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최근 4년 간 3번 임금 동결..일방적 고통 분담 수용 불가”

-使 “불확실한 미래, 고정비용 인상 어려워!”

 

◆”기본급 8만원 인상” vs “기본급 동결”

 그동안 결산 지연을 이유로 임금안 제시를 미루던 사측은 1월 8일, 8차 실무협상에 이르러서야 기본급 동결을 전제로 직원 1인당 성과 격려금 2백만원 정액 지급 안을 제시했다. 기본급과 관련해선 성과 격려금 액수에 대한 추후 조정 여부와 상관없이 인상 자체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었다. 쉽지 않은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달성한 SBS 구성원들에게 과실을 공유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래 경영 환경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고정 비용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은 그러나 지금의 성과가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제작비 삭감과 부족한 인력 등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자신을 갈아 넣은 구성원들의 희생에 기인한 점을 감안하면 기본급 동결이라는 고통 분담을 또 주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섰다. 이렇게 되면 박정훈 사장 재임 4년 동안 3개년 임금 동결이라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되는 것으로, 뚜렷한 경영비전 제시 없이 일방적으로 구성원들만 쥐어짜는 '낡은 경영 방식'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노동조합은 기본급의 경우 지난해와 같이 8만원 정액 인상을 요구했고, 성과 격려금으로 기본급 100%를 요구했다. 회사의 곳간 사정을 뻔히 아는 노동조합 입장에서,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고통 분담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였다

 하지만 회사는 당초 안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았고 협상 막바지에 와서는 임명동의제도 개정을 위한 단협 논의는 할 수 없다며, 노조가 시작부터 천명했던 임단협 일괄타결 원칙까지 무시하고 나왔다. 결국 논의가 설을 지난다 해도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1천 5백 구성원들을 생각해야 하는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노동조합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임명동의제도 개선과 관련한 단협 개정은 2020 임단협 테이블로 미루는 양보를 하는 대신, 구성원들이 조금이라도 더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성과 격려금에서 추가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이번 합의문에 담겨 있는 것이다.

◆ “2020 임단협에서 임명동의제도 개선 위한 논의”

 단체협약은 구성원들의 안정된 고용 환경을 유지하고 우리 조직을 보다 건전하고, 미래 지향적인 삶의 터전으로 다듬어 나가기 위해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임금 협상에서 구성원들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는 것도 노동조합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지속적인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권리를 강화해 나가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이번에 임금과 단체협약 개정 일괄 타결을 요구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번 협상에서 노동조합은 지난 임명동의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노사가 함께 논의해보고 개선책을 마련해 단협에 반영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사측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 사측은 현재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고, 임명동의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 논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며 아예 논의 자체에 나서지 않았다.

<노조가 제시한 사장 임명동의 제도 개선안>

 노동조합이 그동안 노보 등을 통해서도 상세하게 제안 이유를 설명했던 위 안에는 보다 신뢰받는 리더십, 구성원 다수가 지지하는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다. 하지만 기권표가 찬성의 효력을 갖는 현행 제도의 한계에 기대 가까스로 연임에 성공한 박정훈 경영진 입장에서는 구성원들의 의사가 보다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노조 제안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측의 고집으로 단체협약 개정 논의가 무산됐지만, 아래 합의 문구를 통해 개정 여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단체협약과 관련한 합의문>

SBS 노사는 2019년 2월 20일 체결한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협의를 유효기간 만료 전 실시하기로 하고 노사 각 측이 제기하는 모든 현안 등에 대해 신의 성실 원칙에 따라 임하기로 한다.

 

 사측은 실무협상에서 다음 임단협에서는 임명동의 제도 개선을 포함해 노조가 제안하는 어떤 안건에 대해서도 성실히 논의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올 하반기 시작될 2020 임단협에서는 관련 논의를 회피할 수 없게 됐다. 노동조합은 그때까지 구성원들의 의견을 보다 충실히 담아 현행 임명동의제도의 불합리한 조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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