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대화의 문이 닫혔다.

이제 대주주의 자격을 심판할 것이다.

 

 

 지난 2월과 3월, 윤석민 회장은 그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저열하고 요란한 방법으로 SBS 구성원들에게 전해 왔다. 회장 취임 전부터 민방 대주주간의 사적 친분을 앞세운 부적절한 경영 개입을 통해 SBS가 부천 영상문화 사업단지 공모에서 꼴등으로 탈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현금으로 추산조차 불가능한 SBS 미래 가치의 훼손을 초래했다.

 

 또한 SBS 유통 수익 구조의 핵심인 콘텐츠허브 이사회를 재 장악하고, 2017년부터 진행돼 온 SBS 정상화 노력을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로 큰 파열음을 내며 소유 경영 분리 원칙과 독립 경영 체제를 파괴해 버렸다. 회장 취임과 동시에 몽니를 부리며, 조직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는 반년이 지나도록 입을 다물고 혼란을 방치하는 윤 회장의 무책임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그가 미디어홀딩스 부회장이던 시절, 비현실적 지시와 무분별한 개입으로 방송현장을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고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던 과거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방송경영인으로서 그의 자질과 능력은 이미 오래전에 판가름 났다.

 

 이런 윤 회장이 SBS 전체를 다시 장악하는 것은 미래의 재앙이다. ‘윤석민이 나서면 SBS는 망한다.’는 시민사회의 경고는 빈 말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윤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SBS 재장악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3차례 걸친 검찰 고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 와중에도 노동조합은 대화를 통해 독립 경영 체제를 복원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재구축하고자 수 차례 윤석민 회장을 향해 직,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바 있으며, 신경렬 미디어홀딩스 사장 등 몇몇 측근들을 통해 윤 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윤 회장은 끝내 파국을 선택했다.

사장 임명동의 일정 공지를 사흘 앞둔 지난 1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은 전화와 문자, 메일, 태영건설 회장 비서실을 통해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를 요구했으나, 윤 회장은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윤 회장이 마지막 대화 노력마저 걷어찬 이상, 노동조합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 노동조합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윤석민 회장의 대주주 자격을 심판대에 올릴 것이다.

우선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등 윤석민 회장과 경영진의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불, 탈법으로 점철된 경영농단의 과정을 백일하에 드러내도록 할 것이다. 수사과정에 모든 협조와 지원을 다 할 것이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고발 취하 등 유화적 조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드러나면 그 시점이 언제든 가장 무거운 방법으로 자격과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차기 사장 등에 대한 임명동의 절차도 윤 회장의 대주주 자격에 대한 심판의 시간이 될 것이다. 노사간 신뢰를 복원하고 위기에 신음하는 조직의 변화를 가능케 할 혁신인사 대신 자신의 SBS 재장악과 노사갈등을 통해 반사이익만 취하는데 골몰하는 낡은 리더십을 또다시 고집한다면, 노동조합은 그 자체로 윤 회장이 SBS 대주주의 자격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다.

 

 노동조합은 SBS가 문을 닫을 뻔한 재허가 파동 속에서도, 방송 사유화와 수익 유출로 신음하던 상황에서도 조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면 희생을 무릅쓰고 주저 없이 몸을 던져왔다. 대주주와 그 측근들은 위기 때는 노동조합의 뒤로 몸을 숨기다가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이 겨우 회사를 정상화시켜 놓으면 다시 고개를 들고 경영농단과 전횡으로 조직을 사유화하고 위기로 몰아갔다.

이런 무책임과 기회주의의 악순환 속에서 SBS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노동조합은 언제나 그랬듯 긴 호흡과 단단한 발걸음으로 구성원의 생존과 미래를 위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가시덤불을 헤쳐 나갈 것이다.

 

 

 

2019년 11월 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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