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계속된 SBS 수익 유출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노--대주주 간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과 박정훈 SBS 사장, 신경렬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는 어제(20) 오후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201710.13 합의를 완결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세부협약 형태로 구성됐다.

지난 10.13 합의는 그 실현방안을 놓고 노사 간 의견차가 커 이행이 1년 넘게 지연되는 등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나 10.13 이후 1 4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합의를 통해, 구체적 방법론과 로드맵, 실행 기구가 마련됨으로써 그 동안의 교착 상태가 풀리게 됐다. 이번 합의는 SBS 수익 유출의 통로와 구조를 영구적이고 완결적으로 청산하는 것으로 노와 사, 대주주간 10년 갈등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합의문에는 <SBS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생산-유통체계를 완비>하고 <수직계열화 추진과정에서 SBS 자산과 현금의 순유출은 없도록 한다>는 원칙이 명기됐다. 또 합의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이행 및 점검 기구로 노사 공동 위원회가 설치돼 완료시점까지 운영된다. 노와 사, 대주주는 수직계열화 대상과 방법, 완료시기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합의했으나, 불필요한 잡음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부분 합의는 비공개하기로 정했다.

이러한 수직계열화 과정을 통해 핵심 기능의 통합과 더불어 현금과 비현금을 포함해 시가 1,000억원 대 안팎의 자산도 SBS로 환수된다.

노사는 그 동안 수익유출과 콘텐츠 유통을 둘러싸고 계속돼 온 논란과 갈등을 이제는 끝내자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더해 대주주인 미디어홀딩스가 SBS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는 원칙을 명문화 한 점도 큰 의미가 있다. 대주주와 SBS의 관계를 정상화해 상생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이다. 201710.13 합의가 SBS 수익구조 정상화 논의의 입구였다면 2019 2.20 대 타협은 그 출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본부장 편지]

1,100 조합원의 다 함께! 또 한 걸음!으로 SBS를 움직였습니다.

처음엔 끝을 알 수 없는 동굴 속 같았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누굴 의지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고, 과연 끝은 있는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주저 앉을 수도 없었습니다.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걷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치고 갈라진 마음들을 묶어내고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저 끝에 바늘 구멍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작은 빛 줄기는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최면 같은 자기 암시를 확신으로 바꿔주기 시작했습니다. 빛을 목격한 우리는 더 맹렬히 내달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둠의 끝에 다다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200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10년, 노동조합은 부당한 거래와 수익유출에 맞서 우리 일터 SBS를 지켜내기 위해 쉼 없이 투쟁해 왔습니다. 당장 이기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고, 무너지지 않고 버텨왔습니다. 결국 처음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구적 갈등 해소를 가능케 할 합의 이행 방안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SBS 수익구조 정상화의 원칙을 명확히 한 2017년 10.13 합의에 이어, 이행방안을 구체화한 이번 2.20 합의는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10년 투쟁의 결실입니다.

이번 합의 이행으로 SBS는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벌어진 홀딩스 계열사들과의 불공정 거래 관행과 구조를 뿌리째 뽑아내게 됩니다. 해마다 로열티율 찔끔찔끔 조정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SBS라는 거대한 배에 뚫린 수익유출의 통로를 구조적으로 영구히 폐쇄하는 것입니다.

또한 합의 이행을 통해 SBS는 미디어 격변의 전장에서 쓸 무기와 실탄을 확보하게 됩니다. 방만하게 흩어진 기능을 통합해 전략을 새롭게 하고 SBS로 다시 귀속되는 1,000억원대의 자산은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소중한 재원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끊임없는 충돌과 갈등 속에 뿔뿔이 흩어졌던 SBS 구성원들이 신뢰받는 방송사, 지속 가능한 백 년 일터를 만들어 보자는 공동의 목표 속에 새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공동체를 복원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발판은 이미 투쟁의 과정 속에서 그 싹을 틔웠습니다. 7박 8일 로비 철야 농성 동안 모아주신 조합원 여러분의 작은 마음, 1천명을 돌파한 서명운동, 그리고 매일매일 참여인원이 늘어난 점심 10분 피케팅까지 SBS 정상화 투쟁의 과정에서 모아진 우리의 마음들이 새로운 SBS를 건설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 함께 한 걸음으로 거대한 변화를 일궈낸 1,100 조합원 여러분!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본부장 윤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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