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낡은 30년을 부숩시다. 그 위에 새로운 미래를 그립시다.

이제 또 한 계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잊고 있던 진리를 순간순간 깨닫게 해 줍니다. 겨울 뒤에 오는 봄은 새롭습니다. 이내 여름이 다가오면 봄은 곧 낡은 질서가 돼 버립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에 이 여름도 곧 지워져야 할 낡은 계절이 될 것입니다.

방송사를 포함한 모든 기업의 생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질서가 낡은 질서를 대체합니다. 낡은 질서에 머무는 기업은 소멸합니다.  

오늘 SBS가 놓인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박정훈 체제 아래 SBS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창사 30년을 맞는 SBS.

지속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신입사원부터 정년을 앞둔 시니어들까지 깊은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기를 넘을 수 있다고 호언하는 박정훈 경영진의 말을 곧이 믿는 구성원은 거의 없습니다. 제대로 된 비전과 전략으로 좌표를 제시하지 못한 채 사장 재임 4년 동안 갈수록 SBS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SBS의 매출과 이익은 줄고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빅 이벤트가 없음에도 이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올해는 매출 7천억 수준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제는 과거에 경쟁상대로 여기지도 않던 일부 종편에까지 완전히 역전당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박정훈 경영진은 이런 경영실패를 미디어 환경 변화 탓으로만 돌리며 책임회피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것이고 경영진은 당연히 이를 극복해 나갈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박 사장은 거꾸로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자회사인 A&T 성과급까지 쥐어짜며 억지 성과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투자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재방송이 갈수록 늘고 있고 드라마 제작은 포기하다시피 하는 기형적 편성으로 비용을 줄이는데만 혈안이 돼 있습니다. 제작비 삭감 속에 푸대접 받는 구성원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더 강력히 돈벌이에 내몰린 구성원들은 심각한 과로와 스트레스 속에 자신을 갈아 넣어 이 앙상한 실적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타 지상파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자위하는 박정훈 체제의 실적은 KBS와 MBC 등 타 지상파 방송의 파업에 따른 반사이익과 노조 투쟁에 따른 콘텐츠 거래수익 개선, 흑자 속 임금 동결 등 노동조합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착시현상일 뿐입니다.

이 와중에 박정훈 경영진과 윤석민 회장은 잘못된 전략 판단으로 콘텐츠 혁신은 외면하고 쉽게 돈 벌 요량으로 KCP사업과 동영상플랫폼구축사업 등 플랫폼에만 수 백억원을 투자했다가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입으로는 지상파 위기를 말하면서도 노조의 고발을 이유로 산별협약을 탈퇴해 하루가 시급한 중간광고 등 비대칭 규제 해소를 위한 지상파 전체 노사간 공동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SBS 고립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박정훈 체제의 목표는 노동조합 무력화입니다.         

노동조합은 바로 이런 경영 난맥상을 바로 잡고 SBS와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 왔습니다. 경영진이 SBS의 미래는 뒤로 하고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망가뜨린 SBS의 수익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투쟁했고, 이는 SBS의 경영 개선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또한 SBS의 이익에 반하는 대주주 전횡을 차단해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하면서 박정훈 경영진에게 과거 어떤 경영진도 누리지 못한 막강한 권한으로 조직을 혁신하도록 뒷받침한 것도 노동조합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헌신으로 SBS가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갈 즈음, 박정훈 경영진은 대주주와 결탁해 노사간 신뢰를 파탄내고 독립경영 체제를 붕괴시키며 과거 회귀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 후 노동조합에 대한 음해와 모략을 일삼으며 조직과 구성원들을 분열시키려 온갖 책동을 일삼아 왔습니다. 한 마디로 조직을 살려 보겠다고 온갖 어려움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노력해 온 노동조합과 구성원에게 배신의 칼을 꽂은 것입니다.

이는 태영건설 윤석민 회장 체제 출범에 맞춰 아예 노동조합을 파괴해 SBS 전체를 암울했던 과거로 되돌리겠다는 명백한 신호였습니다. 노동조합을 파괴하겠다는 자들과 더 이상 노사협력과 신뢰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이제 박정훈 체제 아래 노사관계 정상화 가능성은 0%입니다. 노사간 신뢰를 구축하지 못할 경영진은 당연히 우리가 마주한 위기를 넘어설 수도 없습니다.

박정훈 체제는 책임 경영과 조직문화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폭주를 거듭하고 있는 박정훈 체제 아래 책임 경영의 기본원칙과 건강한 조직문화도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미래 혁신의 에너지가 파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부천영상문화 단지 공모 꼴등탈락, 잇단 방송사고로 인한 신뢰 추락 등 여러 경영실책은 고스란히 실무자들의 책임으로 전가됐습니다. 경영진 누구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만 보전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니 구성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합니다. 책임 전가가 두려워 누구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않습니다.

조직엔 과거에 익숙했던 침묵과 자조, 회사가 망해도 내 밥그릇이나 챙기자는 극심한 개인주의가 다시 만연하고 있습니다.

위기 극복 실패, 노사관계 파탄, 미래비전 실종, 조직문화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박 사장을 비롯한 경영위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박정훈 경영진은 조직의 미래를 담보로 책임은 회피하고 권한만 누리는 불온한 ‘카르텔’로 완전히 변질됐습니다.

박정훈 체제는 이제 완전히 퇴출돼야 합니다. 

박정훈 경영진은 가을 임명동의 국면이 다가오자 느닷없이 2030 T/F를 급조해 혁신을 외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SBS 구성원 누구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SBS를 망친 책임자들이 외치는 가짜 혁신 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이런 T/F는 ‘책임자들은 빼고 바꾸자’는 앙상한 결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장 4년 포함 10년의 임원 생활 동안 거들떠 보지도 않던 미래비전과 전략을 만들겠다는 뻔한 호들갑에 T/F 구성원들 조차 사장 자리 연장을 위한 한심한 행태라며 강한 불만들을 쏟아내는 지경입니다. 

지금 SBS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혁신은 이런 엉터리 연임 놀음이 아니라 낡고 썩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박정훈 체제의 완전한 청산입니다.

유명한 조경가인 존. B 잭슨의 말을 빌어 보겠습니다.

IT업계의 이단아로 아이폰 혁명을 일으켰던 스티브 잡스도 그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제로 잡스는 애플에 복귀하면서 경영진을 전부 교체했습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낡은 질서와 체제의 수혜자들은 조직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부활해 SBS에 온다면, 아마 가장 처음 할 일이 박정훈 체제 퇴출일 겁니다.

잘잘못을 다 떠나 측근들 자리보전과 퇴직금 늘리기 외에 조직의 미래에 아무런 상상력을 가져다 주지 못하는 체제는 완전히 죽어야 합니다. 그래야 미디어 격변의 전쟁터에서 새로운 SBS 30년을 열어갈 새로운 철학과 혁신의 상상력이 비로소 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정훈 사장과 경영위원 전원이 경영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비로소 새로운 혁신의 싹이 땅을 뚫고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힘을 모읍시다.  SBS의 미래를 우리가 바꿉시다.  

조직을 사분오열시키고 노사관계를 파괴하고 아무런 미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박정훈 경영진은 선거로 선출되는 노동조합 대표자의 연임 여부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정작 자신의 연임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SBS를 망쳤으면 지금 당장 물러나는 것이 그동안 경영진의 거듭된 책임회피를 피땀으로 대신 떠받쳐온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입니다. 아니면 연임 포기 의사라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구성원과 SBS의 미래를 망쳐서라도 연임만 하면 된다는 박정훈 체제의 ‘극한투쟁’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낡은 것은 새 것으로 대체되는 게 역사와 자연의 법칙입니다.

올 가을 다시 세울 SBS에 박정훈 체제는 없습니다.

이제 SBS에 남은 시간도, 기회도 소멸돼 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한 치의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이 박정훈 체제로 상징되는 30년 구 질서를 부숴 나갈 것입니다. 올 가을 낙엽과 함께 고여서 썩어가고 있는 박정훈 경영진 전원을 도도한 역사의 강물에 떠내려 보낼 것입니다. 낡은 SBS를 부숴 완전히 새로운 30년, 새로운 SBS를 세워가는 파괴적 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물론 누가 새 사장이 되더라도 낡은 30년에 갇혀 망가져 버린 SBS의 미래를 재구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성원이 전폭적 지지와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경영진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내고, 오로지 SBS의 미래를 위한 독립 경영 체제로 노사간 신뢰를 회복한다면 여전히 해 볼만 한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박정훈 체제 퇴출과 구성원이 신뢰할 경영진 구성이 이뤄지면 튼튼한 신뢰 아래 노동조합은 경영진과 함께 짐을 나눠지고 미디어 격변 속에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창조적 파괴’와 ‘파괴적 혁신’의 고통스런 시간을 건너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SBS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다시 힘을 모아 주십시오.

박정훈 경영진 퇴출을 시작으로 “새로운 30년, 대혁신 SBS”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냅시다.

그리고 마침내 SBS를 시청자의 신뢰 위에 가장 강력한 콘텐츠 기업으로 우뚝 세워 냅시다.

<윤석민 회장은 들으십시오>

지난 3월 28일 윤석민 회장은 태영건설 회장 자리에 오르자 마자, 이사회 폭거를 통해 SBS 독립 경영 체제와 소유 경영 분리의 정신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이는 과거 대주주의 거듭된 거짓말과 수익유출로 인한 SBS 경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퇴진하며 방송 및 경영 불개입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던 2017년 대국민 약속의 완전한 파기인 것입니다. 대주주는 더 이상 얄팍한 박정훈 경영진의 그늘에 숨어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히 노동조합과 대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퇴출 대상인 박정훈 경영진은 더 이상 SBS의 미래와 운명을 같이 할 노동조합의 대화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대주주가 의도된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면 SBS의 노사간 대립과 기회 상실의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고발을 이유로 대화를 회피하며 자신이 촉발한 SBS의 심각한 갈등을 방치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 대주주로서 결격사유를 무겁게 할 뿐입니다.

윤 회장은 얼마 전 태영 건설 경영참여를 선언한 머스트 자산운용이 언급한 장부상 가치를 뛰어넘는 SBS의 ‘무형의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그 무형의 가치 덕분에 현재 자산가치 10조원 대에 육박하는 태영 그룹의 성장과 윤 회장 개인의 치부가 가능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SBS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노사관계를 파탄내서 조직의 미래를 발목잡고 독립경영을 흔들어 앙갚음으로 보답을 대신하면 SBS 구성원들과의 관계도 영영 회복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현재 갈등을 촉발시키고 방치해 SBS와 구성원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윤석민 회장은 이 시점에서 대주주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대주주가 책임있는 자세로 박정훈 경영진 퇴출을 포함해 SBS의 낡은 질서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데 동참한다면 노동조합은 당연히 갈등해소와 위기극복을 위해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설 것입니다. 그러나 윤 회장이 이미 수명을 다한 박정훈 체제 뒤에 계속 숨어 SBS 미래를 끝까지 망치려 한다면 노동조합은 주저하지 않고 다음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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