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OQ과 OKSUSU 합병 MOU, 어떻게 볼 것인가?

지난 3일, 지상파 3사 경영진은 가입자가 정체된 상태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던 지상파 연합 OTT 플랫폼인 POOQ과 SKT의 OKSUSU를 합병해 그랜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MOU 체결 과정에서 SKT 측과 합의한 세부 사항이 지나치게 굴욕적이고 SKT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사내 외에서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합종연횡을 통해 SKT는 합병과 동시에 30% 지분을 확보하고 단돈 3백억원을 투자해 콘텐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OKSUSU에 대한 CPR(심폐소생술)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합병으로 지상파 OTT 플랫폼을 장악할 SKT가 치르는 대가가 현금 3백억원에 지분 30%라니…아무리 지상파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이런 헐값에 팔아 넘겨도 될 정도로 형편없는가. 협상을 주도한 책임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또 합병 이후 SKT는 유료 가입자 4백만을 확보하게 되면 통합 POOQ의 지분 50%를 확보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현재 SKT의 통신 가입자 수준 등을 놓고 볼 때 향후 3~4년이면 지상파는 OTT 플랫폼 경영권을 재벌 통신사에 완전히 넘겨주고 PP로 전락하게 되는 수순이다. 현재 SBS가 보유한 POOQ 지분은 40%이다. 지주회사 체제 아래 묶인 SBS는 공정거래법 상 손자회사인 POOQ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과 동시에 POOQ에 대한 SBS 지분율은 23% 수준으로 줄어들어 그 즉시 경영권을 상실하고 최종적으로 지분율은 12~13% 수준까지 추락하게 된다. 

이 과정을 구성하고 있는 MOU 내용을 보면, SKT는 가입자 증가에 따라 단계적인 콜 옵션 행사를 통해 지분을 늘려가도록 하고 있다. 합의안 가운데는 SKT가 유료 가입자 2백만을 달성하면 공짜로 5% 지분을 추가 확보하게 해 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가입자 증가에 따른 콜 옵션 외에 왜 추가지분 5%를 얹어줘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아무것도 없다.  

또 SKT가 헐값에 공짜지분까지 더해 POOQ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는 합의이지만, MOU 조건인 적정 수준의 유료가입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묻거나 경영권을 반납하도록 하는 등의 패널티 조항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무게중심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영진은 SKT와의 이번 합종연횡을 ‘질서 있는 퇴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MOU가 본 계약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면 이는 ‘굴욕적인 매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노동조합은 SKT와 지상파 간의 POOQ 합병 작업이 게도 구럭도 잃는 패착이 되지 않도록 향후 SKT와의 본 계약 추진 과정을 면밀히 감시해 나갈 것이다. 또한 재벌 통신사와의 합종연횡이 만일 해당 재벌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을 기본으로 하는 SBS의 공적 책무 수행에 티끌 만한 영향이라도 미친다면 총력 투쟁으로 이를 결연히 분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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