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관련 사측의 두 번째 답신에 대하여>


대안 없는 반대와 박약한 논리…현상유지가 목표인가?


사측이 지난 15일 사내 공지를 통해 노동조합이 10.13 합의의 완결적 이행을 위해 제시한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방안에 대한 장문의 답신을 공개했습니다. 표현은 친절하지만, 내용은 박약한 논리와 내로남불, 노동조합에 대한 교묘한 마타도어로 점철돼 있었습니다. 굳이 반박을 할 필요도 없다는 내부의견도 있었으나, 노동조합의 진의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현재의 문제적 지주회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노동조합의 입장을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노동조합이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주장하는 것은 지난 10년 간 잘못된 지주회사 체제 아래서 수익유출과 내부갈등으로 대주주와 사원들간의 이해충돌을 상시화하고 SBS의 장기 전략 수립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 아래 방만하게 흩어져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 및 유통 기능을 통합해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하자는 얘기입니다. 


사측 답신의 결론은 콘텐츠허브 문제는 물론 플러스에 이르기까지 온갖 구실을 거론하며 사실상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 수직계열화 등의 방안을 노사가 협의하여 정한다’고 한 10.13 합의의 정신에 완전히 반하는 방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SBS의 수익을 침해하고 있는 구조를 방치한 채 단기계약의 조정 만으로 수직계열화 효과를 거두겠다는 방안은 사과나무에서 배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말입니다. 법적으로 두 회사에, 인사권과 전략 수립, 예산집행 등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형제회사의 위치에 있는 SBS가 무슨 수로 영속적인 통제권한을 행사한다는 말인가요? 설혹 지금 그렇다 하더라도 계약은 정세와 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는 가변적 방침에 불과합니다.

사측은 또한 플러스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해 여러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대단히 논리가 박약합니다.


1. 방송법 상 제약으로 SBS가 추가로 운영할 수 있는 PP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는 핑계에 불과합니다. 현재 SBS 미디어 그룹에 운영 중인 PP 가운데는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한 채널들이 존재합니다. 사측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PP들을 청산하거나, 정리하면 추가로 SBS가 PP를 운영할 여력은 얼마든지 생깁니다. 이 문제는 미디어그룹 차원에서 거중 조정을 통해 재배치하면 해결될 문제이지, 절대 불변의 조건이 아닙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콘텐츠 운영 전략이 부재한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2. 지상파 계열 PP의 경영 악화 주장에 대하여


거대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 지상파는 물론 지상파 계열 PP를 포괄하는 전통 플랫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을 노동조합이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망해가고 있으니, 그냥 버리면 된다는 식이면 누가 경영을 못하겠습니까? 이런 식이면 지상파도 버리자고 할 태세입니다. 


오히려 사측이 스스로 제공한 지상파 계열 PP 영업손익 그래프를 보면 KBSN과 SBS미디어넷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동안, MBC플러스 미디어의 수익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MBC every1의 독자편성 프로그램이 성공하면서 효자노릇을 하게 된 것으로 전략과 실행계획이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상파 계열 PP 영업 손익 (사측 자료 인용)  

 

구분

2015

2016

2017

KBSN

94

61

18

MBC플러스미디어

187

30

53

SBS미디어넷(플러스)

118

50

-52

 

MBC every1이 독자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력 재고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자체 전략이 모회사인 MBC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MBC 플러스 미디어는 MBC의 자회사로 수직 계열화된 상태로, 발생하는 이익은 지분법 평가를 통해 MBC의 수익에 반영됩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 아래서 형제회사인 SBS와 SBS PLUS의 관계는 완전히 다릅니다.  노동조합이 수직계열화를 주장하는 것은 SBS PLUS가 설혹 MBC every1처럼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더라도 지금의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이해충돌이 격화되기 때문입니다. SBS PLUS가 독자편성을 늘려가면 갈수록 PLUS 채널 내 SBS 프로그램 편성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SBS에 대한 수익 배분 저하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최근 일부 경영위원들까지 SBS PLUS가 독자편성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수직계열화 해 버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사측은 또 CJ E&M, JTBC 등과 비교하면서 플러스에 연간 1,500억원 대의 제작비를 투입해야 경쟁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교묘한 말장난입니다. 주지하다시피 CJ E&M과 JTBC는 SBS와 직접 경쟁 상대입니다.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것은 미래의 SBS를 ‘기획-제작-유통을 관통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총괄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유통전략 차원에서 PLUS의 수직계열화를 제안한 것이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PLUS를 또 하나의 SBS로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3. ‘PlUS 수직계열화 방안 리스크 검토’에 대해


사측은 PLUS 수직계열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검토하고 전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역시 미래 전략 차원에서 적극적 실행 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수동적 검토의 결론이며, 노동조합을 근거 없이 무리한 주장을 펼치는 집단으로 교묘히 매도하고 있습니다.

 

1> 합병 및 인수  

사측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합병 및 인수 방식에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관통하는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플러스의 기업가치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기업가치가 2,300억원이나 되는데 그 돈을 다른 데 쓰지 굳이 이걸 사야 하느냐는 논리입니다.  노동조합이 턱없이 비싼 채널을 아무 생각 없이 사오자는 멍청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게 하자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PLUS의 기업 가치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SBS PLUS는 상암동 프리즘타워 건물지분과 현금 유보를 합쳐 2천억원대에 육박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인 CATV 채널 가치는 전체 기업 평가액의 1/4 내지 1/5에 불과합니다. SBS가 그만큼 자금을 들여 인수하더라도 자산이 그대로 남기 때문에 결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는 거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노동조합이 그런 자산이 탐나서 PLUS 수직계열화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SBS의 미래전략 차원에서 수직계열화의 한 축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게 대전제입니다.  


PLUS 합병은 노동조합도 상장기업인 SBS와 비상장기업인 PLUS 간의 합병비율 산정 등에 여러 어려움이 있고 합병 시 대주주 지분이 방송법 상 제한 한도를 넘어서게 되는 문제점 등이 있어 더 이상 고려하고 있지 않은 수직계열화 방안입니다. 


그러나 이어 사측이 언급하고 있는 회사채 조달을 통한 PLUS 인수는 그동안 노동조합이 단 한번도 거론한 바 없는 방안입니다. 대규모 채권 발행에 따른 추가적인 이자비용 등이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사측이 제안했더라도 노조가 거부할 수 밖에 없는 방안입니다. 오히려 노동조합이 파악한 바로는, 올해 중반기 박정훈 사장이 노조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회사채 발행을 통한 PLUS 인수 방안을 대주주에게 보고했다가 단칼에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합의 정신에도 어긋나고 무모하고 설익은 방안을 박정훈 사장이 무책임하게 대주주에게 제안해 대주주로 하여금 SBS 노사가 말도 안되는 주장만 하고 있다는 식의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킨 것으로 노조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는 의도가 무엇입니까?

유상증자를 통한 PLUS 인수의 경우, 합병이나 회사채 발행과는 달리 금융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고, 대주주 지분의 법적 한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긍정적 요인들이 있습니다. 또한 사측도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유상증자를 통한 PLUS 인수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노동조합에 설명한 바 있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PLUS의 채널 가치를 따로 보더라도 자산가치가 높아서 기존의 기관투자자들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이 방안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측이 대규모 실권 우려를 앞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어떻게든 안 되는 이유만 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보여집니다.

 

2> 직접 채널 운영 

사측은 직접 채널 운영이 여러 제약으로 사실상 이득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기존 PLUS 채널을 수직 계열화하면 될 일이지 굳이 어려운 길을 찾아 갈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방안과 관련해 사측이 장황하게 덧붙인 광고 및 수신료 분석은 전혀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굳이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3> PLUS와 funE 채널 분할 양수 

PLUS 법인 전체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드라마와 예능 채널인 PLUS와 funE 채널만 분리해 인수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채널이 지난 10년 간 지주회사 체제에서 SBS의 콘텐츠에 대한 불공정 거래를 통해 수익 유출의 통로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플랫폼 영업 경쟁력 약화와 인수비용이 과다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이런 논리는 한 마디로 트집잡기에 불과합니다. 

 

우선 채널을 분리해 인수하면 외부와의 수신료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관련 채널을 수직계열화해 운영하고 있는 타 지상파 경쟁사는 그렇다면 현재 SBS보다 현저히 불리한 수신료를 받고 있습니까? 그들의 영업 경쟁력이 우리보다 뒤쳐집니까? 어불성설입니다. 또한 채널 분할로 블록딜의 규모가 줄어 협상력이 약화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합니다. 블록딜이 문제라면 스포츠와 골프 역시 지상파와 연계 편성돼 있으므로 다른 형태의 블록딜 패키지 구성도 가능합니다. 이 역시 전략의 문제이지 불가항력의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사측은 채널 분할 양수 비용으로 수 백억 원의 비용을 책정하고 비싸서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널 양수 비용과 관련해 전혀 다른 계열 회사의 양수 사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는 한 식구 아니냐’며 콘텐츠를 불공정하게 마구 퍼줄 때는 언제고 채널 양수 가격을 산정할 때는 지난 일 다 무시하고 가치를 높인다는 말입니까? SBS 콘텐츠 없이 사업의 지속이 불가능한 채널의 성격, 그간 유출된 SBS 수익 등의 특수성을 반영해 다른 접근법으로 가치를 산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업 인수 합병의 사례에서 여러 조건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0원, 혹은 ‘1원’으로 평가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측은 케이블 채널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면 오히려 적자가 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길게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는 SBS가 향후 어떤 콘텐츠 생산과 유통 전략을 구사하느냐의 문제이지 가정법을 동원해 부정적 요소만 강조할 일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사측은 온갖 구실을 붙여 수직계열화가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으나, 노동조합은 이런 박약한 논리를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동의를 얻고 싶으면 좀 더 설득력 있는 논리를 내세우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게 아니고 지난 10년 온갖 갈등과 분란을 불러온 지주회사 체제를 그냥 유지하려는 의도라면 차라리 10.13 합의 파기를 선언하시기 바랍니다. 사측의 논리대로 이런 저런 위험이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은 결국 영속적으로 노사간, 대주주와 구성원들간의 이해충돌과 갈등을 방치하자는 주장입니다. 

 

또한 수익 유출 구조를 방치하게 됨으로써 미래 SBS의 성장동력을 좀먹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계약을 통해 통제한다고 해도 현 경영진이 모두 물러나는 미래 시점의 일을 그들이 장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수도꼭지를 잠시 잠근다고 해도 언젠가 물이 흐르는 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파이프를 제거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이런 상황은 과거 10년이 그랬던 것처럼 노사간 갈등구조를 이용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에게는 유용할 수 있으나, 구성원과 SBS의 미래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대승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창업주인 윤세영 명예회장에 대한 신뢰회복 조치가 취해진 이후 사측은 수직계열화 불가 주장을 강화하고, 노사간 현안 대응에 있어 과거 회귀적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은 특히 이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선의에 이런 식으로 화답한다면 조합도 행동에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측 일부 인사들이 SBS의 미래를 위해서라 아니라 눈 앞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계속 갈등을 부채질한다면 이미 예고한 대로 조합은 중대결단을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닙니다. 사측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 기회엔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없이 사측이 주장하는 드라마 분사 등 파편적 구조개편이 진행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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