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일 사측의 <2019년 경영목표 설명회>를 지켜본 많은 조합원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미디어 환경의 격변 속에 SBS 콘텐츠 경쟁력의 위기는 이미 모든 구성원이 체감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전략과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정훈 사장이 설명회에서 밝힌 대로, 지난 2018년 2049 시청률 TOP 20 프로그램에 SBS가 4개 밖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는데 경쟁채널인 TVN 프로그램은 무려 10개나 됐다. 장기화, 구조화 되는 경쟁력 위기를 타개할 2-3년 중장기 전략으로 콘텐츠와 플랫폼, 유통과 마케팅의 선순환과 혁신을 내세웠다. 그러나 박 사장의 설명엔 도대체 선순환과 혁신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HOW’에 대한 방법론이 보이지 않았다.

콘텐츠 제작과 기획, 채널별 플랫폼 전략, 콘텐츠 국내외 유통 같은 기능이 한 데 모이지 못하고 SBS와 미디어홀딩스 계열사들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제시한 홀딩스 체제 해체 외에 어떤 구조적 해결책이 있는지 사측은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주에겐 배당”..Really?

사측은 또 2019년 경영 목표로 <직원에게 성과급을, 주주에겐 배당을 보장하는 지속가능한 흑자경영 기반 조성>을 내세웠다. 그러나 간단한 팩트체크 만으로도 이런 주장의 허구성은 금방 드러난다. 지난 2017년 직원 기본급은 동결됐는데도 SBS는 영업이익의 23%에 달하는 44억원을 주주에게 현금 배당했다. SBS 미디어홀딩스는 한 술 더 떠 SBS가 적자가 나고 직원 기본급이 동결된 2016년과 2014년에도 빠짐없이 연간 34.9억원의 주주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회사와 직원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대주주는 현금배당만 꼬박꼬박 챙기면 되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흑자경영의 기반인지 사측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 사장이 제시한 경영목표는 결국 지주회사 체제 아래 왜곡된 지배와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바로 잡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죽어라고 일하라..노동시간은 알아서 하라”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철학의 빈곤이다. 박 사장은 설명회에서 “변하지 않는 성공의 법칙은 죽어라고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시간이 오버되면 어떡하나? 알아서 하라. 제가 불법을 조장할 수 없지만 그러나 알아서 죽어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도 못하고 행복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을 부추길 수 없다면서도 알아서 하라며 결과적으로 직원들을 불법과 공짜 노동으로 내모는 이런 발언은 ‘노동시간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에 관한 기본 철학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 사장이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것이다.     

어떤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가?...부재한 경영철학 

박 사장의 발언을 연장해보면 결국 지난 해 창사기념사에서 말한 ‘위대한 기업’은 늘 죽도록 스스로를 쥐어짜며 노~~~력 하는 모래알 같은 개인들이 넘쳐나야 가능한 조직인 셈이다. 그래야 성공도 하고 행복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이런 기업에 지속 가능한 조직문화와 공동체 의식이 생겨날 리 만무하다. 이런 기업이 사회적 신뢰를 공고히 하는 건 처음부터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경쟁사인 MBC 사장도 신년사에서 <수익창출, 광고매출, 콘텐츠 전략>을 언급했지만 <우리가 왜 콘텐츠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려 애쓰는 것인지 근본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혹 듣기 좋은 말뿐 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을 통해 세상을 밝히는 소명”을 갖고 “혼돈 속에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려주는 등대”가 돼 “국민의 방송으로 일으켜 세우자”는 구성원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제시하려고 한 점이 유달리 눈에 띈다. 무엇 좀 느껴지는 게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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