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추진단 활동 철저히 감시할 것

지난 해 드라마 본부 분사 논의가 처음 시작됐을 때 노동조합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거 심각한 조직 갈등과 구성원의 임금과 노동조건 저하로 이어졌던 뉴스텍과 아트텍 분사의 불쾌한 기억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분사가 불러올 SBS의 주변화 전략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SBS의 중장기 전략으로 추진된 ‘비전 2020’은 경쟁력 하락과 광고시장 위축으로 적자구조 전환이 우려되는 SBS는 지상파 채널 관리자로 위상을 낮추고 대신 드라마, 예능 등 이른바 돈 되는 사업분야를 모두 밖으로 빼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콘텐츠 유통 기능과 다른 채널사업이 모두 SBS가 아닌 홀딩스 계열사로 옮겨져 이익 유출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콘텐츠 생산 기능마저 분사시킬 경우, SBS는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는 무시무시한 계획이었다.  

사측, 분사 논의 가속화...”시장 변화 대응 위한 것”

이런 계획은 10.13 합의 이후 형식적이나마 소유 경영 분리가 강화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잠복했으나, 사측은 올 하반기 들어 강력한 속도로 다시 밀어 부치고 있다. 경쟁환경과 시장 구조의 변화로 인한 스튜디오 추진의 불가피성, 지상파 광고 시장 위축에다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 요소들이 드라마 제작비 압박을 가중시키는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에 있으면 드라마 조합원들의 연출 기회 확보가 점점 어려워 지는데다, SBS가 방송의 공적 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물적토대를 제공했던 드라마 분야가 수익성 악화로 자체적인 책무를 수행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도 이런 환경과 시장의 변화를 모르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독립 스튜디오 설립 모델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사내외의 질문에도 노동조합이 지난 해와 같은 강력한 반대 입장을 취하지 않는 것은 안팎으로 밀려오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조합 내부의 협소한 이해와 논리만으로 맞서는 것이 조합원과 SBS의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분사 논의의 선결과제부터 해결하라

그러나 10.13 합의의 온전한 이행은 뒷전으로 미룬 채 분사 자체에만 열을 올리는 사측의 모습에 깊은 회의와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다. 

10.13 합의에는 향후 콘텐츠 시장의 경쟁과 시장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생산과 유통, 채널 관리 등 지주회사 체제에서 갈라지고 흩어져 있던 기능을 SBS 중심으로 통합해 대응하기 위한 사업구조 조정에 대한 추가 합의가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SBS가 쪼그라드는 지상파 채널 관리자가 아닌 지주회사 체제 내외의 여타 채널과 플랫폼을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일관된 콘텐츠 전략의 컨트롤 타워 위상을 갖춰야만 회사와 조합원이 윈윈하는 장기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0.13 합의 이행 없는 분사는 기만..SBS 중심성 명확히 해야

구성원의 동의없이 추진된 ‘비전 2020’이 지주회사 중심으로 구축된 이익 극대화 방안이라면, 10.13 합의의 온전한 이행을 통해 구축하고자 하는 사업구조는 SBS 중심의 이익 순환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합의 이행이 계속 지연돼 기존의 문제적 지주회사 체제의 사업구조가 온존할 경우, 분사 이후 SBS는 드라마 콘텐츠 유통과 제작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하며, 분사 회사와 홀딩스 내 타 계열사는 SBS를 배제한 직접 거래로 이익을 챙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 분사는 SBS의 핵심 기능을 뽑아내 주주들 배만 불리는 폐착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분사 추진에 대한 조합의 동의와 협조를 유지하고 이끌어 내려면 10.13 합의의 온전한 이행을 통한 사업구조 재편은 필수적 선결과제일 수 밖에 없다.  

난제 중 난제..경거망동 인사들 배제해야

또한 드라마 분사 과정에서 SBS 뿐 아니라 SBS A&T 등의 조직과 역할 변화로 인한 고용불안 등 여러가지 난제들이 돌출할 가능성이 높다. 단체협약에 의해 분사된 회사로 전적하는 조합원들의 노동조건 하락은 금지돼 있다. 뿐 만 아니라 분사의 영향권에 있는 조직 내 여타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 가능성에 대해 사측은 ‘과도한 우려’라는 말로 구렁이 담 넘듯 하고 있을 뿐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구체적인 고용 안정 방안 등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분사 이후 외부 자본 유치를 위한 기업 공개 과정에서부터 분사 회사에 대한 SBS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며, 분사 회사의 성장 과실과 이익 배분을 둘러싼 격렬한 이해 충돌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난제 중에 난제다. 이런 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보다 이 와중에 벌써부터 외부투자 유치를 거론하거나, 분사하면 타 경쟁사의 예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선동하는 일부 책임자들과 간부들의 경거망동은 자신들의 노후대책을 위해 분사를 추진한다는 일각의 불신만 키우는 일이다. 이런 자들은 분사 논의 과정과 분사 이후 경영진 구성에서도 원척적으로 배제돼야 한다. SBS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자들이 분사 논의를 왜곡하는 것은 배임의 소지가 있으며, 조직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자들이 전체 SBS 구성원들과 상생할 수 있는 구상을 내놓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분사 추진단 활동 철저히 감시할 것

사측은 이달 중순부터 ‘추진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드라마 분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조합은 추진단의 활동 과정과 분사 논의의 방향성을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노동조합은 거래구조와 경영모델 설계를 포함해 전 과정에서 SBS와 조합원의 이해를 침해하는 단 하나의 티끌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앞서 제시한 우려들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분연히 분사 저지에 나설 수도 있음을 사측에 엄중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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