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윤창현입니다.

어느새 노동조합에서 맞는 3번째 겨울입니다. 제가 보도 현업을 장기간 떠나 노동조합 대표직 연임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방송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조합원들의 열망 속에 쟁취한 10.13 합의의 온전한 이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조합에 남아서 연속성을 유지하고 합의를 실질적으로 이행해 나가야 지주회사 체제 아래 잃어버린 10년의 긴 터널을 마감하고, 진정한 RESET! SBS!, SBS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1,100 조합원들의 고용안정도, 미래도 기약할 수 없는 미디어 격변의 삼각파도가 우리를 휘어 감고 있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해 대한민국 방송 역사의 획을 긋는 10.13 합의를 통해 방송사유화의 고리를 끊고 공정성과 국민신뢰를 회복할 단초를 마련했고, 비정상적 지주회사 체제 10년 동안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S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수익구조 정상화 논의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공정성과 신뢰도 회복 노력과는 달리 ‘구조의 위기’를 해소하고 SBS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고자 했던 논의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1년이 넘도록 노사가 대립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3월 노보 242호를 통해 공개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현행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0%,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는 이미 SBS 구성원들로부터 완전히 탄핵당한 껍데기 체제에 불과합니다.

이런 SBS 구성원들의 압도적 의견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기능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SBS를 콘텐츠 비즈니스의 컨트롤 타워로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미디어 홀딩스는 SBS와 사업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투자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정상화하자고 요구해 왔습니다.

지난 10년 간 끊임없는 SBS의 이익 유출을 전제로 유지돼온 지주회사 체제가 반복적인 노사갈등을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측은 지주회사 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통해 내부 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하자는 조합의 제안에 대해 비용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반대의사를 반복적으로 밝혀왔습니다. 경영본부장 명의로 두 차례에 걸쳐 사내 게시판에 밝힌 입장문과 지난 10일 노동조합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협상안을 통해 사측은 지주회사 체제를 현상유지하고 콘텐츠허브, 플러스 등 SBS 수익 유출로 살찌운 홀딩스 계열사와 일부 계약변경만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에 노동조합은 이미 합의 이행 시한을 1년이나 넘긴 상태에서 설익은 미봉책 논의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사측이 지주회사 체제 정상화를 통해 10년 적폐를 청산하자는 조합의 제안을 거부한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완결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SBS 미디어 홀딩스 합병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완전히 해체하자고 지난 12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최종 협상안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SBS 중심의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완벽히 복원하자는 것입니다.

사측이 스스로도 인정하는 고장난 체제를 고쳐 쓸 의사가 없다면, SBS의 생존을 위협하는 체제는 아예 해체해 SBS중심 체제를 복원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미디어 대격변의 시기에 내부갈등과 수익유출로 끊임없는 분란을 초래하는 체제를 방치한 채 SBS의 미래 전망을 세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SBS가 핵심기능을 지주회사 체제에 넘겨준 채 노사대립으로 세월을 까먹는 사이, 이미 수직 계열화된 경쟁사들은 빠르게 조직을 정비하고 개혁 경쟁에서 SBS를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콘텐츠 전쟁터에서 동등하게 겨룰 수도 없고, 더 이상 낭비할 시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제시한 미디어홀딩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청산과 SBS 중심 체제 복원은 10.13 합의의 핵심 내용인 콘텐츠 유통기능 회수와 수직계열화까지 한꺼번에 이행할 수 있으며, 유출된 SBS 수익을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부터 SBS 아래로 귀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저와 노동조합은 하루하루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가 임계수준을 넘어섰다는 점과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 조직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SBS 구성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SBS를 위한 노사간의 대타협과 진정성 있는 논의는 지주회사 체제의 적폐를 깔끔히 청산해 내부갈등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

또한 경영진이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에게 희생과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SBS 착취에 기반한 10년 구체제를 어떻게 청산할지 구체적 방안을 먼저 제시하고, 사측의 고통분담 의지와 방안까지 함께 제시하는 게 당연한 순서입니다.

사측이 조합의 요구에 답하지 않거나, 기존의 미봉책을 고수할 경우, 노동조합은 사측과 대주주가 더 이상 10.13 합의 이행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지주회사 체제 해체를 위한 끝장투쟁,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근본적인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SBS의 미래를 위해 내부 갈등을 종식시키고 노사가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길입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10년 반목과 대립의 체제를 완전히 끝냅시다.

보다 자세한 설명과 투쟁 방침은 앞으로 있을 대의원 간담회와 노보 등을 통해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늘 그랬듯 조합원 여러분들께서 힘을 모아주십시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함께! 또 한 걸음!

 

                                      2018. 12. 18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 윤창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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