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창사 28주년 기념식에서 박정훈 사장은 “많은 기업이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잘못된 예측과 혁신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져갔다”며 “새로운 차원의 발상을 통해 위대한 SBS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창사기념식을 마친 뒤 불과 보름 안에 벌어진 일들을 보면 ‘위대한 SBS’를 위한 전략은 고사하고 지주회사 체제 아래 방치돼 온 SBS 계열 채널들이 SBS 브랜드 이미지와 콘텐츠 경쟁력에 스스로 총구를 겨누는 한심한 상황이 오랫동안 전개돼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짜 뉴스와 거짓 광고 생산지로 지목된 SBS CNBC

지난 달 26일 저녁 MBC의 가짜 뉴스 고발 프로그램에서 SBS CNBC의 부동산 프로그램 문제를 집중 제기해 파문이 일었다. 방송 내용은 <장대장 부동산 그룹(이하 장대장)>이라는 부동산 업체 대표와 이사가 SBS CNBC 프로그램에 단순히 출연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아예 부동산 매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CNBC 채널을 통해 내보내 왔다는 것이다.

 <장대장> 관계자는 해당 방송에서 SBS CNBC에 돈을 낸 뒤 자신들이 만든 부동산 프로그램을 방영해 왔다고 주장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장대장>이 SBS CNBC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매물을 소개한 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면 매매 과정에서 건 당 천 만원이 넘는 수수료까지 챙겨왔다는 방송 내용이다.

부동산업자 돈 받고 방송편성”…도덕불감증 넘어 법령 위반 소지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SBS브랜드를 쓰고 있는 SBS 미디어 홀딩스 계열사가 부동산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편성 시간을 판 것도 모자라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동산업자들의 사익 추구 행위에 판을 벌여준 꼴이 된다. SBS 전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단순한 도덕성 문제를 넘어 방송법과 협찬고지 규칙 등 현행 법령 위반 소지도 있다.

SBS 내부가 아니라 타 방송사 프로그램이 제기한 문제였기 때문에 노동조합도 사실 관계 확인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SBS CNBC측은 타사 프로그램의 방송 내용에 대한 어떤 공식 해명이나 반박도 시청자 앞에 내놓지 않았다.

노동조합이 파악한 결과 CNBC의 3개 부동산 프로그램을 장대장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사실상 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 CNBC는 부동산업체와 실제 편성계약을 맺고 이들 프로그램을 일 단위, 주 단위, 월 단위로 각각 편성해주고 월 수천 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동산업체 세미나에 SBS 브랜드 도용…무대책 일관

그리고 논란의 핵심인, 방송에서 소개하는 매물이 실제 거래될 경우 수수료를 비롯한 이득을 부동산업체가 챙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CNBC측은 알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입장을 알려왔다. 더구나 부동산업체가 자신들이 하는 이른바 ‘매물추천’ 오프라인 세미나를 매회 방송에서 수 차례씩 홍보하며 <SBSCNBC 부동산 세미나>라는 타이틀을 써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NBC측은 이런 타이틀 사용을 부동산업체에 허락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 해명이 맞는 것이라면 수 십 회에 걸쳐 방송에 나가는 이런 세미나 광고에 SBS 브랜드가 도용 당했는데도 CNBC측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온 셈이 된다. 그게 아니라 CNBC의 누군가가 브랜드 사용을 허용 내지 묵인한 것이라면 ‘어떤 이유와 대가로 SBS 브랜드를 사용하게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사안이다.

SBS플러스의 tvN 드라마 광고 역시 무전략의 결과

노동조합은 최근 드러난 SBS 플러스의 CJ계열 tvN 드라마 광고 방송 건과 이번 CNBC 건의 발생 구조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영진은 입만 열면 드라마 경쟁력 재고를 말하고 있으나, 정작 SBS 계열 채널이 SBS와 정면승부를 벌이는 경쟁사 드라마 광고를 틀어대도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한심한 풍경이 지금 SBS의 경영현실이다.

SBS 미디어 그룹 내에 도대체 TV 모니터가 몇 개인가? SBS 브랜드를 쓰는 채널에서 며칠씩 CJ계열tvN 드라마 광고가 방송돼도 최소한의 의문도 품지 않는 자들에게 우리는 생존과 미래를 맡기고 있는 것인가? 경영진은 지상파 외의 다른 플랫폼을 지배하는 거대 사업자의 횡포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핑계만 늘어놓고 있을 뿐 아무런 후속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와 박정훈 사장, SBS PLUS 경영진 전원 유임…이게 책임 경영인가?

홀딩스 계열사들의 인사와 경영 관련 각종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대주주와 박정훈 사장은 김계홍 대표를 포함한 SBS PLUS경영진 전원을 유임시키며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경쟁사 광고로 우리 채널을 도배해도, 부동산 업자의 돈벌이 수단으로 방송 편성을 팔아 넘겨도 자신들의 단기실적에 도움이 된다면 이런 자해적 경영행위를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이러한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경영행태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

연이은 이번 사태는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왜 필요한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미 기능을 상실한 채 껍데기만 남은 지주회사 SBS 미디어홀딩스는 계열 채널들에 대한 관리와 통제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홀딩스 계열사들의 인사와 경영 등 사실상 모든 권한을 떠안은 박정훈 사장과 경영본부가 전략부재 속에 이들을 방치한 사이, SBS미디어그룹 계열사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고 SBS중심의 경쟁력 극대화에 발목을 잡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일상화된 것이다. 노동조합이 SBS를 중심으로 한 수직계열화를 일관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익구조 정상화의 목적도 있지만, 이처럼 무전략, 무대책 속에 방치된 그룹 내 콘텐츠 생산 – 유통 기능을 SBS를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통제, 관리해야 SBS 미디어그룹 전체의 경쟁력 극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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