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윤석민 회장 체제 전환..SBS 노사 합의 파기 움직임 노골화

SBS 미디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태영 건설 대주주 윤석민 부회장이 어제 태영건설 회장직을 승계했다. 태영과 SBS 창업주인 윤세영 명예회장은 경영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윤석민 태영 회장 취임에 발맞춰 SBS 안팎에서는 대주주 스스로 선언했던 소유경영 분리의 기본 원칙을 폐기하고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지난 2월20일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주주간 3자 협약에 대한 파기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실제로 사내 곳곳에서는 윤 회장이 SBS 사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사장 등에게 합의파기를 지시했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으며, 최근 사측의 여러 움직임은 이런 불온한 시도가 실행에 옮겨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윤석민 회장, SBS 재장악 ㆍ 사유화 음모 진행  

SBS는 2.20 합의 이행 1단계로 지난 10년 간 대주주의 직접 지배 아래 SBS 수익유출 통로였던 SBS 콘텐츠허브의 경영권을 SBS미디어홀딩스에 거금 809억원을 주고 인수했다. 경영권 인수비용은 미래 수익의 핵심인 유통기능과 유출된 자산을 약속된 시점에 완전하게 SBS로 내재화해 환수하는 것으로 노사간에 합의돼 있다. 이 절차와 시점 등이 비공개 합의에 반영돼 있으며, 이는 사측이 먼저 제안한 방안을 노동조합이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드라마-유통 합병 시도 의혹…명백한 합의 파기 수순  

그런데 지난 주 사측은 드라마 기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스토리웍스 대표인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이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SBS 콘텐츠허브 사장까지 맡는 사상 초유의 이례적인 겸직 발령을 냈다. 이는 사측이 SBS에서 분리를 추진하는 회사와 SBS로 기능과 자산을 완전히 합치기로 합의한 회사를 한 사람이 동시에 경영하는 희한한 인사다. 이 인사는 SBS로 콘텐츠허브의 유통기능과 자산을 완전히 내재화하기로 한 노사합의를 깨고 두 회사를 SBS 외곽에서 합병하려는 시도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미 경영진 내부에서는 윤 회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설이 공공연하게 흘러 나오고 있다.  

SBS 경영진은 그러나 SBS 공동체의 미래를 위협하는 이러한 대주주의 방침을 실행에 옮기는 꼭두각시 노릇에 열중하고 있다. 대주주의 손발 노릇을 자임하고 있는 이동희 경영본부장은 지난 주 이사회 사흘 전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김영섭 본부장이 2개 자회사 사장직을 겸임하는 것이냐는 노측의 질문에 ‘정해진 바 없다’며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놓기까지 했다. 연일 방송사고가 터지고 편성 라인업이 무너지는 등 조직 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 책임을 물어도 시원치 않은 드라마 본부장을 동시에 2개 자회사 대표로 임명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사측은 제작-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인사라고 둘러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례를 찾기 힘든 어처구니없는 인사는 향후 노-사-대주자 간 3자 합의인 유통기능과 콘텐츠허브 자산의 SBS 환수를 막고, 사측이 분사를 추진하고 있는 SBS의 드라마 제작 기능까지 합쳐 대주주가 직접 통제하기 위한 수순임은 너무나도 뻔하다. 상암동 프리즘 타워 16층엔 콘텐츠허브 직원들과 드라마 간부들을 한 공간에 모아놓는 물리적 합병 작업을 이미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회장, 핵심 수익기능 SBS 밖으로 이전해 직접 통제 노려…反 SBS 행위 명백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입으로는 합의 준수를 말하면서도 행동으로는 합의파기를 실행에 옮기는 대주주와 사측의 음모를 증명하는 셈이다. 제작기능에다 유통기능까지 모조리 SBS 밖으로 빼내 대주주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구상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SBS 정상화를 염원했던 구성원들의 오랜 바람은 다시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SBS는 광고수익 저하에다 유통수익에서 완전히 소외된 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남은 절차와 약속을 완결하지 않으면 SBS가 콘텐츠허브 인수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한 거금 809억을 환수할 길도 막히게 된다. 극심한 경영난에다 구성원들의 생존권 위협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소유 경영 분리 약속과 세습 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판, 방송의 공적 책임이행은 완전히 무시하고 향후 수익창출이 가능한 영역을 모조리 SBS에서 분리시켜 자본 이익 추구에만 골몰하겠다는 용납할 수 없는 反 SBS 행위이다.

콘텐츠허브 이사회 의장에 윤 회장 최측근…불법적 경영권 침해 명백  

윤 회장의 불법적 경영개입과 SBS 재장악 음모는 SBS 자회사로 편입된 콘텐츠허브 이사회 구성으로도 확인된다. SBS 자회사가 된 콘텐츠허브의 이사임면권은 대주주인 SBS 경영진에 있다. 이제 콘텐츠허브에 주식 한 주 없는 미디어홀딩스 비상임이사인 윤 회장이 콘텐츠허브 경영진 구성에 영향을 미칠 법적 권한은 전혀 없다. 그러나 지난 주 콘텐츠허브 이사회 의장에는 윤 회장의 최 측근인 장진호 전 SBS i 대표가 임명됐다. SBS i는 과거 윤석민 회장이 직접 경영했던 회사이며, 장진호씨는 초기부터 윤 회장 아래서 일해온 최 측근이자, 윤 회장과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이다. 이 뿐 아니라 콘텐츠허브 경영권을 SBS가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진 다수는 윤 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사진 구성은 윤 회장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복수의 사측 인사들이 밝히고 있다. SBS 경영진의 고유권한인 자회사 이사 선임권을 아무런 법적 권한도 없는 윤 회장이 멋대로 침해해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자회사 이사 임면권도 행사 못하는 SBS…소유경영 분리 원칙 또 파기 

이런 이사회 구성 아래서 윤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노사합의를 깨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하다. 또한 SBS는 이런 이사회 구성 아래 최소한의 독립적 경영권 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SBS는 콘텐츠허브 내재화 과정에서 이미 800억이 넘는 거금을 대주주 손에 쥐어줬다. 돈 받고 경영권을 팔아놓고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것인가? 비유하자면 이미 등기이전 끝내고, 잔금까지 다 받아간 전 집주인이 이사 온 새 주인 앞에서 소유권을 주장하고 멋대로 이삿짐을 옮기는 황당한 꼴이다. 어느 나라 법에 이런 경우가 있나? 이런 대주주의 비상식적 횡포와 약속위반에 대해 SBS 경영진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이다. 특히 이동희 경영본부장은 SBS 소유 경영 분리 원칙과 독립경영을 지킬 책임을 망각하고, 여러 차례 SBS의 공식적 의사결정 구조를 무력화하며 윤 회장의 지시를 실행에 옮기는 등 갈등조장과 합의파기 시도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상식의 눈으로 보자. SBS 콘텐츠허브의 이런 이사회와 경영진 구성, 공간 통합이 과연 노-사-대주주간 합의를 이행해 SBS를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인가? 아니면 대주주가 SBS를 순차적으로 재장악 하겠다는 의지인가? 실제로 조직 내부에선 SBS 이사회마저 윤 회장이 장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다.

소유-경영 분리 약속 파기…대국민 사기극이자, SBS 생존권 위협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은 지난 2005년 노와 사, 시청자대표까지 참여한 민방특위의 논의 결과로 만들어진 사회적 약속이다. 또한 지난 2017년 10월 이뤄진 대주주의 경영일선 퇴진과 SBS 방송·경영 불개입, 사장 임명동의제 합의 등은 SBS의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제고하고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날 기회를 제공한 대전환의 계기였다. 여기에 지난 2월 20일 노와 사, 대주주 간의 3자 협약은 SBS의 수익구조와 유통 기능 등을 정상화해 미디어 격변의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할 기초를 만들어낸 획기적 진전이다.

이는 노동조합의 일방적 쟁취가 아니라, SBS 전체를 위한 책임 있는 주체들의 대타협인 것이다. 당연히 노와 사, 대주주간의 3자 합의는 개인간의 사적 약속이 아니라, SBS 구성원을 대표하는 조직인 노동조합과 SBS를 대표하는 사용자, 대주주간의 신사협정이다.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SBS 재허가 심사 과정에 스스로 합의문을 제출한 사회적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윤석민 회장 체제 전환에 맞춰 벌어지는 잇따른 움직임은 결국 대주주가 수도 없이 약속하고 파기하기를 반복하다가 2017년 9월 집무실까지 폐쇄하며 다짐했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이제 완전히 폐기하려 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스스로 선언한 것이다. 이는 방송장악과 권언유착, 수익 빼돌리기로 위기를 자초했던 태영건설의 SBS 사유화 음모가 다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SBS 구성원과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SBS 가족여러분, 저는 오늘, SBS의 제2의 도약을 염원하며 SBS회장과 SBS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분리를 선언하고자 합니다. ~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하여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입니다. “

(2017년 9월11일, 윤세영 회장 퇴임 담화문 中)

윤 회장의 부친인 윤세영 명예회장은 2017년 9월 퇴임 담화문에서 위와 같이 약속했다. 대주주는 당시 노동조합과 협상 과정에서 소유 경영 분리의 의지를 못 믿겠다면 공증을 통해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할 수도 있다고 서면으로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대주주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증 대신 2017년 지상파 방송 재허가 과정에서 소유 경영 분리 약속과 원칙 아래 체결된 10.13 합의문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해 준수 의지를 담아내는 것으로 배려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적 대주주는 윤석민 회장이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만으로도 윤 회장은 명백히 소유 경영 분리의 대국민 약속과 노사합의를 무참히 깨뜨렸다. 아버지가 한 말이니 나는 모른다고 발뺌할 셈인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국민과 시청자를 기만하고 SBS 전 구성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주주의 합의 파기 시도와 소유 경영분리 원칙 폐기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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