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SBS, 경영은 난장판, 책임은 실종

지난 2월 오랜 진통 끝에 위기의 SBS를 새롭게 할 역사적 노사합의가 이뤄지자 마자,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경영진은 노동조합과 구성원의 뒤통수를 치고 소유경영분리와 독립 경영 약속을 폐기해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3월 이사회 폭거를 통해 최상재 이사 보직박탈과 윤석민 직할 체제 조직 개편, 노동조합에 대한 철저한 배제와 무시로 일관하며 윤석민-박정훈-이동희 독주 경영 체제를 갖추고 올 상반기 내내 폭주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박정훈 경영진은 심화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위기에 대해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적자의 수렁으로 조직을 몰아가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연달아 터지고 있는 방송사고와 조직 기강 해이, 이로 인한 시청자 신뢰 추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빵점짜리 위기관리 능력과 책임 경영 실종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스스로 수명이 다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3월 대의원 결의를 통해 소유경영 분리와 독립 경영 약속 파기의 책임을 물어 박정훈 사장과 이동희 경영 본부장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올 상반기를 통해 드러난 이들의 행태는 노동조합과 구성원의 사퇴 요구가 유효하고 정당함을 강력히 증명하고 있다.

① 전방위 노사관계 파괴

조합원 협박-편성규약 무시-지상파 방송 노사 산업별 협약도 탈퇴

3월 이사회 폭거 이후 박정훈 사장과 이동희 경영 본부장을 위시한 핵심 경영진은 그야말로 노사관계 파괴에 혈안이 돼 있다. 무너진 독립 경영 체제 복구를 위한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요구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노동조합 활동 방해에 골몰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5월 29일 태영건설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행동의 날 결의대회를 앞두고 조합원들의 자율적 반차 투쟁에 대해 법규 위반 운운하며 근거 없는 협박을 일삼은 일이다. 또한 각종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정당한 투쟁을 해사행위로 몰아가며 노노 갈등 유발을 획책해 왔다. 21세기 촛불혁명 이후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진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나 써먹던 노조탄압 수법으로 구성원을 괴롭히는 게 SBS의 현실이다.

방송편성위 개최요구 묵살..초유의 사태

급기야 박정훈 경영진은 소유 경영 분리 약속 폐기에 이어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유지의 핵심적 장치인 편성규약까지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부터 일파만파로 파문이 확산된 정글의 법칙, 대왕조개 불법채취 사태의 책임 있는 수습과 시청자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방송 편성위원회 소집 요구를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묵살해 버렸다. 이는 서슬 퍼렇던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벌어지지 않았던 사상 초유의 일로, 방송법에도 명시된 편성규약 조차 무시하는 막가파식 경영이자, 책임회피의 극단적 행태이다.

지상파 방송 노사 공동 협력 체제도 파괴…고발 이유로 산별협약 불참

박정훈 경영진은 이처럼 SBS 노동조합과의 개별 노사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간 데 이어, SBS, KBS, MBC, EBS를 포괄하는 지상파 방송사 노사간 산업별 노사 협약(이하 산별 협약) 조차 거부하고 나섰다. 지난 해 처음 체결된 지상파 방송 산별 협약은 공정방송이 방송사 구성원들의 핵심적 노동조건임을 명문화하고,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 노력, 중간광고 규제 철폐 등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한 노사공동 대응의 틀을 만들어 내는 등 그 성과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정훈 경영진은 오는 26일로 예정된 지상파 방송사 산별 협약 갱신을 위한 상견례 불참은 물론 협약 탈퇴 입장을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전달해 왔다. 민영방송의 특수성을 핑계로 내세웠으나, 업무상 배임 혐의로 노동조합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박사장 측은 고발인과 피고발인이 마주 앉는 게 불편하다는 황당한 이유까지 거론했다.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위기 타개를 위해 각 사별 이해를 조금씩 양보하고 공동전선을 구축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차별적 규제 해소와 제작환경 개선 등에 현명한 해법을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방송협회 회장사인 SBS 사장이 개인적 감정을 앞세워 지상파 방송 전체의 위기대응 노력에 찬 물을 끼얹고 SBS 고립을 심화시켜 위기를 확산시키는 어처구니없는 경영행태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② 빵점 짜리 위기 관리책임 회피로 일관

잇따른 위기 대응 실패로 SBS 브랜드 이미지 엄청난 타격 

난장판 같은 박정훈식 경영 아래 SBS에서는 크고 작은 방송사고와 조직 기강 해이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같이 SBS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힌 사안들이지만,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전가된 채 그야말로 상식이하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사태를 키운 박정훈 경영진은 여전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사태가 시간에 묻히기만 바라고 있다.

지난 18일 ‘정글의 법칙’ 제작진 징계 논의를 위한 사측의 인사위원회 개최에 앞서 노동조합이 입장문을 통해 밝혔듯, 박정훈 경영진의 사후 대처 과정은 ‘컨트롤타워 부재’로는 표현이 부족한 ‘대참사’ 그 자체였다. 특히, 정글의 법칙 논란에 이어 이른바 ‘김성준 사태’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회사가 만신창이가 되는 동안 책임지고 수습에 나서야 할 경영진은 도대체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태 수습을 위해서는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하지만 과정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는 찾아볼 수 없었고 소극적이고 어설픈 대처로 일관하면서 연일 외부 언론과 여론의 싸늘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6월 29일 첫 방송에서 대왕 조개 취식 장면이 방송된 이후 먼저 태국에서 논란이 일었고 닷새 뒤인 7월 4일부터 국내 언론에서도 논란이 확산하며 이른바 ‘대왕 조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예능본부장과 사장 등에게 관련 보고가 즉시 이뤄졌으나 경영진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박 사장, 대왕조개 논란-김성준 사태 보고받고도 홍콩 출장 강행

같은 날 사태 수습 책임을 져야 할 남승용 예능본부장은 7일 홍콩에서 열릴 예정인 ‘SBS 수퍼 콘서트’ 준비를 이유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출국해 버렸다. 이튿날인 5일, 1차 사과문까지 내야 할 정도로 논란이 확산됐지만 박정훈 사장까지 돌연 홍콩으로 출국했고 그 주말 내내 홍콩에 머물다 일요일 저녁 귀국했다. 사태 수습의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핵심 경영진이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정글의 법칙’ 폐지 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여론은 악화됐다.

특히, 정글의 법칙 건으로 언론의 십자포화가 시작된 4일은, 김성준 전 논설위원이 돌연 ‘시사 전망대’ 진행을 중단한 날이기도 하다. SBS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그 다음 주 월요일(8일) 언론 기사를 통해 ‘김성준 사태’의 전말을 알게 됐지만, 박정훈 사장은 이미 사태의 내막과 심각성을 보고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박 사장은 두 사안에 대한 대응과 처리를 미룬 채 회사 이미지에 치명타를 안길 문제들을 방치하고 홍콩 출장을 강행했다. 홍콩에서 무슨 대단한 경영성과를 올리고 왔는지는 몰라도 명백한 것은 연이은 위기대응 실패로 인해 SBS는 그 성과의 몇 배에 달하는, 아니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됐다. 백 번을 양보해 출장을 가더라도 눈 앞에 닥친 위기를 관리하고 판단을 내릴 그 누군가, 경영진 중에 그 누군가는 운전대를 잡고 있었어야 하지 않은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노동조합의 지적을 그저 노사 갈등 속 경영진에 대한 맹목적 비판 정도로 치부할 요량이라면, 적어도 SBS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 한 대목은 내놓기 바란다. 편성규약에 명시된 방송편성위원회까지 무산시키며 답변을 회피하는 박정훈 경영진의 행태는 그저 제 발 저린 도둑 꼴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③경영을-포기한-경영진…SBS는 어디로(?)

 조직문화–경쟁력 동반 붕괴 국면…박정훈식 경영의 민낯

지난 2월 20일, 노동조합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 체제 해체’ 요구를 내려놓고 SBS 수익구조 정상화 방안에 합의했다. 시시각각 우리를 위협해 들어오고 있는 구조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 10년 대주주의 전횡 아래 멍든 SBS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사협력 체제 구축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민 회장의 몽니와 이에 부화뇌동한 박정훈 경영진은 3월 이사회 폭거로 노사간 협력체제를 앞장서 붕괴시켰고, 이후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박정훈식 폭주를 거듭해 위기의 SBS를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후 SBS 조직 전반에는 최소한 견제와 균형 조차 사라진 채 박정훈 사장 특유의 단기실적주의가 판치면서 구조적 위기 탈피를 위한 비전과 전략 논의는 완전히 실종됐으며,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불협화음, 경영 책임 회피로 인한 조직 문화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책임경영 실종-단기실적 급급…SBS 미래 망치는 박정훈 경영진

3월 이사회 폭거를 전후해 벌어진 부천영상문화사업단지 공모 꼴등탈락의 경영참사에 대한 특별감사 요구는 여전히 수용되지 않은 채 누구도 참사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SBS는 미래 자산 재배치를 통한 혁신 전략 추진에 큰 구멍이 뚫린 채 표류하고 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배임에 가까운 실책에 대한 책임 대신 사측은 부동산 전문가 2명을 채용하는 황당한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컨텐츠 투자 축소-경쟁력 하락-땜질 편성-실적하락 “악순환”

더 큰 문제는 박정훈 사장의 단기실적주의가 우리의 본업인 콘텐츠 경쟁력에 심각한 구멍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해 박 사장은 억지로 흑자를 내기 위해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SBS의 콘텐츠 제작 투자를 축소해 버렸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전략적 투자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박정훈 경영진은 단기 실적관리를 위해 조직의 장기비전은 완전히 포기해 버린 모양새이다. 투자 위축에 따른 경쟁력 약화는 필연적 결과다. 잇따라 드라마 라인업이 붕괴해 편성은 누더기가 됐고, 이를 땜질로 일관하며 가뜩이나 위축된 드라마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악화된 드라마 경쟁력을 이유로 아예 드라마 편성 자체를 줄이면서 편성 균형은 이제 완전히 무너졌으며, 대신 편성을 떠맡은 예능본부에는 과도한 하중이 몰려 제작환경 악화와 개별 프로그램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악화되는 경쟁력과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전략은 포기한 채 제작 투자를 줄여서라도 단기 흑자를 달성하고 자리를 보전하겠다는 박정훈 사장의 사술이 SBS 전체를 위기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SBS는 제작비 축소 – 경쟁력 약화 – 수익구조 악화- 제작비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노사관계 파괴-무책임 경영의 필연적 결말…SBS는 어디로?

단 한 번도 제대로 장기비전과 전략을 제시해 본 적도, 그럴 능력도 없는 경영진이 “SBS 중심의 콘텐츠 기획-생산-유통의 수직 계열화” 전략을 제안하고 경영진 대신 조직의 변화를 앞장서 요구했던 노동조합과의 건설적 관계를 스스로 파괴해 버렸으니, 그로 인한 난장판 같은 경영 난맥상은 필연적 결과물이다.  

노사관계를 파괴하고, 위기대응은 외면한 채 전 구성원의 미래와 단기실적을 맞바꾸며 조직문화의 뿌리를 썩히고 있는 박정훈 경영진 아래 SBS는 올 상반기 이미 수 백 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쓰나미 같은 위기를 벗어날 비전과 전략의 실종 속에 이제 벗어나기 힘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로 SBS를 몰아넣고 있는 장본인이 바로 박정훈 체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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