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를 ‘임명동의’답게…대수술하자!

 첨예한 노사간 대립 속에 진행된 2019년 임명동의제도는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동시에 노정했다. 결과적으로 임명동의를 통과하기는 했으나, 극도로 취약한 지지기반을 확인한 채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 경영진이 구성됐다. 이처럼 구성원들로부터 고립된 리더십은 지금 SBS에 절실히 필요한 신뢰의 회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으며 구성원들과 경영진 모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고 임명동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1. 재적 60% 반대’를 ‘재적 최소 40% 찬성’으로

 현행 임명동의 투표는 재적 기준 6대 4의 비율로 설계돼 있다. 반대표가 재적 60%를 넘으면 임명을 철회하는 조건이다. 이 제도의 한계는 기권표가 사실상 임명동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박정훈 사장의 경우도 소수의 지지표에도 불구하고 기권표 덕에 겨우 임기를 연장한 셈이다. 이로 인해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하는 리더십이 조직을 이끄는 레임덕의 만성화가 불가피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대표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를 찬성표 기준으로 전환해 명실상부한 동의 투표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6대 4의 비율은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재적 60% 반대’를 ‘재적 40% 찬성’ 기준으로 변경하자. 구성원 40%의 명확한 지지도 얻지 못한다면 자격 없는 리더십이다.  기권표가 당락을 결정하는 부작용을 막고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진다.

2. 후보자 정책 토론회 의무화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친 임명동의 투표 과정에서 유권자인 SBS 구성원들은 정보의 부족 속에 후보자가 적임자인가에 대한 판단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2019년의 경우, 금요일 오전에 무성의한 경영정책 설명 입장글 외에 사장 후보자의 경영 철학과 미래전략, 비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월요일 아침부터 바로 투표에 들어가는 바람에 사실상 깜깜이 선거나 다름없이 중차대한 임명동의 절차가 진행되고 말았다.

 이는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심사숙고한 뒤 지지와 반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할 선거의 기본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SBS 전체 구성원의 생존을 좌우할 사장 임명동의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반드시 보완돼야 할 문제점이다. 노동조합은 사장과 각 본부장 후보자들이 어떤 방송철학과 비전, 경영 전략을 갖추고 있는지 구성원들이 직접 확인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후보자 정책 토론회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3. 투표 결과 전면 공개

 현행 임명동의제도는 당락 여부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투표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간 시각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진행된 투표 결과에 대한 대내외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정보의 비공개로 인한 불필요한 억측과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이 난무하고 있다. 투표 결과는 전면적으로 공개하자. 무엇이 두려운가.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며, 대내외의 온갖 억측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투표 결과의 투명한 공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투표 결과 공개를 두려워하는 취약한 리더십이 어떻게 SBS를 미래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인가.

4. 자유로운 의사 표현 보장

 현행 임명동의제도는 “임명동의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이라는 단서를 달아 임명동의 투표 기간 중 구성원들의 의사 표시를 광범위하게 제약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이를 자의적으로 악용해 노동조합의 기본적 의견제시 조차 차단하고자 했다. 이렇게 자의적 해석과 제도 남용의 우려가 큰 조항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시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포괄적 금지 규정을 구체적인 금지 행위 외에는 전면적으로 허용하도록 180도 전환하자. 활발한 토론과 치열한 논쟁 속에 리더의 자격을 묻자. 구성원들의 자유롭고 진지한 참여를 보장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자.  

5. 투표 시스템 보완

 이번 사장 임명동의 투표에서 150명에 달하는 대규모 기권자가 발생했다. 기권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상당수 구성원들이 투표 시스템의 보안성에 대한 우려로 투표를 포기했다는 의견들이 노동조합에 접수됐다. 이는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경영진에 대한 불신의 벽이 얼마나 두터운 가를 보여주는 SBS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투표와 오프라인 직접 투표방식의 시스템을 병행하거나, 투표 관리업체를 중립적으로 선정하는 등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이는 임명동의 투표의 신뢰를 높이고 투표결과에 대한 불필요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본격화될 2019 임금 및 단체협약 개정 협상에서 임명동의 투표 제도 개선은 피해 갈 수 없는 핵심적 과제이다. 사측의 전향적인 자세와 진지한 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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