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최된 SBS 이사회에서는 전에 없었던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가까스로 임명동의를 통과한 박정훈 사장만 단독으로 차기 이사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이 상정된 것이다. 임명동의를 통과했으니 차기 사장을 이사로 추천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게 사측의 논리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2017년 임명동의 절차 이후에는 정기주주총회 날짜와 안건을 확정하는 이듬해 3월 주총 전 이사회를 거쳐 새로 추천된 다른 이사들과 함께 박 사장의 이사 후보 추천도 이뤄졌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사 임기 만료를 넉 달이나 남겨두고 이사회 의장인 사장이 스스로를 차기 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 행태에 반발해 노조추천 사외이사와 최상재 특임이사는 이사회 참석 자체를 거부했다.  정기 주주총회 날짜와 안건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박 사장 단독 이사 추천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킨 것은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좀처럼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탈이다. 혹여 스스로 생각해도 턱없이 낮은 임명동의 득표율로 인해 사장 자리가 위태로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런 일탈을 부추긴 것인가?

 지난 3월 이사회 폭거를 기점으로 SBS 이사회는 정상궤도를 완전히 벗어났다. 사측 추천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의 거수기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그렇다 치자. 정상적인 토론과 논쟁을 통해 경영행위의 적절성을 검증하고 평가해야 할 이사회가 지난 7월부터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고 안건에 대한 찬반만 기록하는 형태로 바뀌어 버렸다. 회의록 조차 작성하지 않는 깜깜이 이사회를 만들어 가면서 박정훈 사장과 윤석민 회장은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 하는가. 이러니 당신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구성원들이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동네 반상회도 이렇게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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