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6일 화요일, 2년간의 분사 논의가 단 하루 만에 중단 되었다. 2017년 6월, 사측의 제안으로 분사논의가 시작되었다. 드라마본부 구성원들이 원치 않았던 분사 논의는 조직원 모두에게 그 자체로 고통의 과정이었다.

  회사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으나 막상 분사안의 실체는 달랐다. 우리에겐 정글로 바뀐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 내던져질 불안한 미래만이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드라마 시장을 새롭게 개척해보자는 뜻을 모아 작년 12월 최종적으로 분사에 합의했고, SBS의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막내 조연출들까지 본인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분사한 회사로의 전적을 고민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여태의 지난한 과정은 없던 일이 됐다. 드라마본부와 본사 내 유관 부서의 2년 간 논의는 단 한 사람의 결정으로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박정훈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드라마본부는 자신의 유불리에 따른 흥정의 대상이 돼버렸다. 모든 책임을 무겁게 가져가야 할 사장은 너무나 무책임하게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희생을 산산조각 냈다. 이는 드라마본부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뤄진 독단적인 결정으로, 지난 2년간의 논의 과정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론에 이르렀다.

  오랫동안 드라마본부에 몸담았던 조직원 3명은 퇴직 처리되었고, 분사된 회사를 이끌어 가기로 준비 중이던 전임 본부장은 이제 다른 회사의 사람이 되었다. 조직 흔들기를 넘어서 파탄에 이르게 한 박정훈 사장의 결정과 저의를 우리는 이렇게 해석하고자 한다. 또 다른 형태의 구조조정!

  우리의 일터는 협상 테이블의 결과물이 되어선 안 된다. 누군가의 독단적인 결정에 좌지우지되어선 안 된다.

 왜 우리의 직장이 누군가의 승진과 자리보전과 보은의 대가가 되어야만 하는가.

 피와 살을 내주는 심정으로 준비했던 분사 논의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드라마본부의 탓으로 돌리는 몇몇의 인사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분사 논의 실패를 드라마본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현 상황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

  드라마본부 조직원 66명은 박정훈 사장에게 요구한다.

 하나, 드라마 분사 보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하나, 드라마 분사에 대한 철학과 방법론이 있는지 밝혀라!

 하나, 조직 파탄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져라!

 

2019년 3월 28일 드라마본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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