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조합원과 함께 걸어온 21년, 한 걸음 더 나아갑시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풍성하고 기뻐야 할 수확의 계절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어느 해보다 건강하고 알찬 결실을 거두시길 마음속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오는 26일은 노동조합 창립 2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스물 한 해 노동조합의 여정은 숱한 고난과 역경을 뚫고 버텨온 도전의 길이었습니다.

 때로는 부서지고 위축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대주주의 사유화에 맞선 SBS 바로 세우기의 한결같은 싸움은 늘 위기에 빠진 일터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습니다.

 1천1백 조합원들의 강고한 의지, 단결의 힘을 바탕으로 뭉친 노동조합이 아니었더라면 SBS 공동체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개혁다운 개혁, 혁신다운 혁신은 늘 노동조합이 주도해 왔기 때문입니다.

 2004년 재허가 파동을 극복해 낸 소유경영 분리의 제도화, 방송 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실현하고 방송 사유화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임명동의제도의 확립, 그리고 생존의 기본적 조건인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 등 SBS에 큰 틀의 변화를 가져오고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품게 했던 노동조합의 성취는 SBS에 단비 같은 희망을 불어넣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직은 최악의 구조적 위기에 빠져 허덕이고 있습니다. 위기는 오래된 것이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은 지금 이 시간까지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해 한 해 숫자 끼워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제는 콘텐츠 기업이 콘텐츠 제작을 포기해 비용을 줄여야 흑자를 내는 상황까지 봉착했습니다. 눈앞의 실적을 위해 미래의 생존을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위기에 빠진 SBS에 구원투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동조합은 이번에도 책무를 다할 것입니다. SBS의 미래 주체들이 중심이 된 미래 위원회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과 생존의 절박함으로 실속 있는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미래위원회의 논의는 SBS의 낡은 3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30년을 여는 초석을 놓을 것입니다.

 지난 몇 달간 노동조합은 올 3월 이사회 폭거 이후 파국으로 치닫는 노사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해 추가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여러 차례 대주주에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자신이 초래한 SBS의 혼란을 몇 개월째 방치하고 있습니다. 윤 회장의 경영승계와 함께 대주주와 경영진은 지난 20여 년의 노사 간 신뢰와 약속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노동조합을 철저히 배제한 채 일방통행과 불통의 조직문화를 가속화하는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를 이렇게 망쳐 신뢰를 무너뜨린 채 무슨 수로 이 미증유의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윤석민 회장과 경영진에게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더 이상 노동조합의 인내를 시험하지 마십시오.

 윤석민 회장은 진정성 있는 자세로 노동조합과 직접 대화에 나서기 바랍니다. 경영진은 대주주와 노동조합의 접촉 자체를 막기 위해 온갖 방해공작을 일삼고 있습니다. 중단하기 바랍니다.

 조금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무한정의 인내로 상황을 무책임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겠습니다.

 때가 되면 필요한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녹록하지 않은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별도의 창립 기념식을 갖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내일(25일) 점심 조합이 준비한 조촐한 생일상으로 함께 마음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또다시 길을 찾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미래를 여는 그 길에 조합원 여러분들의 변치 않는 지지와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9년 10월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 윤창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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