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용 전 예능본부장의 이적에 관하여

  지난 달 16일, 남승용 전 예능본부장이 전격적으로 사표를 던지고 SBS를 떠났다. 남 전 본부장은 경쟁사의 신설법인에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랫동안 SBS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 키워낸 인적 자산이 하루 아침에 경쟁사의 칼날이 돼 우리 목을 겨누는 시한폭탄이 된 셈이다.  

 남 전 본부장의 퇴사와 이적은 사내 많은 구성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전에도 많은 일선 현업 PD들이 SBS를 떠나 이적했으나 남 전 본부장의 경우, 현직 경영위원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는 남다르다. 퇴사 이후 정치권에 몸을 담아 비난의 대상이 된 다른 인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해사행위이기 때문이다. SBS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과 조직의 강약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자가 하루 아침에 조직을 바꾸는 행위는 가히 산업스파이에 비견할 만 하다. 또한 이적을 위해 SBS 경영위원 자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오랜 기간 경쟁사와 내통해 왔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무슨 경영기밀이 유출됐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남승용 사태에 책임을 져도 모자랄 박정훈 사장은 조직에 배신의 칼을 겨누고 떠나는 남 전 본부장에게 환송파티까지 열어줬다고 한다. 경영진 전체가 집단 모럴 해저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남 전 본부장은 최연소 본부장 발탁에 이어 대주주와 박정훈 사장의 남다른 총애 아래 오랜 기간 SBS 예능분야의 의사결정을 독점적으로 장악해 왔던 인물이다. 승진과 대우에 있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혜를 받아왔다. 이런 인물 조차 개인의 이해타산이 맞지 않으면 언제라도 조직에 등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소속감과 책임감이 결여된 것이 현재 SBS의 조직문화이며, 이런 문제적 조직문화가 SBS를 갉아먹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경영진이었음을 남 전 본부장의 사례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남 전 본부장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SBS 미디어넷의 대표로 오랜 세월 창업주의 총애를 받으며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왔던 홍성완씨는 지난 2016년 하루 아침에 경쟁사인 JTBC로 이적하면서 SBS에 배신의 칼을 겨눴다. 이적 이후 홍씨는 SBS가 보유해 왔던 핵심 스포츠 중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가로채며 SBS의 미래 경쟁력에 심각한 구멍을 내는 흉탄으로 돌아왔다.

SBS는 왜 이런 실패를 반복하는 것일까?

 결국 조직에 당장 득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세우고 건강한 조직문화 속에 책임감 있고 애사심 높은 인재를 발탁하고 키워낼 전략적 접근보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인재를 다뤄왔고 보상 또한 그런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은 한결같이 그런 선택을 해 왔다. 그런 인물들이 경영 핵심을 장악한 조직은 모든 미래 자원을 자신의 임기 동안 현재 실적을 올리는데 끌어다 소모한다. 그리고 자원이 바닥나면 그 인물들은 가차없이 조직을 등지고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이동한다. SBS가 구성원의 삶을 지탱하는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아니라, 몇몇 선택된 개인의 이해와 영화를 위한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오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남 전 본부장의 행보를 보고 무엇을 느끼셨는가? 표류하는 배에서 방향타를 잡아야 할 선장과 갑판장이 먼저 탈출할 때 선원들과 승객들의 운명이 어찌될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난 30년 동안 고여서 썩어버린 인적 잔재와 조직문화를 시급하고 완전하게 갈아 엎지 않으면 SBS의 미래 생존은 요원한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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