가피하게 유연근로제도를 도입할 경우, 노사합의로 시행하도록 하고 주 52시간 노동제 이행을 위해 분기별로 이행계획을 점검,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주 타결된 SBS의 주 68시간 체제 합의 역시 위와 같은 산별협약의 정신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초장시간 노동 관행으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드라마와 예능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협의체’를 구성해 방송시간 조정, 편성 및 제작 시스템, 규제 정책 등에 대해 노사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제작환경 개선 노력을 산별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방송사업자들까지 확산시킬 수 있도록 ‘드라마제작현장 운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준용하도록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기로 했다. 또한 심각한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에 대한 연구를 토대를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종편특혜 환수-비대칭 규제 해소 문제 노사 공동 대응

특히 지난 10년 간 유료방송 위주의 방송정책으로 황폐화된 방송환경을 바로잡고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되도록 종편에 대한 의무재전송 폐지와 방발기금 추가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며, 중간광고에 대한 비대칭 규제 해소 등을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구조 안정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정책 요구서를 노사공동으로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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