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관련한 사측의 입장문에 대하여..

그동안 ‘정글의 법칙’ 사태와 관련해 노동조합은, 언론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만신창이가 된 프로그램과 제작진의 현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입장표명을 미뤄왔다. 또 사측이 일방적으로 방송편성위원회 개최까지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지만, 큰 부담을 느낄 제작진을 고려해 최대한 대응을 자제해왔다. 오히려 지난 주 사측의 제작진 징계를 논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에 앞서, 제작진 징계가 우선이 아니라 사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회사의 위기관리 대응 부재에 대한 점검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사측은 노동조합의 합리적인 비판을 수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노동조합의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비아냥’ 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노동조합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고 소모적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은 그동안 파악했던 사실 관계를 SBS 전체 구성원들이 볼 수 있도록 노보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촉발되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박정훈 경영진에 있으며, 그리고 업의 본질이 노사협력인지, 노동조합 협박인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오로지 경영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전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을 반박이라고 내놓은 노사협력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1.회사는 반박 형식의 알림 글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처음 배포한 입장문에 ‘얼마나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면, ‘태국 현지 한국 공관에서 조차 필요한 영사 조력을 할 수 있는데, SBS는 왜 연락이 없냐? 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라고 비아냥 대다가, 회사가 대사관과 협력한 사실이 확인되자 해당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사측은 무슨 대단한 꼬투리나 잡은 것처럼 반박에 나섰으나 아직까지도 제대로 사실관계와 전후맥락 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경영진의 무능에 참담함을 느낄 뿐이다. 사실 관계는 아래와 같다.  

#노동조합이 파악한 태국 담당 영사의 지난 7월 5일 워딩

“대사도 그렇고 만약에 SBS 쪽에서 정식 요청이 있으면 적극 알려주고 영사 조력 할 부분이 있으면 만반의 준비, 지시까지 내려진 상황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연락이 안 온다. 이런 경우 변호사 선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연락이 오고 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

7월 5일 이미 6월 29일 문제의 태국 편 첫 방송이 나간 지 엿새가 지난 시점이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언론의 비판 기사가 쏟아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지 이틀째 되는 날이다.

 또 이 날은 “현지 가이드라인에 맞춰 제작했다”는 첫 날 해명을 뒤 집고 “현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며 사과까지 했었던 날이다.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영사에게 처음 연락을 취한 건 그 다음 주 월요일(8일)이다. 태국 기관으로부터 문제의 장면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시점에서 따지면 무려 6일이나 지난 뒤였다. 그 이전까지 제작진 외에 예능본부장과 여타 경영진을 포함한 누구도 제작진의 사태수습 노력을 지원하거나, 체계적인 대응을 조력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다. 당연히 태국현지에서의 초기 대응은 전무했으며 정책팀의 안재형 변호사가 현지에 파견된 것은 사태발생 후 보름이 넘게 지난 어제, 22일이었다.   

경영진의 도움없이 제작진이 발을 구르던 사이, 주말을 거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프로그램 폐지 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출연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제작진이 책임지라며 십자포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당초 입장문에서 문제의 부분을 한 문장을 삭제한 것은, 노동조합의 주장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외부에 또 다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제작진이 떠 안을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주변의 우려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그 이후 담당 CP와 면담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간의 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사측은 엉뚱한 반박글을 올려 무리하게 노동조합을 공격하느라 기초적인 사실관계까지 왜곡하고 있다.

2.  방송편성위원회 개최 논란에 대해서..

“이 와중에 노동조합은 방송편성위원회 신속 개최를 고집했습니다. 사건이 진행 중이니 우선 예능본부가 노조에 상황을 설명하고 추후 편성위를 개최하자는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노동조합은 논란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0일 정글의 법칙 등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회사 측에 15~16일 중 방송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방송 편성위 개최 날짜는 사태 발생으로부터 열흘이나 지난 시점이며, 해당 태국편 촬영분 마지막 방송까지 마무리된 13일 이후의 시점이다.

이를 두고 사측은 신속 개최 요구라는 해괴한 단어로 노동조합이 마치 수습에 바쁜 제작진을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침소봉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동조합의 방송편성위 개최 요구 공문에 개최 요청일이 다 지나도록 사측의 편성책임자인 편성실장이나 제작책임자인 예능본부장은 노동조합에 어떤 회신도 없었다는 게 명명백백한 사실관계이다.

노사가 합의해 제정한 방송편성규약까지 위반하며 편성위를 거부한 박정훈 경영진, 겉으로는 대화촉구 쇼를 벌이면서도 어떤 사안도 노동조합과는 마주 앉아 논의하고 싶지 않다는 치졸한 속내가 아니면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나?

3. 위기 대응 실패에 책임은 고사하고 노동조합 폄훼 비난 열중

6월 29일 첫 방송에서 대왕 조개 취식 장면이 방송된 이후 먼저 태국에서 논란이 일었고 닷새 뒤인 7월 4일부터 국내 언론에서도 논란이 확산하며 이른바 ‘대왕 조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사태 초기 회사가 경위를 정확하게 파악해 잘못된 부분은 해당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제대로 사과하고 언론에도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했더라면 과연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위기의 징후를 파악하지 못하고 불요불급한 해외 출장까지 강행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예능본부장과 박정훈 경영진은 SBS의 사후수습 과정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이다. 신속하고 진솔한 사과,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며 오히려 ‘사과의 정석’,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의 최근 사례와 비교해봐도 박정훈 경영진의 판단 능력과 사후 대처 과정은 너무나 뼈아픈 대목이다.

중소 인터넷 쇼핑몰 경영진보다 못한 위기 대응 능력으로 SBS를 망치고 있는 박정훈 경영진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노동조합에 대한 가당찮은 비난과 협박 공세가 아니라 중소 인터넷 쇼핑몰인 무신사의 사과문을 검색해 그들의 위기대응을 타산지석 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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